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민망하긴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가게에 대한 부적 감정이 역치를 넘으면 불호(不好)로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천연소재로 가자>에 나오는 나르의 심리를 떠올리시면 엇비슷할겁니다. 나르에게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무관심, 좋아함, 싫어함 밖에 없고 좋아함과 싫어함은 경계선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바늘이 이쪽으로 넘어가냐 저 쪽으로 넘어가냐에 따라 사람에 대한 감정이 휙 바뀝니다. 나르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싫어함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적다보니 저 책이 보고 싶어집니다. 엔딩 때문에 다시 건드리기 무섭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역치를 넘어간 가게가 몇 있습니다. 아주 좋아하다가 몇 가지 사건이 터졌을 때 휙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이 있었던 가게 말입니다. 이건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맛집 다니는 분들은 종종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는 맛있었고 죽 그 맛을 유지하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갑자기 맛이 바뀌었고, 그리고 그 뒤로 몇 번 더 갔을 때마다 맛이 떨어져서 마음을 접었다는 상황 말입니다. 이것은 맛있었는데 그 다음에 기대했던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이 생각보다 맛없고 기대했던 맛과 동떨어져서 마음을 접었다는 상황도 있을 법합니다.

폴앤폴리나는 후자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처음 먹었던 깜빠뉴(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캄파뉴-_-)는 그럭저럭이었지만 갈색 바게트의 겉이 바삭바삭하니 취향에 잘 맞았지요. 그래서 갈색 바게트만 몇 번 더 사다 먹다가 이 날은 화이트 바게트와 스콘을 샀습니다. 스콘은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사봤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것도 어언 며칠 전입니다. 아니, 며칠이 아니라 열흘은 가뿐히 넘을겁니다. ... 아마도.


갈색바게트와 화이트바게트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화이트 바게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화이트 바게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망설이다가 플레인 스콘도 같이 주문했지요. 담백한 빵을 만들어내는데다 발효반죽 중심의 빵들이니 스콘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던 겁니다.
화이트 바게트는 맛있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찰진데다, 쫀득쫀득 씹는 맛이 일품이군요. 껍질이 덜 바삭하니 바게트의 모양이라 해도 바게트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갈색 바게트는 겉의 껍질이 두꺼운 편이고 화이트 바게트는 보통 빵집에서 파는 바게트보다도 껍질이 얇습니다. 같은 바게트라지만 전혀 다른 느낌인걸요. 이날은 카페인 과다로 카페라떼를 마시지 않았지만 시켰더라면 아마 풍덩 담가서 먹었을 겁니다.-ㅠ-
하지만 스콘은 참 미묘합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으니까요. 기대했던 스콘맛이 아닙니다. 달걀맛. 옛날 옛적 어머니들이 집에서 구워주시던 달걀빵맛이 납니다.(먼산) 베이킹파우더는 적게 쓰고 발효반죽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만큼 맛이 없진 않습니다. 달걀맛이 많이 나지만 그런 빵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스콘에 기대했던 그런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감점요인이 되었지요.

화이트바게트는 갈색바게트와 가격이 같습니다. 3300원인가 3800원. 스콘이 25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즈음이지요.

다음에 갈 때는 화이트바게트를 살겁니다. 집에서 길게 잘라 카페라떼에 풍덩 담가 먹어야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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