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잡고 지역 태그를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어헉.-_- 왜이리 태그를 엉망으로 넣었답니까.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게다가 단순작업이라 정리하는 도중 꾸벅꾸벅 졸고 있다니까요. 졸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수면부족이고, 수면부족의 원인은 감기입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니 에드워드 권의 옥수수 수프가 떠오르는군요.


에드워드 권의 레스토랑은 폴 바셋에 다녀온 날 가봤습니다. 그러니 글이 한참 밀린 셈이네요. 이날의 먹부림은 상당했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곳은 역시 새롭게 단장한 신세계 강남점 식품매장입니다. 돌아다니다보니 땡기는 것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하지만 너무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적응이 안됩니다.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커틀렛이 마감세일로 손바닥 만한 조각에 5천원 할 때는 정말 사고 싶었습니다. 배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구입했을건데 배부름이 제 지갑을 살린 겁니다.


에드워드 권인 누군지는 잘 몰랐습니다. 최근에는 잡지나 신문 매체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신문 안 본지는 꽤 되었습니다-그런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늦습니다. 다만 이리 저리 정보를 조합하니 7성급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에서 일한 한국계 요리사랍니다. 쿡이 아니라 셰프더군요. 조리장...의 이미지라고 할까요. 하여간 그런 사람의 레스토랑을 백화점에서 만난다는 것도 신기했고 메뉴판을 받아들고는 그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한 것에 또 놀랐습니다. 게다가 백화점 안이니까 택스도 포함된 가격이었고요.

뭘 먹을까 여자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파스타 하나, 샌드위치 하나, 수프 하나, 샐러드 하나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이게 벌써 한참 전 이야기라 제 머릿속에서는 메뉴의 이름은 가뿐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핫핫핫;



샐러드. 무슨 샐러드였는지는 잊었지만 저기 있는 것이 크로켓인지, 그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풀만 공략하고 있었기 때문에 샐러드 소스가 발사믹에 올리브유였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릇이 워낙 커서 양이 적어보이는데, 그릇의 지름은 30cm가까이 될겁니다. 그러니 감안하고 보세요.



전체메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이 옥수수 수프입니다. 얼핏 보고는 크림수프처럼 걸죽할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맑은 국물이었지요. 신기한 것은 맑지만 진한 맛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기본으로 쓴 국물이 아마 맛이 진한 국물인가본데, 전체적으로 옥수수의 단맛이 확 돌면서도 뜨끈하니 계속 땡깁니다. 숟가락을 유혹하는 무서운 수프였지요. 위에는 점점이 올리브유를 뿌렸고 바닥에는 스위트콘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옥수수를 같이 떠 먹으면 톡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수프의 진한 단맛이 함께 느껴집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가장 마음에 들어서 그런거죠. 단. 맛이 진한데다 단맛이 돌기 때문에 많이 먹다보면 아마 질릴겁니다. 셋이 나눠 먹으니 좋더군요.



수프와 함께 나온 것은 빵인데, 빵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대체적으로 질겼거든요.



펜네입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펜네였다고 기억하는데 살짝 심이 들어 있다 싶을 정도로만 삶았습니다. 푹 삶은 면을 좋아하신다면 별로 내키지 않겠지요. 저는 펜네를 좋아하는데다 속까지 소스가 잘 배어 있어 즐겁게 먹었습니다. 역시 펜네는 안쪽까지 소스가 묻어 있어야 맛있습니다.-ㅠ-



이쪽은 샐러드. 구운 채소 샐러드였나 싶은데 위에 가위표로 얹은 것은 바싹구운 베이컨입니다. 저는 바싹구운 것보다는 살짝 구운 쪽을 선호해서 취향과는 조금 안 맞았습니다. 샬롯인가, 하여간 그 비슷한 작은 양파같은-저는 락교인가 생각도 했습니다;-작은 뿌리채소도 있습니다. 발사믹 식초가 듬뿍 묻어 있어 먹으면 그 시고 강렬한 맛에 몸서리가 쳐집니다.-ㅠ- 그리고 구운 방울토마토도 좋고요. 미니오이를 이용한 듯한 피클도 맛있습니다.



이게 아마 모짜렐라와 무화과였을겁니다. 달콤하고 씹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무화과가 정말 좋습니다. 게다가 생 무화과니 맛이 확연하고요. 맛 없는 무화과가 아니라 다행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샌드위치였는지 위의 사진이 샌드위치였는지는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아하하. 하여간 겉모습이 비슷하다보니 이렇게 헷갈린다니까요. 그보다는 먹고 바로 글을 써야 하는데 미뤘다가 이제 쓰니 그런 것도 있고요.


가격은 홍대의 조금 비싼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디비노를 가봤다면 양쪽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음식 방향이 다를테니 비교하기도 쉽지 않겠지요. 선호도는 따질 수 있을테지만 말입니다.

수프는 양도 많고 여럿이 같이 나눠 먹게 되니 기왕이면 국자와 작은 컵, 혹은 그릇을 같이 내주었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 접시는 하나씩 나눠주는데 수프는 개인접시에 담아 마실 수가 없잖아요. 그런 건 아쉬웠습니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가격과 무난한 맛이라 생각합니다. 백화점이라 조금 소란스럽다는 것, 그리고 좌석이 좁은편이라는 것은 단점이지만 별도의 레스토랑도 운영한다니까요. 혹시 갈 계획이 있는 분은 양쪽을 고려해서 선택하세요.



글 쓰면서 저도 같이 염장당하고 있으니...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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