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드디어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을 사다 먹어봤습니다. 나온 것이야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사보았지요. 사실 G랑 같이 먹을까 하다가 혼자 사다 혼자 먹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ㅁ-;

생긴 것 그대로 수플레 타입 치즈케이크인데 식감은 이전의 시노스보다 조금 더 무겁습니다. 하지만 포크를 가져다 대었을 때 자글자글자글하는 거품꺼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은 닮았네요. 그 소리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맛은 그냥 저냥했는데, 먹고 난 뒤 텁텁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종이를 씹은 듯한...?; 그래도 저 크기에 4천원이면 웬만한 조각케이크보다 싸지요. 파리바게트의 수플레타입 치즈케이크도 한 조각에 3500원입니다. 그러니 5백원 더 주고 저걸 먹는게 포만감이 크죠. 식이조절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말입니다.


먹고 있자니 옛날 옛적의 치즈케이크를 찾아 삼만리를 헤맨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99년에서 2000년쯤의 일입니다. 저는 정말로 간절히 치즈케이크가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파리바게트나 크라운베이커리 같은 곳에는 생크림 케이크나 버터크림 케이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무스 같은 것도 전혀 없었지요. 그 때의 본거지는 대학로 주변이었으니, 미고나 라리 같은 것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케잌하우스 윈이 있긴 했는데 그것도 한참 뒤에 알았고 치즈케이크는 못찾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냐면, 치즈케이크를 처음으로 맛보기 위해 간 곳이 지금도 남아 있는 두타 근처 신라명과였으니까요. 사진 크기와 비슷한 치즈케이크가 12000원인가 했는데 그 당시엔 비쌌지요. 그리고 맛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 접한 것이 기숙사 근처 빵집에서 파는 수플레타입 치즈케이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치즈맛이 들어간 조금 묵직한 스폰지케이크 정도 되겠네요. 한 판에 18000원인가 했는데 1-2호짜리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 다음에 만난 것이 뚜레주르의 2천원짜리 치즈케이크였던가요.

그 당시엔 궁극의 맛이었던 시노스 치즈케이크를 만나 먹고 나서는 그 모든 방황은 끝이났지만, 시노스를 찾아가기까지는 몇 년이라는 치즈케이크 탐색의 기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허허. 그 때는 나폴레옹이 대학로 근처에 있다는 것도 몰랐고 갈 생각도 못했지요. 신촌이나 홍대나 이대는 너무 멀었습니다. 종각보다 서쪽 지역은 간 기억이 없군요. 지금도 맛있는 케이크가 있다면 쫓아가지만 멀리는 안갑니다. 가까운데 있는 몇몇 케이크들과 비교해 가격 대 성능비가 어떤지 판단해서 갈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때 조금씩 케이크 집을 알게 되면서 갔던 곳 중에 아루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하루란 케이크집도 명동에 있었지요. 미고나 페라도 지금은 거의 안가고요. 조금 감상적인 기분이 듭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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