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일본의 유명한 커피점 폴 바셋의 한국 지점이 생긴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 아니 올렸는지 아닌지도 솔직히 가물가물합니다.; 하여간 신세계에서 섭외중이란 말에 강남에 들어올지 본점에 들어올지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강남점에 들어왔습니다. 9월 첫 주쯤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제가 8월 말쯤 신세계 강남점에 갔을 때는 지하 식품매장 절반 정도가 공사중이었는데 공사를 마치고는 열었을 때 함께 열었던 모양입니다. 신세계 강남점쪽의 쿠폰북에 커피 쿠폰도 있었던 모양이고요. 9월 첫 주에 일이 있어 강남점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새로 생긴 것 같은 커피집 앞에 사람들이 쿠폰 들고 줄 서 있더라'고 하셨으니까요.

폴 바셋은 오픈멤버가 바뀌기 전, 가능한 빨리 가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기에 열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로 달려갔습니다. 지난 금요일이었지요. 마침 시간이 맞는 분들이 있어 같이 뵙기로 하였습니다.>ㅅ<


위치는 아마도, 이전에 스타벅스가 있던 그 자리가 아닐까 합니다. 강남점은 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 매장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스타벅스와 폴 바셋이 동시에 들어와 있기엔 식품매장이 좁으니 스타벅스가 사라졌겠거니 한 거죠. 이전에 왔을 때 위치도 대략 이랬고 말입니다. 저는 적당히 들어와서 찾았기에 식품매장 어느 쪽이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영풍문고와 가까운 신세계 지하 출입구 쪽인가봅니다.

이날은 커피를 한 잔도 안 마셨기 때문에 마음 놓고 커피를 시켰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속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우유가 섞인 카페라떼를 시켰습니다. 폴 바셋 오픈 정보를 알려주신 키릴님이 '매일우유다'라며 좌절하셨는데 이미 눈치챘어야 했는데요.......


특별히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테이크 아웃 컵에 담아주는 모양입니다. Paul Basset. 200*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의 우승자인 폴 바셋이 일본의 유명 파티셰와 손을 잡고 만든 것이 폴 바셋입니다. 한 때는 도쿄 내 여러 매장을 열어 운영했지만 긴자점, 지유가오카점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신주쿠 점만 남아 있다 합니다. 제가 가본 것은 긴자점과 지유가오카 점이었고 신주쿠점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폴 바셋 긴자점에서 마셨던 카페라떼는 제가 지금까지 마셔본 것 중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라떼였습니다. 그 때 같이 마셨던 사람들이 다들 한국에 돌아가면 이젠 카페라떼 다시는 못 마시는 것 아니냐며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말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이번에 폴 바셋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도 상당히 기대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확신이 이번에는 조금 틀렸는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기대했던 만큼의 커피맛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폴 바셋 한국점의 커피는 매장에서 볶습니다. 맨 위 사진에서도 조금 보이긴 하는데 아예 대형 커피볶는 기계를 들여놓았습니다. 산지에서 커피를 가져오는지, 아니면 일본을 경유해 들어오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뚜껑을 열었더니 라떼아트가 있군요. 한데 저 우유 거품이 조금 걸렸습니다. 최근 마셔본 카페라떼 중 가장 입맛에 맞았던 포카치노 첫 번째 방문 때의 우유거품은 저것보다 입자가 훨씬 곱고 우유 거품 입자도 고릅니다. 한데 저건 가장자리에 큰 거품이 보이네요. 그래도 한 모금 마셔봅니다.

...
어. 왜 키릴님이 매일우유라고 걱정하셨는지 대강 알 것 같아요.OTL
우유짠맛™이 납니다.(먼산) 집에서 저지방 우유로 멋대로차이™를 만들어 마실 때 나는 그 짠맛입니다. 카페라떼 맛 자체는 나쁘진 않지만 이것은 긴자점에서 마셨던 카페라떼와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듀시스님이 말씀하신대로 잘 만든 스타벅스의 카페라떼 맛입니다.

가격은 카페라떼가 4천원 전후이니 보통 수준의 가격입니다.



뒤늦게 오신 M님. 바나나 타르트와 아포가토를 시킵니다. 케이크 종류는 아마 조선호텔 쪽에서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케이크도 이것 저것 먹어보았는데 이게 맛은 제일 나았습니다.

그리고 아포가토. 확실히 에스프레소가 진합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동안 잽싸게 찍었는데 M님이 컵을 대고 한참 냄새를 맡으시더군요.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조리퐁 냄새가 나요."

... 어?
저랑 듀시스님 코에도 조리퐁 냄새가 아련하게 납니다. 코를 컵에 대고 직접 냄새를 맡자 더 확실합니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그 향. 익숙한 그 향. 조리퐁.ㅠ_ㅠ
맛은 그냥 무난무난합니다. 향이 문제지요.



단호박 타르트. 단호박 맛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타르트 바닥에서 기름냄새가 납니다. 식물성 오일. 아마도 팬에서 타르트를 빼기 쉽게 하려고 뿌리는 스프레이 기름 냄새 같다하시는군요. 저는 듣고서야 그 맛을 인식했더랍니다. 하하하. 전체적인 맛은 그냥 그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호기심을 못이기고 시킨 에스프레소입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전 에스프레소를 마셔본 경험이 딱 한 번 있습니다. 폴 바셋 지유가오카점이었고 마시는 방법도 몰라 허둥지둥 하다 마신 에스프레소는 지독히 썼습니다.-ㅠ-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일 것인데 궁금할 때 마셔보자 싶어서 시켰습니다. 당연히 잔이 작은 것도 알고 있고 양이 적은 것도 알고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에스프레소 내리는 방법과는 꽤 많이 다릅니다. 제가 본 장면은, 직원이 탬핑해서 올린 것이 사출구가 두 개 있는 것이었고, 역시 추출하는 것도 양쪽으로 나오는데 한 쪽에다만 잔을 받쳐 내립니다. 그리고 나오는 에스프레소는 끊어지지 않는 물줄기 형태가 아니라 물방울이 조금 빠르게 똑똑 떨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받아 들었을 때는 크레마가 조금 있었지만 들고 와보니 층이 조금 얇아졌다고 기억합니다.

양이 지나치게 적다고 생각했지만 카운터에 물어보니 이게 적량이랍니다. 잔이 생각보다 깊어서 안쪽에 잠기듯이 깔려 있었다고요.

물어보고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려서 제가 마시려 할 때는 이미 크레마가 꽤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몇분이긴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가능한 빨리 마셔야 한다고 들었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설탕을 조금 쏟고 한 입에 톡 털어 넣듯이 마십니다.

으아. 진하고 끈적끈적합니다. 한약 농축액을 먹는 느낌? 한데 신맛이 꽤 강하게 자극합니다. 마시고 나서 혀에 진한 맛이 남기는 했지만 쓰고 진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쓰고 진하고 시고. 이게 제 감상입니다. 다음에 신주쿠 점에 가면 필히 에스프레소를 마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꼭 비교해봐야죠.

(그런데 지금 사진을 보니 설탕이 CJ가 아니라 삼양사네요.)



종합하면, 일본에서 맛있게 마셨기에 맛이 떨어지기 전에 간다고 일부러 찾아갔지만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맛있는 스타벅스 수준의 맛. 그리고 우유맛이 걸립니다. 같이 나오는 간식류는 그럭저럭입니다.
커피 마시러 저 아래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행입니다. 하하하..(눈물 좀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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