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밸리에 하도 많이 올라오고 티라미수가 맛있다고 극찬에 극찬을 받은 곳이라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는 모종의 이유로 상당히 감점을 받아 기대치가 꽤 낮아졌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맛있다고 극찬했으니 맛 없으면 안티!'라는 심정으로 다녀왔지요. -ㅁ-; 그 즈음 기분이 안 좋았나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애초에 생길 때부터 위치 파악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저 쯤일겁니다. 홍대 카페골목이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그 골목에서 카카오붐쪽으로 죽 올라가다보면 언덕길을 70%쯤 올랐을까, 반지하 느낌으로 들어 앉은 건물이 있습니다. 건물 왼쪽 편의 파란 차양에 be sweet on이라 이름이 써 있습니다. 앞에 입간판에는 티라미수와 아포가토 세트 광고가 붙어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테이블은 꽤 많습니다. 가게가 작은데 비해 테이블이 많고 안쪽 자리까지 있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것은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보진 못했지만 남자만 네 분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주문과 서빙을 맡고 두 분은 주방에 있고 하는 것 같더군요. 문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확신은 못합니다.
(어, 그런데 레이. 말하는 걸 잊었는데 서빙 담당하는 분이 네 모에도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을...-_-a)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이 나옵니다. 요즘 카페에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도 물이 안나와서 왜그런가 했더니 얼핏 듣기로는 관련 조례인지가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타벅스에서 얼음물이 사라진 것도 그 즈음 같은걸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생수는 제공할 수 없으며 제공하는 물은 무조건 수돗물만 가능하다던가요? 아리수를 보급하기 위한 억지 정책이란 이야기도 들은 것 같습니다. 혹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세히, 정확하게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디저트 메뉴는 단촐합니다. 세 종류던가요. 크렘 브륄레-브휠레라고 메뉴판에 나와 있습니다.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그쪽이 더 정확한 표기일지도?-세트, 타르트 타탕 세트, 아포가토와 티라미수 세트입니다. 노리고 있던 것은 티라미수이고 단품 주문이 가능하다 했으니 일단 물어봅니다. 세트가 7800원인데 티라미수만 주문하면 4800원입니다. 아포가토에는 관심이 없고 양이 많기도 하니 그냥 티라미수만 주문하고, 거기에 역시 극찬 받았던 아이스 밀크티를 시킵니다.


만드는 시간 때문인지 아이스 밀크티가 먼저 나옵니다.


호오. 층이 뚜렷하게 나뉘는 군요. 윗부분은 아마도 우유거품. 아래쪽은 밀크티인가봅니다.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단맛이 도는데 그렇다고 진하진 않습니다. 물론 제 입맛의 기준은 제가 만드는 차이에 맞춰져 있긴 합니다. 그게 기준이면 '밀크티'는 약간 맹맹한 맛이 날겁니다. 확신은 못하는게, 밖에 나가서 밀크티를 마시는 것은 최근 몇 개월간 거의 없었던데다 제가 만드는 차이는 저지방 우유(...)를 써서 만듭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니 이쯤에서 접고, 6천원 정도였다고 기억하는 아이스 밀크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애초에 기대치가 낮았으니까요.-ㅁ-;



위에는 가루가 뿌려져 있는데 시나몬가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나몬 향은 거의 나지 않았으니 찻잎일 가능성도 있을까요?; 찻잎이라면 저렇게 갈색이 아니라 검은색에 가까울텐데. 그럼 아닐지도 모르고..
하여간 티라미수가 나올 때까지 홀짝 홀짝 마시고 있었습니다.

참. 묘한데서 자기도 모르게 분석에 들어가는 것이 제 이상한 버릇중 하나인데 카페에 들어갔을 때 그릇이나 컵이 어디 제품인지 따져보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이스 밀크티 컵은 카페 뮤제오에서 본 보덤의 크바드런트 같군요. 확신은 못합니다.'ㅂ'; 맥주잔이긴 한데 용량이 500ml이니 저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 아니, 저 컵은 그것보다 조금 용량이 작으려나요?;



티라미수는 이렇게 커다란 접시에 나옵니다. 작은 접시보다는 큰 접시가 좋아요. 사각으로 잘리고 위에는 초콜릿을 사선으로 깎아 돌돌 말린 것이 장식으로 하나 얹혀 있습니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것은 위키. 창가 자리에 앉았더니 와이브로가 잡힙니다. 오오!)



재료는 꽤 고급으로 쓰는 모양이니 코코아 파우더도 발로나겠지요. 여기서 파는 아이스 코코아도 발로나 코코아로 만든답니다. 최근 가격이 올라 1kg에 21000원 정도 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살 때만 해도 15000원이었지요. 그리고 티라미수에 들어가는 치즈는 크림치즈가 아니라 마스카포네 치즈라고 합니다. 어, 사실 그런 걸 구분할 정도로 혀가 좋지는 않습니다. 크림치즈로 티라미수를 만들어 본 것이 한참 전 일이라 맛도 거의 기억 안나고 말이죠.-ㅂ-;



시트를 보니 시럽에 푹 젖은 것이 보입니다. 이쯤에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티라미수의 요건은 이렇습니다.

- 크림부분과 시트 부분의 비율이 적절할 것
- 티라미수라는 이름 그대로 상승감을 줄 정도로 커피 맛이 진할 것
- 많이 달지 않을 것

위의 티라미수는 세 가지 요건을 다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위의 기준을 적용할 정도로 괜찮은 티라미수였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른 곳에서 파는 티라미수는 애초에 느끼하거나 맛 없어서 위의 기준을 적용하기도 전에 탈락하니까요. 크림이 맛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위의 티라미수는 맛있긴 했는데 위의 조건을 하나 하나 대입하면 다 안 맞습니다. 제가 만드는 티라미수보다는 시트부분이 적었습니다. 시트가 적으면 느끼함이 증가할 수 있지요. 크림이 많이 느끼하진 않아서 괜찮긴 했는데 두 번째 조건에서 확 걸립니다. 커피향이 생각만큼 많이 나질 않았습니다. 혹시라는 생각에 시트부분만 살짝 떼어 맛을 보았는데 커피시럽인가봅니다. 시트가 굉장히 단데, 시럽 단맛입니다. 시트 자체가 단 것은 아닙니다. 시트에 시럽을 바르고 위에 커피를 다시 발랐거나, 그게 아니면 커피 시럽을 만들어 발랐거나 했을 겁니다. 색을 보면 전자인데 맛은 후자 느낌이네요. 어쨌건 커피가 진하지 않았고 그래서 커피향이 죽어 있습니다. 티라미수 본연의 맛과는 거리가 있는건가요.
마지막 조건은 그럭저럭 통과이지만 제 입에는 여전히 답니다. 커피가 충분했다면 전체적으로 달아도 커피 쓴 맛 때문에 균형을 잡을텐데 그걸 놓쳤다는 느낌입니다. 많이 달아서 입맛을 망치는 맛은 아니고 적절한 단맛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쌉쌀한 맛이 없으니 아쉽습니다. 거기에 절대적인 기준으로도 달지 않았나 싶은 건 티라미수를 한 입 먹고 나서 아이스 밀크티를 마셨더니 아무런 맛이 안납니다. 그 전에 느꼈던 은은한 단맛도 안나더군요.


그런 고로 여전히 제게는 제가 만든 티라미수가 제일 잘 맞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설탕도 팍팍 줄이고 커피도 아끼지 않고. 아, 물론 레이디 핑거는 자가제가 아니라 구입해다 쓰는 것이니 수입 + 공산품이지만 그래도 일반 시트로는 그 맛을 내기가 어렵더군요. 이전에 B에게 레이디 핑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만들어 써보았는데 그 맛은 안나더랍니다.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것은 다행입니다. 가기 전에 일부러 기대를 팍팍 줄이고 갔으나, 사실 들어가면서는 그 기대를 뛰어 넘어 대단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맛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정도는 아니지만 맛있다고 할만하네라는 생각은 들었고, 리뷰를 쓰고 있는 저는 거기서 티라미수를 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다른 디저트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그래도 재방문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람이 없을 때 가서 안쪽의 넓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뒹굴뒹굴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주방에 가까운 쪽은 뭔가 아기자기한게 재미있더군요. 어둡지만 그게 역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빈티지랄까, 그런 물건도 은근히 많았고요. 하지만 사람이 없을 때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ㅁ-;




쓰고 있자니 티라미수가 만들고 싶어집니다. 이번에 사온 코스트코 커피를 들고 티라미수를 만들어볼까 살짝 고민됩니다. 음식조절 문제만 아니면 덥석 마스카포네 치즈를 사올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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