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당이라는 이름의 샤브샤브집이 있다는 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몇 년쯤은 가뿐히 넘겠지요. 하지만 샤브샤브를 한동안 멀리할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쯤, 회식 때문에 2주 동안 같은 샤브샤브 집을 세 번 간데다 그 뒤에도 한 달 내지 두 달 텀으로 두 번을 더 갔더니 샤브샤브가 맛있다 한들 이제는 질렸다 싶었습니다. 저보다 윗 연배의 분들은 깔끔하고 편하다고 샤브샤브집을 좋아하셔서 사회 초년생인 저는 졸졸 따라가기만 했지만 그 뒤엔 샤브샤브의 샤자만 들어도 얼굴이 굳어졌지요.

그 때의 일이 마음의 상처가 되었는지 어쨌는지, 샤브샤브집에 먹으러 가자고 하면 내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싶어 홀랑 따라갔습니다. 여자 셋의 단촐한 데이트였지요.

일품당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왼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광화문역 1번 출구 길 건너편을 보면 있습니다. 세 사람이었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갔습니다. 자리가 없었다기 보다는 일부러 사람을 기다리게 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샤브샤브라고 해서 가운데 냄비 놓고 보글보글 끓여 먹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긴 뭔가 다릅니다. 호오. 개인 냄비를 두고 끓이는 것이로군요. 게다가 가스렌지로 가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렌지를 씁니다. 그렇다보니 테이블 상차림이 간편합니다.



기본 반찬입니다. 김치와 달콤한 맛의 절임. 아마 무였을겁니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덜어먹는 그릇입니다. 위쪽의 녹색 판은 테이블 일체형인 열판이고 그 위에는 무거운 냄비가 하나 올려집니다. 이게 샤브샤브 기본 세트입니다. 가격은 16000원. 나중에 봉사료 10%가 붙습니다.



듀시스님이 시키신 음식은 가격이 더 높은 세트였습니다. 고기의 종류가 달랐다고 기억하고요. 이건 그 세트메뉴에 딸려 나온 샐러드입니다. 쌉쌀한 무순이 있어 좋았습니다.>ㅠ<



테이블 오른쪽에는 서랍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 열판을 조절하는 리모콘이 붙어 있습니다. 가장 강하게 불을 올려놓고 있으면 저렇게 육수가 보글보글 끓습니다. 앞에 있는 두 개의 그릇 중 왼쪽은 달달한 땅콩소스, 그 옆은 새콤 달콤한 간장 소스입니다. 국물에 데친 채소와 고기를 취향대로 찍어 먹으면 됩니다.



이게 1인붙의 채소입니다. 만두 두 개도 있고 버섯도 듬뿍. 파와 쑥갓, 배추도 있습니다. 저는 채소부터 투하해서 아작아작 먹은 다음 고기를 조금씩 넣어 데쳐 먹었습니다.
위쪽에 보이는 동그랗고 검은 그릇은 스키야키용입니다. 그 옆의 고기도 스키야키 고기. 이쪽은 간장 소스를 자작하게 부어 거기에 양파를 올리고 기타 재료들을 넣어 간장에 굽듯이 데쳐(?) 먹습니다. 이쪽도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이쪽이 제 몫의 고기입니다. 위쪽에 보이는 것은 국수와 밥입니다. 그 옆은 세트 메뉴에 딸려 나온 음식이고요.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새 홀랑 잊었습니다. 아하하;


채소부터 시작해 맛있게 다 데쳐먹고 고기도 다 먹고 그 뒤에 칼국수를 넣어 먹고 하여 다 먹고 나자 디저트가 나옵니다. 어떤 디저트일까 싶었는데 의외네요.



팥앙금을 얹은 녹차 아이스크림입니다 게다가 저 팥앙금은 짤주머니에 모양깍지를 끼워 짠겁니다. 녹차와 단팥의 조화는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고 나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오랜만의 샤브샤브인데다 맛있게 잘 먹었고, 디저트도 좋았습니다. 각자 냄비를 차지하고서 원하는 대로 데쳐먹는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고기를 좋아한다면 고기를 먼저 먹고 채소를 먹어도 되고, 채소 익히는 정도도 마음대로 하면 되니 말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분위기 잡고 가족외식 한다 치면 나쁘진 않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다시 가고 싶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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