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귄, <보이스>, 시공사, 2009, 1만원
문형진, <인드라의 그물>, 로크미디어, 2009, 1만원

따로 빼서 리뷰를 하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편 모두 읽고 나서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좋아하는 장면만 골라보고 했을 정도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노블레스 클럽으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다가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확인은 했는데, 그 책이 마침 민소영씨의 다른 책들 근처에 있었던 겁니다. 거울성의 열쇠를 빌리려다가 그 근처에 있는 인드라의 그물을 보았고, 내용이 어떤지 대강 훑어 보고는 빌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최근에 폭독(爆讀)을 하는 바람에 읽을 책이 점점 줄어들어 빌리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졌다는 겁니다.-ㅂ-;
제가 책을 빌릴 때 대강 훑어 보는 것은 맨 앞 혹은 맨 뒤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맨 뒤를 훑어 보았는데, 문제가 해결되는 그 장면을 보고는 야가 야인가보다라고 어림짐작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얼개는 파악했다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방향이 좀 이상하게 갑니다? 그의 정체가 그것이라는 것은 알고 봤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헛짚은 겁니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야 제가 훑어 보았던 부분이 외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왜 그게 안 나올까라고 갸우뚱하며 책을 본 것도 당연합니다. 그걸 좀더 자세하게 풀어쓴다면 아래의 내용인겁니다.

외전은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최면술사와 교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최면술사를 따라다니는 고양이가 아난다의 환생이라고 등장합니다. 거기에 싯다르타도 따로 나오지요. 그래서 저는 본편을 읽는 내내 왜 고양이가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가와 데바의 현생이 왜 등장하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교의 전생이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관계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요.
그래서 본편 뒷부분의 해결은 꽤 충격을 받으며 보았습니다. 허허허.


하여간 인드라의 그물은 기본 전개가 불교와 환생,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른다 해도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간단한 주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고 불교 신화를 모른다 한들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야 불교 신화를 간단히 알고 있고 싯다르타-부처의 일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니 더 재미있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이글루스 밸리에서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은 신인작가가 쓴 소설이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딱 하나, 본편 뒤에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그야말로 사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이 없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외전은 관계가 없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노블레스 클럽의 다른 책에도 흥미가 생겨서 볼테르의 시계도 빌려 왔습니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도 도서관에 신청해두었으니 들어오면 빌려봐야지요.


보이스는 기프트를 대강 훑어 본 다음 파워와 함께 빌려왔습니다. 하지만 영 손이 가질 않더군요. 기프트 내용 자체가 그닥 취향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앞 뒤 내용만 보고 난 다음에 흥미가 생겨서 보이스와 파워를 함께 빌리게 되었습니다. 단, 빌려 놓고도 같이 빌린 다른 책들을 다 보고 난 뒤까지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도서를 반납하는 날은 읽을 책이 없길래 보이스를 꺼내놓고 읽기 시작한 겁니다.
아놔.
르귄 여사님.ㅠ_ㅠb
보지 않고 넘어가려 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시다니 말입니다. 흑, 안 보았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뻔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워를 보지 않고 그냥 반납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표지를 아주 제대로 뽑은 덕에 서부해안 삼부작은 책에 손이 가질 않았고, 기프트도 그 척박한 분위기 때문에 앞 부분과 뒷 부분의 몇 장만 읽고 중요한 부분은 뛰어 넘었습니다. 보이스는 한참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 부분을 조금 읽고는 계속 읽기로 결정한 것은 그 소재 때문입니다. 소재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한 것이 바로 책이었으니까요. 활자중독자라기보다는 책 중독자에 가까운 저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하지 않을 수 없고 거기에 책이 이야기 열쇠이니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프트도 그렇군요. 책이 중심 소재는 아니지만 열쇠 중 하나입니다. 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책을 보고 익힙니다. 그리고는 그 자신이 책이 되지요. 음유시인이란 존재는 몸에 책을 담고 그것을 입으로 전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이 되었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책을 쓰기도 하고요.
활자로 찍기도 하지만 필사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세계다보니 파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봅니다. 보이스를 다 읽은 것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파워도 읽고 싶어지지 뭡니까. 르귄여사의 책은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서 좋아하지 않지만-그래서 손 대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취향에 맞는 책일줄은 미처 몰랐으니 반납을 했다 한들 어쩔 수 없지요. 그저 다음에 도서관에 갈 때까지 파워가 대출되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서부해안 삼부작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중심 소재 중에 책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들의 정신세계를 넓히는 존재에는 그들을 보호하는 어른말고도 책이 있으니까요. 오렉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책, 갈바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책, 자유를 호소하는 시인 오렉의 책. 물론 책을 읽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가 스며 있다고 생각합니다.'ㅅ'


인드라의 그물에서도 책은 중요 소재중 하나입니다. 보통 책이 아니라 경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 연애소설도 있긴 하지요. 그 누가 연애소설에 홀딱 빠져 있다가 사고를 친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후훗.




중구 난방 감상글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서부해안 삼부작은 꽤 볼만할겁니다. 저는 보이스를 한 번 더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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