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는 상당한 마당발입니다. 뭐, 인간관계가 무진장 좁은 제가 마당발이라고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는 어떨지 모릅니다. 아는 사람 중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넓은 사람도 있긴 한데 그쪽과 비교하면 G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어쨌건.;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카페 바리스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그 분과 같이 놀다 오더니만 그 분이 운영하는 카페 메뉴가 이제 곧 바뀐다 하더라, 바뀌기 전에 가야한다고 저를 부추겼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화요일에 오르그샵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오르그샵 매니저을 하시는 분이 G와 아는 사이였던 겁니다.-ㅁ-; 이글루스 밸리에서 볼 때만 해도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퇴근시간이 훨씬 빠른 저는 집에 잠시 들러서 씻고 압구정으로 향했습니다. 지도로 대략적인 위치만 파악하고 나왔는데 G도 위치 파악을 전혀 하지 않았더군요. G를 타박하며 대략 이쯤이다 싶은 장소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찾기는 쉽더군요.



압구정 로데오 길이라고 장식물 해둔 곳으로 걸어들어가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죽 가다보면 있습니다. 루피시아 맞은편 골목 근처인가 싶더군요. 확인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화요일 오후 저녁이었는데 압구정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G 말로는 상권이 아래쪽-디자이너스 클럽과 도산공원 방면으로 이동했다는데 그래서인지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주말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날씨 좋은 날에, 비 예보도 없는 저녁이었는데도 이정도면 좀 그렇군요.
그래서 인지 오르그샵도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들어가면서 홍대에 있어야 하는 카페가 생뚱맞게 압구정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위기는 정말, 상수역 주변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으면 딱이다 싶었거든요. 카페가 있는 골목이 꽤 넓었고, 카페 앞의 자리도 넉넉하게 있어 앞은 테라스를 만들었습니다. 테라스를 구분하는 것은 낮은 화단인데 나무로 만들었고 채소를 키우고 있더군요. 허브도 있을거라 추정됩니다. 제가 제대로 본 것은 방울토마토였지요. 사진을 찍을까 망설였는데 테라스 쪽에 사람들이 있어서 그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카페 안은 판매 상품 진열장과 카페 테이블로 나뉘어 있습니다. 딱히 나뉘어 있다기 보다는 양쪽이 섞여 있지요. 판매 상품들의 진열장이 있지만 그 바로 옆에 테이블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습니다.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물건이나 공방에서 만든 물건들까지 여럿 보이더군요. 특히 G는 취향에 맞는 물건이 많아 고생했습니다. 연필이라든지, 펠트로 만든 연필홀더라든지 말입니다. 제가 찍어 놓고 보고 있던 것은 아기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소꿉놀이 세트였습니다. 나무로 만들었는데 매끈매끈하니 좋더군요. 입에 넣고 빨아도 별 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세트 가격은 나름 합당-98000원이었던가요;-하지만 핑계대고서라도 사면 분명히 이번 벼룩시장 같은 곳에 나오게 될겁니다. 빤히 보이니 못사죠. 그래서 마스코바도 설탕 500g 한 팩으로 참았습니다. 공정무역 설탕이 2900원이면 싸지요. 집에 남은 브라질 유기농 설탕이 얼마 남지 않아 비스코티 제조할 때마다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잘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음놓고 써도 됩니다. 그래봐야 비스코티 만들 때 들어가는 설탕양은 대략 30-60g. 오래 쓸겁니다.


촛점이 안 맞았는데 테이블입니다.; 벽쪽에서부터 죽 내려와 고정된 테이블. 모양이 재미있지요. 의자는 평범하지만 거기에 커다란 쿠션이 하나씩 놓여 있으니 쿠션을 좋아하는 저나 G는 살판났습니다.
인테리어는 녹색이 주조라 낮에 오면 기분 좋게 뒹굴거릴 수 있습니다. 저녁 때 갔더니 어둑어둑해서 발랄한 풀색 분위기가 안 살더군요. 아늑해서 좋긴 하지만요.




이차저차해서 주문한 메뉴는 샐러드에 비시소와즈, 음료가 추가되는 세트메뉴입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7천원, 카페라떼는 7500원인데 아이스로 주문하면 500원 추가됩니다. 저는 핫초콜릿이 마셔보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특별히 세트에 넣어 주시더군요. G 덕분이었습니다.-ㅂ-



G가 시킨 것은 아이스 카페라떼의 세트 메뉴입니다.
아이스 카페라떼는 아마 카페에서도 팔고 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쓸겁니다. 기억이 맞다면 동티모르의 커피일겁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 3종-히말라야, 안데스, 킬리만자로였나요?;-도 팔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파는 것은 동티모르로 기억합니다.
딱 한 입 맛 보았는데 아직 우유와 커피가 섞이지 않아 제대로 맛 봤다고는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썼습니다.-ㅁ-; 제대로 섞어서 한 번 맛볼걸 그랬네요.




샐러드에는 발사믹식초 드레싱이 뿌려져 있고 토스트한 식빵이 올라 있습니다. 샐러드를 다 먹고 남은 발사믹 소스에 찍어먹으니 맛있습니다. 수프를 발라 먹어도 맛있고요.





비시소와즈는 저도 이름만 듣고 처음 보았습니다. 런치의 여왕에 등장한다는데, 매니저님이 드라마를 보고 홀딱 반해서 한 번 만들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레시피를 찾아 만든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서 그와 유사하게 제작한 겁니다. 감자와 양파, 브로컬리가 들어간 것으로 추측되는데 굉장히 걸죽합니다. 스프레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예요. 간은 본인 입맛에 맞게 하도록 후추와 소금이 따로 나옵니다. 저는 간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홀랑홀랑 먹었습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 않지만 재료는 듬뿍 들어가서 그런지 상당히 배가 부르더군요.

개편된다는 메뉴는 아마 이 세트메뉴일겁니다. 7월 중순 이후부터 바뀐다고 해서 서둘러 다녀왔지요. 다녀온 것이 그러니까, 이번 화요일이었나요. 시간이 그것밖에 안 되었나.;



핫초콜릿은 역시 공정무역 초콜릿이라는 말에 홀랑 넘어갔습니다. 이날 카페인을 과다 섭취해서 가능한 커피 카페인을 피하려고 했는데 마침 핫초콜릿이 보이더군요. 코코아가 아니라 초콜릿을 썼다고 하니 맛보았습니다.
베이스는 다크 초콜릿일겁니다. 쌉쌀하니 달지 않아 좋았습니다. 달지 않은 핫초콜릿은 오랜만에 마셔보는군요. 그야말로 핫초콜릿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거기에 우유거품을 따로 내서 섞은 것이 아니라 함께 섞은 다음에 거품을 낸 것 같습니다. 핫초콜릿에 올라간 거품이 짙은 갈색이었거든요.
하지만 위에 올라간 마시멜로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마시멜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맛있는 핫초콜릿에는 다른 것을 안 올려도 좋지요. 아니면 아예 불에 살짝 그을린 커다란 마시멜로 하나만 올려 놓는다거나. 욕심이 과했나요.

(마시고 나서 집에서 만든 맛과 비슷해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살짝 가려둡니다.;)

다 먹고 나서 따로 시킨 것이 있었습니다.


팥빙수. 이번 카페 방문의 주요 목적이기도 합니다. G와 카페매니저님이 모 카페에 갔는데, 비싼 팥빙수를 시켜 놓고 보니 맛은 괜찮지만 양이 적더랍니다. '우리 카페에는 이보다 더 많고 맛있는 팥빙수가 있어'란 말에 G가 홀랑 넘어갔던거죠. 후후후. 그래서 팥빙수를 좋아하는 저도 홀랑 넘어간 것이고 말입니다.

그릇크기가 꽤 큽니다. 이정도 그릇이면 보통 우동그릇으로 쓰지 않던가요. 비교 대상을 놓고 찍어볼 걸 그랬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붉은색 하트는 얼음입니다. G에게 넘겨줘서 저는 맛보지 못했지만 허브티를 얼렸다는군요. 붉은색으로 보아 히비스커스계통이 아닐까 합니다. 단단히 얼어서 팥빙수를 싹싹 긁어 다 비울 때까지 녹지 않았는데 둘이서 팥빙수 나눠먹고 하나씩 물고 있으면 좋겠지요.
(얼음을 못 먹은 이유는 뒤에 적겠습니다.)



이것은 뒤태. 아이스크림은 나뚜르 바닐라입니다. 아이스크림과 팥빙수 전체에 뿌린 갈색의 시럽은 꿀이 아니라 조청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스크림에 올라간 조청은 포크로 찍었더니 그 모양 그대로 굳어 있더라고요. 먹어보니 은은하게 달면서 조청 특유의 맛이 납니다. 쉽게 말해 엿맛입니다.-ㅠ- 나쁜 의미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얼음을 갈고, 그 위에 우유를 붓고, 직접 조린 팥을 얹고-팥이 많이 달지 않습니다. 인사동 어드메에서 먹었던 빙수는 비비빅맛이 낫더랬지요-떡을 뿌리고. 떡은 만든 건지는 모르겠는데 질긴 떡이 아니라 말랑말랑하니 먹기 좋습니다. 그리고 콩가루도 좋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진에도 잘 보이는 작은 알갱이입니다. 현미 튀긴 것이라 하는군요. 뻥튀기의 식감이 아니라 아작아작 씹히는, 재미있는 식감의 과자입니다. 누룽지를 튀긴건가 싶기도 한데, 기름기가 돌지 않으니 구웠거나 뻥튀기처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온 고압으로 만든 것이요.



팥과 콩가루와 조청과 말랑한 떡과 현미튀밥의 조합. 처음 먹어보았지만 홀딱 반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얼음이었습니다. 우유가 더 들어갔더라면 좋았겠다 싶더군요. 얼음들이 서로 엉겨서 잘 풀어지지 않았거든요.

아니,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근 몸관리를 소홀히해서 그런건지, 흡족한 마음으로 팥빙수 세 숟갈을 먹었을 때 이가 징~하고 울려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스크림 먹고 나서 이가 시려서 아이스크림도 포기하고 멀리한지 어언 몇 주건만, 팥빙수도 같은 증세가 보입니다. 사실 수박도 그래요. 냉장고에 들어간 수박도, 몇 조각 먹으면 이가 시려서 잠시 쉬었다 먹어야 하거든요. 으어어어억.;ㅂ; 그래서 달달한 팥과 콩가루와 말랑한 떡과 튀밥의 조화는 조금씩 밖에 먹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서도 이렇게 팥빙수를 해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리죠. 재료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식이조절의 문제랍니다. 하하하. 팥을 조려 놓으면 꼭 제가 다 먹거든요. 그러니 맛있는 팥빙수집을 찾아가 섭취해야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오르그샵 카페에 대한 총평은 간단합니다. 집에서 가기 쉬웠더라면 자주 갔을텐데요. 압구정이 아니라 홍대에 있었떠라면 더 좋았을 카페라고 생각합니다. 압구정에 자주 가시는 분이라면 단골삼아도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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