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열흘 묵은 글감은 이게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엊그제 올린 글감들은 아직 손도 못댔으니 분발하겠습니다.


태그에 괴식을 넣은 것은 마지막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시점과 연관이 깊습니다.

그러니까 6월 초쯤의 일입니다. 일본에서 사온 코바늘을 찾고 있던 G는 정리할 겸 해서 털실이 들어 있던 종이 봉투를 홀라당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이것이 나왔습니다.



신주쿠 다카시마야 지하에서 사온 와플 과자입니다. 맛은 메이플맛. 와플처럼 찍힌 모양에 귀엽기도 해서 선물로 팀에 뿌리겠다며 사왔는데, 역시 일본에서 사온 털실 뭉치 사이에 넣어두었다가 까맣게 잊고 이제 발굴한 겁니다. 이게 발굴이라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상미기한 2009. 3.15. 다행히 3개월은 안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이 글감을 올린 날이 6월 13일, 찍은 것은 그 전일 것이니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확실하든 아니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상미기한이 지난 것은 확실하니까요. 유통기한도 아니고 상미기한인데다, 보존 방법을 차갑고 어두운 곳-냉장고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은 방 안에 계속 있었습니다. 구입일은 기억이 맞다면 작년 말입니다.(...)

G: 어, 이거 먹어도 되나. 2009년 3월 15일까지인데.
K: 나 줘. 과자니까 그렇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지만 탈 나면 그런거지.

그리하여 저 와플 과자는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 주 주말 아침. 코코아 한 잔과 코스트코 제 블루베리 베이글과 수박과 와플을 준비합니다. 물론 이것 전부가 제 아침인 것은 아닙니다. 와플 과자는 몇 개만 먹어볼 생각이었지요. 기왕 밥상 차려 사진 찍는 것, 한 번에 사진 찍어두자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ㅂ'



메이플 맛이라던데 살짝 향이 나긴 납니다. 와플은 메이플 시럽이 제격이니 흐뭇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는 한 입 베어뭅니다.

...

음, 나쁘진 않네요. 생각하던 식감이 아니라 조금 당황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전 와플처럼 폭신폭신한 맛을 기대했는데 이건 와플 과자라 그런지 바삭합니다. 버터링 쿠키를 먹는 느낌인데요. 와플을 많이 구웠다거나 액체의 양을 줄였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모양만 비슷하지 제조공정이 완전히 다를 거란 생각입니다. 버터 쿠키의 맛이니 제 취향에서는 살짝 벗어난데다 달달해서 고이 뚜껑을 덮어 G의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먹고 나서 24시간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니 괜찮다고 생체실험을 대신한 셈이고, 그래서 아직도 G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닥달해서 4개월은 넘기지 않도록 해야지요. 다른 사람과 같이 먹을 거라고 하면 아래 스티커는 살짝 떼고 들고 나가라고 해야겠습니다. 하하.
(혹시 '다른 사람'이 이 글을 읽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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