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우님께 도넛 공장의 핫초콜릿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는 벼르기를 몇 개월.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다녀왔습니다. 그날 무기력증이 상당히 심해서 집에 기어 들어가 뻗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안가면 언제 가랴 싶어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도넛 종류가 적어서 신기했습니다. 던킨이나 미스터도넛처럼 이런 저런 다양한 도넛이 많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아, 훨씬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처음 매장에 들어갔을 때 떠오른 것이 생각보다 매장크기가 작다, 생각보다 종류가 적다, 가격은 그럭저럭이다였습니다. 도넛이라 생각하고 가격을 보면 비싸지만 도넛이 아니라 그냥 빵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뭐, 그냥 저냥 합당하지요. 제가 고른 것이 도넛이 아니라 시나몬롤 비슷하게 생긴 빵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이 빵은 모 빵집이 사라진 뒤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거든요. 던킨에 비슷한 것이 있지만 비슷하기만 하지 같진 않습니다.


쟁반이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리스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올려진 핫초콜릿컵과 빵. 제가 고른 것은 아마 시나몬이었을겁니다.



발로나 핫초콜릿이 아니라 외우기 쉽지 않은 복잡한 이름의 핫초콜릿 음료입니다. 핫초콜릿과 아이스초콜릿의 두 종류가 있고 그 외엔 비슷한 음료가 없으니 찾기는 쉽습니다. 한 잔에 4천원. 비싸게 느껴지지만 한 입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두 입 마시고, 그리고 또 약간 식혔다가 홀짝거리면서는 4천원이 절대 비싸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뜨거워서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 김 식고 나니 걸죽하면서도 진한 것이 제대롭니다. 우와. 스타벅스에서 톨 사이즈의 핫초콜릿을 먹느니 300원 더 보태서 이걸 마시겠습니다. 사람을 홀리는 맛인걸요.
게다가 그리 달지 않아서-물론 옆의 빵이 달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마시기도 좋습니다. 아이스로 마시면 상당히 다른 질감의 다른 맛 음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래도 전 뜨거운 것이 좋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만들지만 그게 좋아요.



시나몬빵도 괜찮습니다. 가끔 시나몬롤이 땡기면 가서 사다먹지 않을까 싶더군요. 도넛이라기보다는 그냥 담백한 빵에 달달한 소스를 듬뿍 부은 맛에 가깝습니다. 흰빵이 아니라 통밀빵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어쩌면 시나몬 때문에 색이 진해져서 그런지도 모르는데 빵 맛 자체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나서 바로 썼다면 자세히 쓸 수 있었겠지만 이미 밀린 글인걸요. .. 그래봐야 일주일 밀렸지만.;



이날 먹고 나서 버스를 타기 위해 명동 가츠라 앞으로 걸어올라가는데 아까부터 계속 귀에 맴돌았던 뿜빠뿜빠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명동 CGV 앞에 밴드가 있더라고요. 편한 복장을 입은 외국인들이 단체로 연주를 하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익숙합니다. 잠시 뒤, 지휘자의 호령하에 일사분란하게 명동 거리를 올라갑니다. 시간을 못잡아서 사진 찍는 것이 조금 늦었더니...



웃. 꽁무니도 안보이는군요.


버스를 타고 청계천 가기 전에 있는 국민은행을 지나면서 그 밴드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드럼라인! 헉! 국민은행 앞에 드럼라인 광고 버스가 세워져 있었거든요. 아마 공연을 앞두고 선전 겸 거리 퍼포먼스를 벌인 모양입니다. 드럼라인이라고 하면 동명의 영화가 생각나는데 그 마지막 공연과 이 때 들었던 음악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드럼라인 같다 싶었는데 실제일줄은 몰랐습니다. 체력 고갈만 아니면 따라 올라갔을 건데요.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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