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네 술집은 집 앞 술집입니다. 갓 생겼을 때부터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한 것이 한참 전부터의 일이고, 식이조절 때문에 저녁에는 못 먹으니까 그냥 그림의 떡으로만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G가 말했습니다. 이씨네 술집이 낮 동안에는 커피집이라고요. 정보를 입수하고 이번엔 몇 주 만에 가보았습니다. '낮에만 커피집'이 생긴지 한 달 안의 일이었을겁니다. 비교적 최근 정보라는 거죠.;

아, 이씨네 술집은 혜화로터리에 있습니다. 성대입구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혜화로터리 쪽으로 걸어 올라오다가 현대자동차를 지나면 바로 있습니다.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셨다면 4번출구로 나와 배스킨라빈스 왼쪽 편의 길로 죽 올라오다가, y자 갈림길에서 다시 왼편으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그리 멀지 않지요.

이 사진을 보면 대강 감을 잡으실지도? 저 빨강 간판의 부동산을 검색하셔도 되겠지요.
'낮에만 커피집'이라 달린 작은 간판 아래에는 티라미수, 판나코타, 쿠키, 스콘이 가능하다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날 준비하는 상황에 따라 다른 건지, 제가 간 날에는 쿠키와 스콘만 있었습니다. G가 폭주태세라, 쿠키와 스콘 모두 시키고 커피도 각각 한 잔씩 시킵니다.


들어가면 자그마한 나무 탁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제가 앉은 곳은 그 중 가장 큰 탁자입니다.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한 권으로 읽는 한국의 뭐~(민담인가 공포인가..)는 카페에 비치된 책 중 한 권입니다. 카운터 아래의 바 탁자에 책이 죽 꽂혀 있더라고요.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아담한 분위기입니다. 부엌은 열려 있지만 카운터 부분이 조금 높게 되어 있어 탁자에 앉으면 조리하는-커피집에서는 드립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벽에는 프라이팬이 걸려 있어서 여기의 본래 용도(?)를 보여주고 있지요. 아, 프라이팬 옆 선반에는 조미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기가 술집이라는 분위기를 팍팍 내보이는 것은 선반에 올려진 술입니다. 일본술 한 되 들이 병이 주르륵 늘어서 있거든요.

독특한 것은 출입구 가까이에 있는 세면대입니다. 커피집(원래는 술집) 안에서 손을 씻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카운터 위에는 커피콩을 담은 투명한 단지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카운터 보시는 분은 한 분. 그 분이 계산부터 정리까지 모든 걸 맡아 하시나봅니다. 그래서 커피 주문하고 나서도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어, 근데 내가 뭘 시켰더라..?)
아마 제가 콜롬비아, G가 코스타리카를 시켰을겁니다. 진한 커피를 좋아해서 진하게 해달랬더니 우와! 사진 색 그대로입니다.; 아주 진합니다. 진하다 못해 이건 사약...; G의 커피는 그보다는 연하지만 상대적인 기준이고 그냥 마셨을 때는 조금 진하지 않나 싶습니다.

커피맛은 미묘. 진하게 나와서 감이 안왔는지도 모르지만 원산지 커피 특유의 맛이 확 튀어오른다거나 강렬한 맛이라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무난한 커피맛이란 생각인걸요. 하지만 커피나 곁다리 메뉴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커피가 한 잔에 4천원이었을겁니다. 거기에 쿠키도 싸고 스콘도 싸고. 대학로에서 이정도 수준의 가격이면 저렴하죠.


쿠키나 스콘은 수제일 거라 생각하지만 딸기잼과 버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스콘을 손으로 뚝뚝 잘라 잼을 듬뿍 얹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스콘은 단단하고 바삭한 느낌입니다. 스타벅스 스콘은 상대적으로 빵같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폭신한 질감인데 이건 바삭한 느낌. 이날 쿠키는 버터링 쿠키인데 약간 질기달까, 그런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커피에 곁들이기엔 좋지요. 후후후후후후후~.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커피도 싸고 무난한 맛입니다. 종종 놀러가지 않을까 싶네요.>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