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뒹굴거리다가 문득 커피 생각이 났습니다. 주로 마시는 커피는 선물로 받은 에스프레소 커피와 아버지가 사오신 베트남 커피인데, 그것 말고도 뭔가 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 이상의 커피는 없을건데라고 생각하며 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 가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커피가 하나 있었던 겁니다. 지난 일본 여행 때 공방 선물로 다른 커피들을 사오면서 함께 가져온 인도네시아의 토라자. 중배전으로 추측되는 그 커피가 그대로 밀봉된 채 남아 있던 겁니다. 어머나.


토라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전에 올린 글에 있으니 넘어갑니다. 구입처는 신주쿠 루미네 지하 2층에 있는 기린 커피. 키린이라 적는 것이 맞을지 기린이라 적는 것이 맞을지 조금 헷갈리는군요. 신주쿠 남쪽 출구 근처에 루미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그걸 타고 내려가면 와타시노헤야 등의 가게가 둘 나란히 있고, 에스컬레이터 뒤쪽에 커피집이 있습니다. 커피향이 솔솔 나니 위치를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다행히 가져온지 한 달 되지 않은 시점이니 마시기는 괜찮습니다.(다시 말해 이 사진은 한참 전 사진이란 것;) 서둘러 커피밀을 꺼내고 커피를 꺼냈습니다. 커피는 진공 밀봉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향이 날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요. 배전 시기를 적어두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구입 시에 일주일 내외였을테니 아마도 괜찮을 겁니다. 그러니 밀봉 포장을 뜯고 커피가는 기구에 콩을 와르르 쏟아 적당히 계량한 다음 갈아냅니다.
커피잔은 어떤 걸 쓸까 했는데 집에 있는 가장 만만한 것이 위타드의 커피잔입니다. 어흑. 앞으로는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커피잔.... Sharing a cuppa라는 말대로 같이 마실 사람은 없지만 혼자서 즐기면 그만입니다. 훗.



중배전이라 생각했는데 내리다 보니 또 커피가 진합니다. 하지만 맛을 보니 알겠네요. 마셔본지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둥근 향이 입에서 확 퍼졌다 가라앉는 느낌? 신 맛이 강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속껍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내린 탓이 클거라 생각합니다. 잡맛이 들어간 느낌이라..-ㅁ- 100% 제 취향은 아니지만 맛있는 커피였습니다. 어쨌건 꿈의 커피를 만나기는 쉽지 않겠다란 생각이 드네요. 자금이 허락하면 빈스서울에 가서 취향의 커피를 또 사와야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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