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마야에 타마고야가 있었다면 일본에서 푸딩 먹기는 아주 간단하게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타마고야가 사라진 이상, 다른 집의 푸딩이 제 입맛에 딱 맞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고 거기에 일본에서 푸딩 유행이 끝난건지 지하 식품매장을 열심히 돌아다녀도 맛있어 보이는 푸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세탄 지하에서 아주 다양한 종류의 푸딩을 파는 가게가 있긴 했는데 그냥 손 떼고 퇴각했습니다. 여행 다닐 때 눈에 들어오는 먹거리는 그 때 집지 않으면 영원히 못 만날 가능성도 있으니 아마 그 푸딩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섭니다.

어쨌거나.
하네다 공항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다니던 와중-아주 옛날에 들었던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매장을 찾는 것도 목적 중 하나였지만 없었습니다. 철수했나봅니다;-눈에 띄는 선물용 과자가 있었습니다. 도쿄 바나나와 같은 곳에서 나왔나본데 도쿄 타마고란 것이 있더라고요? 이름은 여러 차례 들었으니 맛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최소 단위가 5개 구입 세트입니다. 짐이 많으니 남겨서 들고 오는 것은 질색인데 그렇다고 둘이서 5개를 나눠 먹는 것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 때 그 옆에 있는 다른 간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하여 고마타마고. 달걀 모양의 검은색 푸딩이랍니다. G가 그걸 보더니 맛이 궁금하다며 하나를 덥석 집어 드는군요. 한 손에 덜렁 덜렁 들고 앉아 먹을 곳을 찾아 움직이다가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테이블이 비어 있더군요. 룰루랄라 자리를 향해 가던 도중 파스텔 매장을 발견합니다. 파스텔 푸딩은 먹어본지도 오래되었고 여기는 딱 기본의 맛을 내니까라며 G를 먼저 자리잡으라고 보내 놓고 하나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그 테이블을 내놓은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합니다. 테이블 바로 앞의 매장은 키하치였거든요. 아이스크림 선데를 구입해 왔습니다. 키하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군요. 맛있다는 이야기는 2003년부터 들은 것 같은데 왜 이제야 먹게 되었는지도 참 신기합니다.-ㅁ-;0


푸딩을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 끝에 만난 간식들입니다.
하늘색 로고의 투명 뚜껑이 파스텔, 그 옆의 독특한 상자가 도쿄 타마고와 같은 집 식구인 고마 타마고. 앞 쪽이 딸기 아이스크림 썬데입니다.



아래는 콘 플레이크를 깔고 딸기를 직접 갈아 만든 퓨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고 맨 위엔 딸기로 장식했습니다. 초콜릿 바나나 선데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G가 선데는 당연히 딸기라고 해서 주문했습니다. 사실 딸기가 제철이 아니라 조금 걱정하긴 했지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 따위는 없었습니다. 키하치의 아이스크림은 훗카이도산 우유를 쓴다고 했나요. 우유맛 그대로인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사르륵 녹으며 천상의 길로 안내를 하고 더이상 다른 아이스크림은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새콤한 딸기 퓨레와 함께 행복을 만끽하며 선데를 먹습니다. 키하치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하도 그러길래 실망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던 겁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키하치의 아이스크림이 이정도라면 훗카이도의 다른 아이스크림은 또 어떨지 기대됩니다.


고마 타마고 푸딩. G가 이걸 산 이유는 케이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뚜껑을 열면 저렇게 접힌 숟가락이 나옵니다. 숟가락을 들고 푸딩을 먹을 준비를 마칩니다. 그리고 저 탱글탱글한 표면으로 숟가락을 찔러 넣고 한 숟갈 떠서 먹으면..



응? 아래에 검은 소스가 있습니다? (이상 G의 반응;)
그러니까 아래 쿠로고마=검은깨 소스가 깔려 있고 그 위에 파스텔 푸딩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달걀 푸딩이 있습니다. 문제는 저 검은깨 소스 입니다. G는 검은 색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검은 콩도 좋아하지 않고 팥도 좋아하지 않고 검은 깨는 물론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럴 진대 검은깨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며 입안을 약간 까끌까끌하게 만드는, 달콤한 검은 깨 소스는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G에게 검은 깨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짭짤한 깨고물을 만들어 인절미 고물로 먹는 것이겠지요. 그런 고로 검은 깨 푸딩은 한 숟갈 먹고 아래의 검은 깨 소스를 보는 순간 두 손을 들었습니다.


파스텔 푸딩. 아래는 캐러멜 소스가, 위는 커스터드 푸딩이 있는 딱 푸딩 맛의 푸딩입니다. 푸딩맛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 맛 그대로입니다. 부족한 푸딩수치를 채워주었지요.-ㅠ- 그리고 검은 깨 푸딩에 케이스만 보고 속았던-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G는 고마가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일어를 모르면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요;-G는 이 푸딩을 먹으며 입을 달랬습니다.

저야 검은깨 푸딩도 나쁘지 않았고 파스텔 푸딩도 좋았고 키하치의 아이스크림 선데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말은 해도 검은깨 푸딩이나 도쿄타마고나 앞으로 사와서 먹을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고소한 맛도 있고 검은 깨도 들어가 있지만 부모님께 선물로 사오기에는 지나치게 답니다. 신기한 것을 가져온다고 하면 또 괜찮겠네요.






뜬금없는 소리지만 이제 폭탄을 투하할까 말까만 결정하면 됩니다.'ㅂ' 투하여부는 이번 주 내로 판가름 나겠네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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