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 최근에 꽤 책을 많이 봤는데도 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까요. 이런...;

앤 패쳇, <벨칸토1-2>, 민음사, 2006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2권 마지막의 20장 남짓만 훑어 보았지요. 대강의 스토리라인은 책 소개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기에 마지막 이야기가 그리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더듬어 생각해보니 실화에 바탕을 둔다는 것은 그런 폭탄을 안고 갈 수 밖에 없군요.
스톡홀롬 신드롬과도 연결되어 있겠지만 이쪽이 더 가슴아픕니다. 그래서 아마 읽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애매하지요;)

홍지연, <시간이 만든 빛의 유혹 - 앤티크 주얼리>, 수막새, 2006
내용 소개를 보고 홀랑 반해 집어든 책입니다. 눈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아무 액세서리나 못하고 다닐 가능성이 있지만 저야 원래 달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니 눈만큼은 확실하게 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전의 여러 주얼리들, 영국의 주얼리들, 그리고 아르누보나 기타 예술운동들의 영향을 받은 주얼리들.
꼭 비싼 보석이 들어가야 멋진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과 그 속에 담긴 의미겠지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치바>, 웅진지식하우스, 2006
간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봤습니다. 사신이 소설 혹은 만화의 주제가 된 것은 많지요.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존재로 그린 것은 많지 않습니다.(데스노트에서 등장하는 사신들은 혐오쪽.) 이 소설에서의 사신은 수명을 다 하기 전에 사고로 죽는 사람들에게 찾아와 그가 "죽어도 괜찮은가"에 대해 가불 판정을 내립니다. 대개는 可를 내린다는군요. 일을 대강대강 하는 사신들은 可로 결정 내려 놓고 음반매장에서 종일 음악을 듣는다는데 말이죠, 치바는 자신이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말하지만 글세요. 그건 읽어보고 판단해주세요.
기나긴 세월을 돌아 인간계로 슬쩍슬쩍 놀러오며 "인간보다는 음악이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말하는 사신들. 원래 음반매장에는 1년에 한 번 갈까말까 했는데 이제는 종종 들러서 음악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 중에 분명 사신이 있을테니까요.
(만난다고 해도 나랑은 관계가 없을테니 알면서도 슬쩍 모른척 해주는 센스가 필요하겠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만 골라 읽었지 장편소설은 유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 한 권도 보지 않았습니다. 무섭다고 할까요. 너무 깊어서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도쿄기담집을 읽고는 꽤 마음에 들어서 좀더 앞서 나온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을 꺼내봤습니다.(꺼내기 전까지는 이게 단편집인줄도 몰랐습니다;)
은근히 재미있었습니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는 기쁨도 컸지요. 생각보다 읽기 편했고, 감각도 독특했고, 미묘한 잔상이 남는 소설들이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간만에 먼 북소리를 다시 읽고 여행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집에 있던가요...?


현암사에서 나온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시리즈 중 몇 권을 올 여름 독파 계획에 올려놓았습니다. 대원사에서 나온 목가구도 독파는 해야하는데 책이 너무 무거워서 차마 들고 다니며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아서요. 이건 집에서 봐야하는데 집에서는 마비노기에 열중해 있어서 가벼운 책 아니면 읽기가 어렵습니다. 목가구는 공부하며 봐야 하는 책이니 날잡고 천천히 읽어야 겠지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천연염색을 먼저 볼까요, 아니면 서양음식을 먼저 볼까요, 그도 아니면 우리 한지를 먼저 볼까요. 즐거운 고민중입니다.(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생각을 하면 암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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