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마일즈의 전쟁>, <보르 게임>, 행복한책읽기, 2007,각각 14000원, 15000원
<Happy SF 2호>, 행복한책읽기, 2006, 12000원


셋다 마스터님께 빌렸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서 빌려가실 분~하시길래 제가 잽싸게 낚아챘(...)는데, 두꺼운 책으로 세 권이나 있다보니 갖다 놓고도 손이 안가더군요. 한참만에 첫 번째 이야기인 마일즈의 전쟁부터 손을 댔는데 말입니다, 책이 꽤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그날 끝냈습니다. 그 다음날은 Happy SF 2호를, 그 다음날에는 보르 게임을 마저 읽어서 하루 한 권씩 읽어내는 기염을 토한 겁니다. 출퇴근 시간과 모든 쉬는 시간을 다 이 책들 읽는데 쏟았습니다.
추천 대상(?)은 첫비행님과 티이타님. 만월님도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만월님 책 취향은 아직 파악 못했다능..;ㅂ;)

감상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적어보지요.







이쪽은 제대로 된 감상입니다.




그러니까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내용을 하나도 말하지 않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하여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유머 그 자체입니다. 마일즈의 전쟁을 보는 내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웃고 싶었지만 지하철 안에서 그러기는 힘들지요. 덕분에, 보르 게임을 볼 때는 하도 웃음을 참아서 윗배 근육이 당겨지는 바람에 위경련 직전까지 갔습니다. 읽기 직전에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1시간 가까이 책을 읽으면서 윗배 근육이 긴장되어 있었더니 그리 되더군요.
마일즈의 캐릭터는 무책임함장 타이라와도 꽤 닮아 있습니다. 저는 애니에서의 일부 성격만 파악하고 있고 소설판은 보지 않았는데요, 사람을 홀리는데 능하다는 것, 사기를 잘 치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능력 차이? 마일즈는 다른 부분에도 꽤 소질이 있거든요. 그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구부러진 것이라 문제였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안되죠. 마일즈가 그런 외모를 타고 나서 그런 핸디캡을 가졌고 그런 성격이 되어서 그런 사고를 쳐야 소설이 전개 되니까요. 어쩔 수 없다, 마일즈. 네가 이해해라.

마일즈의 전쟁에서도 그렇고 보르 게임에서도 그렇고 필터링용 떡밥 장면은 꽤 있습니다. 마일즈의 전쟁에서는 두 보르가, 보르 게임에서는 군신(君臣)이 그랬습니다. 특히 보르 게임에서 15장인가 17장에 등장하는 그 삼각 관계의 3자 대면은 배를 잡고 굴러다니게 만듭니다. 특히 고딕 볼드체에 주목하며 보시다 보면 윗배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옆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E양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구미호라 해도 능구렁이에 너구리를 당해낼 수는 없더군요. 그 장면이 정말 세 편-Happy SF 2호 포함-을 합쳐 가장 백미였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과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의 떡밥이 던져진겁니다.
마일즈와 G의 관계를 두고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은하영웅전설의 펠릭스와 지그프리드였습니다. 그 두 사람이 자라났다면 이런 이미지일까 싶더군요. 특히 여러 군데 걸쳐 등장하는 만담장면은 소설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그 3자 대면도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었고요.

연대표를 보니 마일즈는 그 한참 뒤에나 결혼합니다. 상대가 누구일지 참 궁금한데 그 이야기까지 나오려면 몇 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시리즈가 생각보다 많아서 차근차근 꾸준히 나온다면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경기가 이모양이니 걱정되긴 하는데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마일즈 시리즈들은 구입해서 해체할 예정입니다. 훗훗훗..


Happy SF 2호는 부정기간의 SF 잡지입니다. 1호는 절판되었고 2호만 남아 있는데 2호에는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특집으로 중편 <슬픔의 산맥>이 실려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마일즈의 전쟁과 보르 게임 사이에 해당됩니다. 중편이라 그렇기도 하고 내용이 무겁기도 해서 유머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마일즈가 어떤 생각으로 장래에 임하기 시작했는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게 된 이야기라고 할까요. 꼭 필요한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슬픔의 산맥>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앞에 실린 한국작가의 단편 중에 굉장히 취향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구입할 예정이고요. 김보영씨의 <진화신화>가 제 취향이었습니다. 고구려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해야하나요. 배경이 고구려 같은 느낌은 들지만 설정은 현실세계가 아닙니다.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가도 진화라는 소재를 보면 또 SF가 맞고요. 아니, 이런 이야기 앞에서는 SF건 판타지건 장르는 상관 없는 겁니다. 재미있게 보았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끝부분의 비상은 그 때까지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되짚어 보게 만들더군요. 이야기는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2006년에 나온 단편이니 시사성에 대한 이야기는 빼도록 하지요. 역사상 언제건 이런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잘만 하면 내년 6월까지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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