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이 집은 누구인가>, 샘터, 2006, 12000원
조안 해리스, <블랙베리 와인>, 문학동네, 2006, 11000원, <오렌지 다섯 조각>, 문학동네, 2004, 11000원


조안 해리스의 음식 3부작 시리즈가 초콜릿, 블랙베리 와인, 오렌지 다섯 조각 순서라고 생각했는데 오렌지 쪽이 먼저였군요. 아놔.......................;


이 집은 누구인가는 건축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건축이야기라기보다는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건축이야기고, 중심되는 것은 집에 대한 기억, 집의 모습, 집의 형태 등 다양한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사람이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건축물은 집 아닐까요. 병원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요즘 애들은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태어나잖아요. (저도 물론 병원 출신입니다;)
언젠가 내 집을 지어보겠다고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서 내 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느낌의 책입니다. 그러고 보니 집 짓기와 관련해서는 이전에 한 번 소개한 강화도에 내 집짓는 이야기와, 행복한 집인가 그 비슷한 제목의 4권 시리즈가 있습니다. 내 집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아보시려면 한 번 읽어보세요. 하지만 전 집 지을 땅도 없기 때문에...(먼산)


음식 3부작은 쿠켄 10월호에 책 속 음식 이야기가 실려서 엉뚱하게 옆구리를 찔렸습니다. 조안 해리스의 초콜릿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 앞에 썼듯이 순서를 헷갈려서 오렌지가 마지막 권인줄 알고 그쪽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블랙베리를 나중에 읽었더라면 평가가 더 올라갔을텐데요.
제 취향에는 초콜릿>=블랙베리>>오렌지입니다. 오렌지 다섯 조각은 배경도 그렇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취향에서 벗어납니다. 배경은 독일군에게 점령 당했을 때의 프랑스 작은 시골마을이고 과부의 막내딸이 훨씬 나이를 먹은 뒤에 옛 일을 회상하며 그 일이 다시 수면에 떠오르는 것에 대해 번민하고 고민하고 싸우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초콜릿에서도 옛날 일과 지금 일이 번갈아 등장하며 소설이 전개되는데 블랙베리나 오렌지나 그런 면이 더 강조됩니다. 특히 오렌지의 절정에서는 폭탄이 터지는 것과도 같은 사건이 터지니까 훨씬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역시 좋아할 수 없는 것은 배경 때문입니다. 전 이런 배경에는 굉장히 약하거든요. 요즘 그렇지 않아도 일제치하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읽으면서 난감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음 ... 이야기 하고 싶지 않군요. 훗.-_-

블랙베리는 또 다르게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 도입부는 피터 메일의 <호텔 파스티스>가 떠오르는데 블랙베리는 그쪽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뭐, 오히려 피터 메일이 그 주인공이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던걸요.
그러니까 젊었을 적에 쓴 소설 하나가 히트작이 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뜬 소설가는 지금 매너리즘 비슷한 것에 빠져 있습니다. 동거인에게 치이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아주 충동적으로, 프랑스의 어느 시골집에 대한 부동산 안내 광고전단을 보다가 홀린 듯이 전화를 걸어 당장 계약을 하고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그는 거의 다 버려진 집이었던 그곳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과 조금씩 섞여가며, 마을의 작은 비밀과도 만나고, 무뚝뚝한 이웃집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밭을 가꿉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입니다. 소설가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시골집이었다면, 그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은 집 주변의 밭을 가꾸고 정원을 다듬고 과일나무를 정돈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뮤즈도 돌아와서 열심히 소설도 씁니다. 뭐, 제가 홀린 것도 이 농사일 때문이었지 말입니다. 흑흑, 저도 조그만 땅뙈기 하나 있어서 호박 심고 키워보고 싶어요. 허브도 화분이 아니라 밭에다 심어보고 싶고, 고구마나 감자 수확도 해보고 싶다고요. 아우우우우우~
앞서의 소설에서처럼 여기서도 마을의 비밀과 본인의 비밀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단, 이 마을은 저도예전에 살짝 들렀던 곳입니다. 읽다보면 어딘지 아실겁니다.


리뷰 올리는 것을 잊은 모 책은 바로 이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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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초콜릿 - 블랙베리 와인 - 오렌지 다섯 조각 순이 맞습니다. 출간 순서가 99년, 00년, 01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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