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²(祈願)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빎


어제 귀가길에 버스정류장으로 건너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멍하니 길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무엇인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깨달았습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것은 연세 세브란스 병원. 그 분을 보내드렸던 장소입니다. 제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장례식장 바로 옆 건물이었습니다. 벌써 49제도 지낸지 몇 주 되었는데도 떠올리면 울컥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속에서 올라오려는 것을 꾹꾹 눌러 참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대 후문에서 버스를 타면 272가 가장 빨리 가지만 이날은 161을 타게 되었습니다. 가끔 이런 날이 있지요.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뭔가를 만나거나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는 일 말입니다. 생각도 못했는데 161은 서울대 후문이 아니라 정문쪽을 지나갑니다. 다시 말하면 대학로를 통과합니다. 피곤한데다 지쳐서 반쯤 넋이 나가 있는데 길 건너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작은 불빛도 보입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적다고 할 정도도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촛불집회가 있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시간도 많이 늦은터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저렇게 촛불을 들고 모여 있는 이유를 말입니다. 어떤 구호도 없이, 어떤 정치적인 목적도 없이, 그저 꺼져가는 촛불같은 생명을 붙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병원에 있을 그분들이 별 탈 없이 일어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임. 조계사에서 일어난 칼부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지만...-_- 거기까지 이야기가 나가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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