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번 세 번째 방문기와 Snob 다녀온 글 중 어떤 것을 먼저 올릴까 하다가 안 좋은 소리를 많이 쓸 이 글을 먼저 올리기로 했습니다.


Snob을 본 것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앞서 글을 찾아보면 어딘가에 극동 방송국 길 건너편에 생긴 몇몇 가게들의 사진을 찍은 것이 있을 겁니다. 위치는 극동방송국 바로 맞은편입니다.
이전에 북창동 순두부(BSD)가 있었던 자리에 내장만 깨끗하게 해서 들어온 것이 Snob라는 이름의 가게입니다. 지난 주말에 G를 따라서 홀랑 다녀왔지요. 배가 부른 데도 케이크가 조금 먹고 싶어서 들어갔습니다. 홍대 주변에는 케이크를 먹을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고 토요일 오후에는 대부분이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으로 간 겁니다.

테이블은 1층 매장 안쪽에 조금, 매장 바깥의 마당에 몇 개, 2층에 대부분 있습니다. 2층 창가로 자리를 잡으면 바깥도 잘 보이고 나무가 바로 앞에 있어 꽤 기분이 좋습니다. 1층에서 케이크와 쿠키를 고르고 2층으로 가면, 음료 메뉴판이 나와서 다시 주문을 합니다. 그리 불편하지는 않고 영수증 모아놓은 것을 나중에 1층에서 계산하면 됩니다.

2층의 주방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1층도 오픈 주방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가 불렀기 때문에 저는 음료를 따로 시키지 않았고 G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G의 친구가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타르트는 망고로, 거기에 각자 쿠키 하나씩을 시키고 나중에 몽블랑을 시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나온 망고 타르트와 쿠키 3종. 쿠키는 저렇게 낱개 포장이 되어 있고 1천원 미만입니다. 600원-800원 선이고 비싼 것도 물론 있습니다. 맨 위에 올려진 것이 아몬드 크로칸트일 것이고, 그 아래가 살구 쿠키, 그 아래는 바닐라 쿠키일겁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먹은 아몬드 크로칸트.(아마도)
아몬드가 살짝 씹히는 쿠키로, 코코아가 들어갔던가요?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설탕이 듬뿍 들어가고 단단한 것이 굉장히 바삭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입니다. 진한 커피가 옆에 있다면 딱이겠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쪽은 G가 시킨 살구 쿠키. 말린 살구가 들어 있고 크로칸트는 설탕이 들어가서 단단하고 약간 사탕을 씹는 느낌이었다면 이쪽은 좀더 부드러웠습니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바닐라 쿠키도 괜찮았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르트 선택권은 G의 친구에게 줬는데 망고 타르트를 시켰다는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제가 망고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생 망고도 그렇지만 통조림 망고는 특유의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멀미를 유발하는 향과 맛입니다. 이 쪽도 그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배가 불러도 맛있는 케이크는 들어가는 배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하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트 반죽이 있고 그 위에 망고 크림이, 그 위에 케이크 시트와 생크림, 마지막 장식은 망고와 슈거파우더로.

망고 크림은 망고를 넣고 갈아서 만든 것 같은데, 먹다가 묘한 것이 나왔습니다. 투명한 실 같은 것이었는데 망고 섬유질로 추측됩니다. 예전에 생 망고를 먹었을 때 처음 알았지만 망고의 씨 주변에는 섬유질이 길게 붙어 있습니다. 갈비를 갉아 먹는 기분으로 씨를 긁어 먹다 보면 섬유질이 잇새에 끼는 일도 생기더군요. 아마 섬유질 같긴 했는데 크림 만들 때 조금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몽블랑. 망고 타르트를 시켰다는 것을 알고 나니 몽블랑이 꼭 먹어보고 싶더군요. 제가 내는 것으로 해서 한 조각을 더 시킨 겁니다. 생크림으로 그린 소용돌이 문양은 암모나이트...가 아니라 롤야를 생각나게 합니다.
위에 올라간 것은 밤조림이고 아마도 통조림밤일겁니다.

타르트를 주문하면 바로 잘라서 저렇게 은박지에 올려 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은박지를 쓸 때 사용하는 쪽은 반짝거리는 면이지요? 그 쪽이 소독된 부분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면.
이게 좀 에러였습니다.=_=
시트는 그냥 보시면 아실 것이고, 엷은 갈색은 밤 크림입니다. 굉장히 답니다. 그리고 중간에 올록볼록한 것이 머랭쿠키입니다. 그것도 위 아래는 초콜릿으로 코팅되어 있고요. 그리고 좀 두껍게 보이는 검은 층은 팥앙금.
아래부터 이야기 하면 시트-밤크림-초콜릿 코팅-머랭쿠키(아래있는 쪽이 색이 진한데 양쪽 모두 머랭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초콜릿 코팅-팥앙금-시트-밤크림-초콜릿 코팅-머랭쿠키-초콜릿 코팅-밤 크림-시트-밤크림-생크림-밤크림 순입니다.
순서로 말하면 복잡하지만 일단 먹으면 바삭하니 머랭이 바삭바삭 씹히며 초콜릿도 함께 오독오독 부서집니다. 그리고 굉장히 단 밤크림, 시트. 이렇게 말하면 맛있게 들리지만, 아닙니다. 남겼습니다. 한 조각에 5천원이 넘는 저 타르트를 남겼습니다. 웬만하면 케이크는 잘 안남깁니다. 크기가 컸던데다 배도 불러서 남겼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꽤 오래 앉아 있었으니 먹자고 든다면 못 먹었을리 없습니다.
저걸 먹고 나면 "밤 크림이 달다"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머랭도 답니다. 초콜릿도 당연히 답니다. 중간의 팥도 당연히 답니다. 다 답니다. 케이크가 달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하겠지만 맛이 복잡하면서 다니까 끝까지 단 맛에 대한 기억만 남습니다. 기대하던 그런 맛은 아니었던 겁니다.


G는 한 입 먹고 나더니 다음 도쿄 여행 때 안젤리나를 가겠다고 하는군요. 단순하게 밤 크림과 스폰지만으로 맛을 낸 몽블랑이 그리워지는 맛입니다. 이런 저런 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파티셰가 일본 분이거나 일본에서 공부하신 분 같은데 케이크도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단순하다기 보다는 장식이 많고 기교가 많은 느낌이랄까요. 어쨌건 저와 G의 결론-G의 친구는 그날 처음 만났기 때문에 대화를 못했고 의견도 못 물었습니다;-은 두 번 갈 집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음료는 저렴한 편이고-아메리카노가 3500원었을겁니다-쿠키를 시킨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래도 들어갈 마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몰랐지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G의 말에 의하면 테이블을 빨리 비워줬으면 하는 압박이 있었나봅니다. 느긋하게 마시고 갈만한 집은 아니라는 거죠.


간단히 요약해볼까요.
- 케이크는 5천원 전후. 음료는 3500원인가부터. 쿠키류는 600-800원이면 충분.
- 기교가 많음. 단순한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하지 않음.
- 느긋하게 오래 있을 분위기는 아님.
- 두 번 가고 싶은 맛은 아님. 경험으로 충분. 그저 "snob를 클리어 했습니다"정도. -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