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벼르고 있던 포스팅입니다. 드디어 올리게 되는군요.


아주 오랜만에 티앙팡에 갔습니다. 지난주였지요. 단골이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주 드나들기도 했고 티가든이 집 근처에 있기도 해서 티앙팡의 작은 마스터님(지금은 티가든 영업중지로 쉬시는 중)과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겪은 건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지만 이 부분이 티앙팡의 최고 취약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올려봅니다.

지난주에 갔을 때는 디카를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고로 사진은 그 뒤에 간 것만 올라갑니다.




저녁 때 볼일이 있어 이대근처를 갔다가 티앙팡에 들렀습니다. 2층이 오픈한 것은 작년이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곳이 홍대로 바뀌고 나서는 이대에 올일이 없어 티앙팡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오픈했다는 쿠켄 기사를 보고 갔다가 2층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으니 조금은 마음이 상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티앙팡 2층에 간 것은 지난주가 처음이었습니다. 열린지는 몇 달 되었을겁니다.

2층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양쪽으로 좌석이 나뉘는데 들어가다가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마 지금은 티앙팡 직원일겁니다. 재작년(2006년) 여름에 보고 못봤으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오른쪽으로 들어가 계산대 겸 바 바로 옆에 있는 소파자리에 앉았습니다. 홍차를 주문하고는 밀린 일기를 죽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내 직원들의 수다에 시달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직원과 아르바이트입니다. 지하층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분 한 분이 올라와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상대는 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티앙팡의 아르바이트들인데 지금은 비번인가봅니다. 남자분은 그 중 한 사람(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자분)에게 "아빠가 고생하는데 딸이 좀 도와주지?"라는 등의 장난을 겁니다. 목소리를 줄인 것도 아니고 그대로, 제게 다 들릴 정도입니다. 옆에서는 웃는 소리와 함께 대화가 계속되고 저와 아는 사이인 직원분도 대화에 낍니다. 비번인 아르바이트와 그 친구로 생각되는 "손님" 3-4명, 아래층에서 올라온 남자직원,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직원, 저와 아는 사이인 직원이 웃으며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빠라느니 딸이라느니 부르며 말입니다. 보통 여고에서 많이 도는 관계설정놀이인데 A는 B의 딸, C는 B의 남편, D는 B의 할머니, 이런 식으로 장난 삼아 관계를 설정하고 노는 겁니다. 그런 놀이가, 손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통 정도의 목소리로 계속됩니다. 다른 자리의 손님들에게 들렸는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이렇게 모여서 노는 것이 좋게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 중반쯤에 이글루스 밸리에 올라온 일공육라면도 이런 문제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걸겁니다.

지금의 레인트리 자리에 있었을 때 티앙팡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테이블 수는 적을지언정 운영하는 사람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가 기대하는 찻집(홍차전문점)의 분위기를 직원이 잘 살리고 있었고 서비스나 손님들에게 가볍게 던지는 말들도 그런 분위기를 받쳐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봉추찜닭 지하에 오후의 홍차를 연 뒤에 티앙팡이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것도 다른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고 기억합니다.(그 뒤에 있었던 큰 사건은 작은 마스터님의 대응 문제도 있었다고 봅니다. 잘 아는 사이니 이렇게 대놓고 말하기 죄송하지만 말입니다.;)  티앙팡의 아르바이트 모집과 직원 교육을 내부 커뮤니티(동호회)를 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서로 잘 아는 사이고, 그래서 잡담은 오갈 수 있다고 보나 손님이 있을 때 웃고 떠드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봅니다. 계산대 근처에 앉아 있었으니 자리 선택의 문제도 있었을지 모릅니다만...




그리고 그 며칠 뒤에 다시 티앙팡에 갔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티앙팡에 간 날 굉장히 기분이 상해서 여길 다시 가 말아라고 고민을 좀 했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다녔으니 잘라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날은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니 기왕이면 해가 잘 드는 쪽으로 앉겠다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해보니 왼쪽은 햇살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왼쪽으로 가려 하자 직원이 묻는군요. "고양이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마다요! 더 좋습니다!

작년 말쯤 티앙팡 2층에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작은 마스터께 듣긴 했습니다. 장묘종으로 세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오드아이라고 하시더군요. 과연 세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샴으로 추정되고 한 마리는 페르시안, 한 마리도 그쪽으로 보입니다. 샴 말고 다른 두 마리가 모자지간(모녀?)이라 들었습니다. 이 두 마리의 텃세가 심해서 다른 한 마리가 꼼짝을 못한다고 했지요.


잠시 고양이 사진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지만 이번에는 맛에 대한 불만족이 내용입니다.
이 날은 직원 손님이 없어서 조용했습니다. 게다가 왼쪽편에 있는 4인석 둘 중 하나는 제가 쓰고 있었고 하나는 고양이들과 물건이 점령하고 있어서 이쪽편 손님은 저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더 조용한데다 햇살이 잘 들어 아늑합니다. 그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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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스페셜 차이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쯔바벨 머그에 차이가 나왔지만 신촌에 있었던 퀄리티 시즌 때부터 별도의 포트에 담아 줍니다. 마셔보니 2잔 반 정도의 분량입니다. 6천원에 이정도 양이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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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맛은 미묘합니다. 집에서 하도 차이나 밀크티를 많이 만들어 마셔서 거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맛이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단 맛이 좀 강하고 맹합니다. (우유의) 진한 맛이 예전보다는 떨어진 느낌입니다. 크림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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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걸려 나온 스콘입니다. 스콘은 주문받으면 그 때부터 굽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당연하지만 미리 구운 것을 데워오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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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에 작은 스콘 세 조각, 사과잼, 버터가 나옵니다. 클로티드 크림인가 버터인가 헷갈렸는데 나중에 계산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버터랍니다. 버터는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것인지 딱딱해서 버터나이프로 잘라 바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것도 감점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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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의 맛을 두고 미묘하다고 한 것은 밀가루 냄새 때문입니다. 스콘 접시가 제 앞에 놓이는 순간 밀가루 냄새가 확 납니다. 날밀가루 냄새라고 해야하나요? 근사한 버터냄새가 아니라 밀가루 냄새가 먼저 나서 맛있겠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모양은 예쁜데 왜 밀가루 냄새? 거기에 버터는 너무 딱딱해!라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스콘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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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스콘을 반 갈라서 거기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사과잼을 올려 한 입 베어물으면 행복해집니다. 예전에 맛보았던 스콘이 생각나 아쉽지만 갓 구워낸 스콘과 버터, 잼을 이길 곳은 없습니다. 거기에 스콘을 먹고 난 뒤 그나마 입안이 깔끔한 것은 옛날 옛적 제가 만들었던 스콘과 티앙팡이 유일합니다. 파리바게트나 오봉팽의 스콘은 먹고 나면 베이킹소다 때문인지 입안이 깔깔합니다. 떫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느낌이 들지만 티앙팡 스콘은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B가 만들었던 스콘도 괜찮았다는 기억이...? 소다만 들어가면 뒷맛이 안 좋은가봅니다.



차이와 스콘에 예전만큼 만족하지 못한 이유가 변한 입맛 때문인지 티앙팡의 맛이 변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스터님들은 힘들었지만 마스터의 솜씨로 차부터 티푸드까지 다 맛볼 수 있었던 옛날과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하는 지금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아쉽습니다.

직원들의 문제만 아니라면 티앙팡에 대한 평은 중간쯤 갑니다. 만약 다음에 티앙팡에 갔을 때도 직원 문제로 비슷한 경험을 겪게 되면 티앙팡에 대한 평은 바닥을 칠겁니다. 그리되면 번거롭지만 차라리 집에서 스콘을 구워 먹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좀더 두고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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