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호박죽보다 더 괴이한 비스코티를 만들어낸 것은 부모님은 외출하고 안계시고 G는 놀러나가고 없는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뒹굴거리다가 너무도 간식이 먹고 싶어 서둘러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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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초콜릿도 넣고 코코아도 넣고 해서 평소와 다름 없어보이지만 이 안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_-;

엊그제 G와 미소년으로 대화하면서 괴식 비스코티를 만들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원래 G에게는 제가 만드는 비스코티 자체가 괴식인지라, 저 자신도 괴식이라 부를 정도의 비스코티라면 꽤 높은 차원의 괴식(..)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중략)
K: 아니 그냥, 부재료 하나만 더 넣었을 뿐이라고. 커피.
G: 콩 넣었지.-_-
(중략)

헉. 어떻게 알았지. 옆에서 본 것도 아닌데. 25년지기는 날로 먹은게 아니구만.;


저 비스코티에는 커피콩이 들어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사들고 와서는 20g을 남기고 줄지 않고 있던 폴 바셋의 케냐 AA 피베리 에스프레소용 원두입니다. 일단 볶은지 한참 되었다는 것부터가 무시무시하지만 그걸 비스코티에 홀랑 넣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넣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작년의 카페쇼에서 Kiril님께 선물로 받은 에스프레소빈 초콜릿이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씹는 맛이 있겠다는 생각에 홀랑 넣었던 겁니다.
그러나.
30% 가량은 그렇게 맛있게, 바삭바삭 부서지며 씹힙니다. 나머지 70%는 질깁니다. 커피콩이 질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잘못하면 먹는 도중에 턱관절이 망가지겠더군요.
3-4개 가량 먹고는 두 손 들고 고이 폐기했습니다. 그것도 부모님 몰래 만들었던 거라 폐기도 부모님 모르게 했습니다. 다른 재료들이 아까웠습니다. 흑흑흑..


거기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이날 오후에 알았습니다. 일이 있어 저녁 때 잠시 나가 있었는데 거리를 걷는 도중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유체이탈 같은 느낌. 내가 앞을 보고 있긴 한데 보이는 것이 내 감각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부유감도 들고 멍하기도 하고.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커피콩을 씹어 먹어서 카페인 과다 상대가 되었나봅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카페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이날은 반응이 평소보다 심했습니다.
그러니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아니 실험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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