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쯤, 집에서 말라가던 2년 된 호박을 잡았습니다. 2006년도에 수확한 것이니 만 2년은 아니고 1년 반쯤 되었을겁니다. 외갓집에서 재배한 호박으로 집에 남아 있는 늙은 호박은 이게 전부입니다.

호박죽을 쑬 때는 단호박을 같이 섞어주면 맛있습니다. 달달하니까 좋지요. 단, 단호박죽은 붓기 빼는데 효과가 전혀 없다 합니다. 종종 단호박도 붓기 빠지는데 좋다고 나오던데 임상(?) 결과에서 그리 나왔습니다. 임상이라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 어머니 아는 분이 몸이 안 좋아서 수술받으시고 입원해 있는 동안, 붓기를 빼기 위해 주변 분들이 단호박으로 죽을 쑤어다 날랐나봅니다. 하지만 붓기가 빠질줄 몰라서 어머니가 늙은 호박을 푹 고아 호박즙을 집에서 만들어 들고 갔는데, 단호박죽으로는 안 빠지던 붓기가 호박즙 한 병 마시더니 그날 저녁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빠지더랍니다.'ㅂ';; 애호박도 붓기 빠지는데 좋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 효과는 늙은 호박만 있나봅니다.

하여간 이번에 만든 호박죽은 괴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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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만든 날의 식사는 이랬습니다. 유자차, 떡, 호박죽.
떡은 집 근처의 맛있는 떡집에서 사온 것이고 유자차는 어머니 친구분이 선물로 주신 집에서 수제품인데 설탕을 너무 안 넣어서 유자청에서 단 맛이 거의 안납니다. 저야 맛있게 마시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꿀이나 기타 당류를 추가로 넣어야겠더군요.
그리고 괴식 호박죽.

잠깐 외출했다 들어와서 어머니께 호박죽 맛있게 잘 되었냐고 묻자 어머니가 그러십니다.

어머니: 나 사고쳤다?
K: 엥?
어머니: 호박죽에다가 설탕 대신 넣는다는게, 매실액을 넣었어.
K: 헉! 왜요?
어머니: 아니, 설탕 대신 매실액을 넣으면 몸에 좋겠지라고 생각하고 넣고 보니 이건 시잖아.

그러니까; 요즘 반찬 만들 때 설탕이나 물엿 대신 매실원액 넣는 것에 재미를 붙이시더니 별 생각 없이 설탕 대신 매실을 넣으신겁니다. 넣고 나서야 매실이 신맛도 난다는 것을 깨달으셨지요.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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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이라고는 하지만 먹을만합니다. 물론 제 입맛에만 그렇고, 다른 사람들 입맛에는 시큼한데다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이 한 번 먹고는 숟가락을 놓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리하여 이 호박죽은 모두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만세!



역시 나무그릇에 호박죽을 담으니 예쁩니다. 다음에는 뭘 만들어 담아볼까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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