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당일의 일입니다. 아버지 형제가 총 네분이고 아버지는 그 중 셋째시고 바로 아래 동생-숙부는 시골에서 농사와 축산업 양쪽을 하고 계십니다. 서울살이하는 형을 대신해서 할아버지를 끝까지 모셨고 지금도 그 집에서 살고 계시지요.
이전에는 벼농사와 기타 농사가 주업이었지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젖소를 키우시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K: 작은아버지, 이번에 우유값 올랐지요?
숙부: 시유값만 올랐어. 원유값은 그대로야
아버지: 시유?
숙부: 시장에서 파는 우유요. 그것만 오르고 원유값은 안 올랐어요.
K: 어? 이번에 사료값이 엄청나게 올랐잖아요?
숙부: 그렇지. 그래서 원유값 상승 요인은 생겼는데, 지금 다들 말만 하고 있어.
아버지: 음?
숙부: 원유값 상승 요인은 있는데, 원유값을 올리면 시유가 오르고, 그럼 소비가 줄어서 우유가 잘 안 팔리고. 그래서 올려달라고 해야하나 다들 말만 하고 있어요.

저기, 이번에 우유값 오른 것이 사료(정확히는 사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값이 올라 원가 상승 요인이 생겨서 오른 것 아니었나요? 시판 우유들은 거의가 국산원유를 쓴다고 알고 있고 수입되는 것은 분유(가루상태)일텐데 원유값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핑계만 대며 슬그머니 우유값을 올린겁니까. 도대체 왜 올린 거예요? 단순히 다른 물가가 올라서?

아버지: 그거 어떻게 조정 안되나? 축산농가끼리 협동조합 만들어서 하면 좀더 이익이 돌아올 것 아냐.
숙부: 서울우유만 협동조합이고 다른 업체들은 다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니 다들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 그게 안되죠. 게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하기에는 경쟁이 힘들고...

서울우유가 협동조합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하기야 다른 협동조합이 들어가기에는 매일이나 남양 같은 대규모 업체가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으니 진입하기가 쉽지 않지요. 목우촌(축협)우유나 하나로 우유 같은 것도 하나로마트를 위주로 유통되고 있지 작은 슈퍼마켓까지는 들어오지 않잖아요. 일본 가서 항상 부러웠던 것이 다양한 종류의 우유, 유제품, 식품들이 들어와 있는데, 한국은 시장이 작은 것도 아니면서 왜이리 다양성이 떨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서울우유를 소비하렵니다. 그쪽만 협동조합이라면 대기업제품 사먹는 것보다는 서울우유를 마시는 쪽이 도움이 될테니까요.


하여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제품들은 원재료값이 올라서 상승요인이 있었다치지만 우유는 원재료(원유)값도 올리지 않고 스리슬쩍 올렸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축산농가도 힘들겠습니다. 사료값이 올라 이익은 줄고, 그렇다고 원유값을 올리면 우유 소비가 줄어들어 더 힘들 것 같고. 요즘 그렇지 않아도 사료값은 오르고 소 값은 내려서 힘들다는데 걱정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