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일본에서 구입해온 물건들에 대해 사진을 한꺼번에 올렸을 때, Afternoon Tea Shop 긴자점에서 구입한 인스턴트 챠이 사진도 같이 올렸습니다.

바로 이거죠.

뒷 배경은 무시하시고....;
간식이 심히 땡기던 어느 날, 일본에서 사온 밀크 차이로 허기를 달래봐야겠다며 봉투를 뜯었습니다. 스티커에 그려진 암소가 참으로 인상 깊군요.
거기에 아래 멘트까지도 말입니다.

If you want to be happy
for an hour
drink some chai

Afternoon Tea

어떻게 보면 오만한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차이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happy가 아니라 gloomy한 시간이 될테니까요.

노랑 봉투를 열었더니 팩 세 개가 나옵니다.

....

세 개?
저거 600엔 넘게 주고 산건데 달랑 세 개?

라고 절망해도 이미 늦은겁니다. happy가 아니라 gloomy 쪽에 한 발짝 다가섰군요. 봉투 뒷면에는 뜨겁게 마시는 방법과 차갑게 마시는 방법 양쪽 모두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요즘엔 뜨거운 쪽이 더 좋으니 뜨거운 쪽 레시피를 봅니다.

머그컵에 가루를 붓고 뜨거운 물 100cc를 넣으랍니다.

.....

100cc?
한 잔에 겨우 100cc라고?

말한다 한들, 이미 늦었습니다. 계속 갑니다. 이제 gloomy 쪽으로 점점더 기울어집니다.

분말 분량은 꽤 많습니다. 이정도 분량이면 100cc가 아니라 머그컵 가득(용량은 대략 200cc) 물을 부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레시피는 지키는 쪽이 이득이지요. 맹탕은 싫으니 일단 물은 100cc만 부어봅니다. 진하면 물을 더 타면 되지 않습니까.

물을 투입하고 휘휘 젓습니다.

향을 맡아 보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향신료 냄새가 납니다. 마살라 차이...였던가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그 기묘한 향신료 냄새에 마시는 걸 조금 망설였습니다. gloomy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 어쩔 수 없이 아주 조금 마셔봅니다.

...


엥?
이거 의외로 맛있잖아! ;ㅁ;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홀짝 홀짝 마시고, 순식간에 gloomy에서 happy로 넘어갑니다. Afternoon Tea의 완승이로군요.(완봉승이 아닌게 조금은 아쉽지만 말입니다.)

차이 특유의 향신료 향은 나지만 그 향이 맛 전체를 가릴 정도는 아닙니다. 단 맛도 딱 피로를 해소하기에 좋은 정도로군요. 아주 달달한 차이와 밀크티만 마시다가 약간 달달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은 차이를 마셨더니 정말 행복해집니다. 대용량으로 판다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두말 없이 살텐데 작은 팩으로만 봤습니다. 혹시 다음에 가게 된다면 찾아보렵니다. 없으면 작은 봉투만이라도 잔뜩 사들고 와야지요. 포장이 귀찮으니 비닐 봉투를 하나 챙겨서 몽창 뜯어 비닐봉투에 가루만 담아오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세관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죠. 수상한 가루를 들고 왔다고 공항에서 붙잡히는 것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원래 다음 여행에서는 긴자를 빼려고 했는데 이리되면 꼭 가야겠군요. 가는 김에 피에르 마르꼴리니 긴자도 가고, 기무라야 본점도 가고, 고디바도 가고.....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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