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소설이라고 쓰다가 쌉쌀한으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적어도 아주 입맛이 쓰기만 하지는 않으니까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읽으면서 굉장히 입맛이 떫은 것이 많습니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개운하진 않더라도 아주 씁쓸하진 않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자 경찰에 대한 대우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한국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주인공은 교통 경찰 업무가 아니라 실제 수사업무에 참여하는 경찰입니다. 정확히는, 범죄자 몽타주를 그리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얼굴순경이라 불리더군요. 이 부분 번역이 조금 걸렸는데, 한국에서는 얼굴 그림이라 하지 않고 그냥 몽타주라고 쓰지 않나요. 범인의 얼굴 몽타주를 배포한다는 말은 뉴스든 기사든 여러 매체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진대 여기서는 얼굴 순경이니, 얼굴 그림이니 적어 놓아서 읽는 동안 조금 걸렸습니다. 일부러 주인공의 소외감을 강조하려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히라노 미즈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몽타주 그리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자리로 이동합니다. 원래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고, 어떻게 보면 차심부름 같은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일을 그만둘 때 일으켰던 사건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홀대 받고 있지요.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어렸을 때 꿈꾸었던 그런 자리로 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책에는 에필로그 포함해서 총 6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미즈호는 그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나아갑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종신검시관』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역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종신검시관』에서와는 달리, 주인공은 미즈호 한 사람이니까요. 읽다보면 여자를 보는 시각에 대해 조금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그게 틀렸냐고 물으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저런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뭐, 경찰이라는 직업 구조상 저렇게 징징대는 여자들이 많았을 수도 있지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요, 이게 아니었어요, 저 못해요, 그러니 저 시집가요.(...) 허허허허. 그저 웃습니다. 허허허허.

경찰은 잘 모르지만 군대에서는 어떤가. 군대도 최근 10년 사이에 풀렸지만 여성 지휘관의 전방 근무는 아직 사례가 없는 듯합니다. 진급하는데 그런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모양이지만, 장기간 행군하는 동안의 문제나 훈련 참가시의 시설 문제가 걸림돌이라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장군 진급한 예는 여럿 있지만, 어떤 경우는 업무능력 보다 여성성(-_-)을 강조하여 진급이 된 경우도 있다니까요. 그 사람이 업무 능력이 그렇게 떨어지고 일 못하는데 .. (이하생략)
더 이상 말해야 무엇합니까. 경우에 따라 다른 것을요. 하지만 저렇게,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일 잘못하면, 혹은 그 중간의 길을 닦아주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행동하면 도매로 묶여 비난받습니다. 뭐, 남의 일만은 아니군요.ㅠ_ㅠ


씁쓸하지만, 그리고 뒷맛이 아주 개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형사, 혹은 경찰물이나 경찰 분야 중에서도 특수 업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ㅂ'


요코야마 히데오. 『얼굴』,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 2010,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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