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 성당에 가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기 위해서 펄펄 날리는 눈을 맞고 갔다는 것은 자랑할 것이 아니지요. 우산을 미처 챙기지 않은 잘못이 큽니다. 그래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으니 다행일 따름이고.
(실은 이 글은 안 쓰고 묻으려 했는데 dG님이 무의식중에 옆구리를 가격하신 덕에 쓰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이날은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미사에 가보았습니다. 문제는 8시 50분쯤 스벅 소공동점에서 나와 걸어갔더니 9시를 아슬하게 넘겨서 미사 도중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들어가서야 영어 미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영어에는 약한데, 모든 전례용어, 대사(?)가 영어로 나오면 그건 내가 듣고 있는 언어가 영어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몇 년 전인지는 모르지만 카톨릭의 전례 용어들이 초창기의 한문 번역투 혹은 고어체에 가까운 것에서 한글 순화형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기도문도 그래서 개신교와 카톨릭의 기도문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개신교는 주기도문, 카톨릭은 주님의 기도라고 부르는 것도 다르다고 알고 있고요. 그럴진대; 영어 미사 용어는 듣기에 고어체를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B님께 들으니 영어 미사 용어들은 아마도 라틴어의 해석체일 거라고 하시더군요.'ㅂ'
알아 듣지 못한 것은 제가 알고 있는 한국어 미사용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과 전혀 다른 단어들이 튀어나와서 입니다.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문구도 도대체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미사 의식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멍 때리고 있었다능.;ㅂ; 그래도 한국어 미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미사라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영어 미사라 사람이 많은지는 모릅니다. 영어 미사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9시에 있는 걸로 아는데, 크리스마스 날은 오전 9시 미사가 영어 미사였습니다. 흐음. 8시 미사가 따로 있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적어도 7시 아침 미사는 없었습니다.

미사 의식의 차이는 성체성사에서도 엿보입니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손으로 받도록 권장하거든요. 근데 외국인 중 여럿은 입으로 직접 받더랍니다. 예전에 명동성당 미사에서도 배낭여행자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무릎을 꿇고 입으로 성체를 받더군요. 나름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이었던 것은 아멘의 존재입니다. 영어 미사에는 [ὰːmén]이 없습니다. 모두 다 [èimén]이라고 말하더군요. 으아. 거기부터 좌절감이 몰려오더니 한국인이 말하는 영어임에도 전혀 해석(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이고.T-T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전혀 도움이 안되는 크리스마스 미사 관람(...)기는 이걸로 끝. 내년에는 아예 자정 미사를 가볼까 생각중입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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