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A. L. 바라바시의 『링크』를 다시 읽고는 관련 검색을 하다가 다른 책이 나온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버스트. 영문으로는 Burst라고 씁니다. 단어가 무슨 뜻인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 보고 나서 막판에야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깨달았습니다. 사전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읽었지요. 하지만 다 끝날 때 쯤되면 찾아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가 됩니다.


근데 막상 감상을 쓰려고 보니 재미있다! 바라바시 교수님 사랑합니다!
....
라는 말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지 뭡니까. 보는 내내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 아끼고 또 아껴가며 보았거든요. 책이 두껍지 않았는데도 지난 주 내내 읽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하기야 하루나 이틀에 한 권씩 읽었던 아야츠지 유키토랑은 또 다릅니다. 그쪽은 추리소설이니 적당히 건너 뛰어가며 보아도 되고, 이쪽은 사회과학 서적이니 곰씹어 가며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씹으면 씹을 수록 맛있습니다. 되새기는 것이 참 행복하더군요.

책의 부제는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the hidden pattern behind everything we do)'입니다. 왜 부제가 그런지는 읽다 보면 압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옛날 옛적, 헝가리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그 이야기를 전개하는 도중 여기저기 샛길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샛길들은 모두 하나로 귀결 됩니다. 헝가리의 그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그런 결과를 낳았는지 등등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학도가 역사적 사건을 파헤치면서 그 과정에 발생한 여러 일화까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그러니까 읽으면서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떠올린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르긴 다릅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얇은 실을 엮어 카페트를 짜는 것이라면, 『버스트』는 굵은 동아줄을 중심으로 하나씩 색을 첨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쪽은 굵은 줄거리가 하나 있거든요. 네트워크 분석에는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역사적 이야기가 말입니다.

아무래도 중심 이야기가 헝가리 역사이다보니 몇몇 이름 번역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바라바시가 자기 조상이라고 밝힌 Barlabasi(a는 그냥 a가 아니라..;)를 버를러바시라고 적었는데, 그렇다 보니 저자 이름인 바라바시와 안 맞습니다. 차라리 버를러바시가 아니라 바를러바시라고 했다면 l을 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버러바시가 아니라 바라바시와 바로 연결 지을 수 있었겠지요.

중간에 등장한 아인슈타인과 칼루자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아, 그 편지 답장의 지연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 또 한 학문의 역사가 바뀌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참 아깝다니까요. 하지만 그 덕분에 선입선출이 아닌 우선순위를 배웠습니다. 지난 주에 이 부분을 읽고 깊이 감명을 받아, 요즘에는 할 일을 주르륵 적어 놓고 그 중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거든요. 하다보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대신 할 일을 적어 놓으니 적어도 그건 다 끝마쳐서 좋습니다.-ㅂ-

알바트로스는 이전에 읽었던 자연과학 연구 관련 책들이 떠오릅니다. 아, 제목을 홀랑 잊었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하지만 자연 과학 연구나 사회과학 연구나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또 재미있게 보았고요.

헝가리의 문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상당히 극적이던걸요.

그리고 해리 포터와 응급실 환자와의 관계도 재미있네요. 잠시 짚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지만 그게 또 맛깔납니다. 아, 언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작은 마을, 작은 공동체는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는 부분. "외부 관찰자가 보기에는 작은 마을의 삶이 유유자적해 보일지 몰라도, 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은 마플 여사님께 물어보시면 확실히 답을 주실 겁니다.(...)




A. L. 바라바시. 『BURST(버스트)』, 강병남,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2010. 18000원.


그런데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는 재미있게 읽으실 분이 있을지...; 관심 분야에 따라 재미가 갈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행동이라든지 사회과학, 네트워크 분석 등에 관심이 있으시다면야 재미있겠지만, 아니라면 중심 이야기인 세케이의 이야기만 읽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ㅂ';
아마도 프님이라면 재미있게 보실지도..? 티이타님도 관심 가지실지 모르겠지만;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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