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확인하니 이런 댓글이 있었습니다.

 

https://esendial.tistory.com/7748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읽고나니 불편하더라

읽고 나니 불편하더라. 어디가? 속이. 로맨스판타지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구매를 꺼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한참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 박스세트의 완성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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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달린 글은 여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에 대한 감상글에, 옛날 옛적 지나가는 이가 댓글을 달았고, 그 댓글에 대한 답댓글에 달린 이야기가 저거였습니다. 복잡하죠.

 

 

맨 아래 달아 놓은 제 댓글에 대한 보론(補論)을 여기 추가합니다. 써놓고 또 댓글 수정해서 달아 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댓글이 달릴지도 모르지요.

 

 

쟈.

접미사 '~물'은 '~문학'보다 더 광역의 의미를 담는다고 봅니다. 그렇게 따지면 BL이나 야오이물은 퀴어물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만, 저는 퀴어물과 퀴어문학을 동일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보지요.

 

먼저, ~물은 특정 소재나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이세계물, 미소녀물 등등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물'은 형식으로서의 장르를 포괄합니다. 이세계물은 이세계를 소재로한 만화와 이세계를 소재로한 애니메이션, 이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소설과 이세계를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도 모두 포함합니다. '~물'은 '~문학'보다 넓은 영역(바운더리)을 가집니다.

 

따라서 퀴어물은 퀴어문학과 퀴어영화, 그 외에 다양한 형태로 생산된 퀴어 소재의 창작물을 모두 포괄합니다. 영상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고, 텍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퀴어물에서 퀴어는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음,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려면 관련 참고문헌들과 논문들을 더 뒤져야 할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많이 귀찮...... 그래서 지금 아는 수준에서의 정의를 내린다면 '주로 동성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을 퀴어물이라 할 것이고, 퀴어문학은 그 중에서도 문학장르에 해당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BL과 야오이물 역시 퀴어물이 맞습니다. 퀴어문학에도 해당되겠지요.

 

 

하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퀴어문학'에 가지는 일종의 편견입니다. 넵, 오래 묵어서 그래요.

저는 장미와 야오이는 다르다고 배웠습니다.-_- 장미는, 비유하자면 퀴어문학에 해당하며, 야오이는 그보다 훨씬 가볍고 펄프픽션류에 해당하는, 소비성 장르입니다. 야오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종의 자기비하적, 자학적 단어이기도 하지요. 해당 장르를 향유하는 이들이 자신을 썩은 여자, 부녀자라고 자칭하는 것과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최근의 BL소설들을 보면 분명 SF나 판타지, 무협 등등 다양한 장르문학의 어법을 사용하여 단순히 BL이라고만 붙이기 어려운 수작들이 많습니다. 로맨스소설이나, BL이나, 이런 장르 명명 역시 창작물에 족쇄를 거는 행위로 보일 때도 있거든요. 깎아내리기 위한 그런 수사로. 어느 장르건 하품下品도 있고 상품上品도 있습니다. 양질의 작품과 저질의 이야기들은 같이 있지요. 그래서 이들을 묶어 퀴어문학이냐 묻는다면, 음, 이건 그렇게 '성소수자를 위한 진지한 고민없이 가볍게 써낸 작품인데?'라는 제 자의적 기준이 'NO!'를 외칩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야오이'와 같이 일종의 소비성 작품들을 퀴어문학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겁니다.

(보충하자면, 그 당시 마리모 라가와의 『뉴욕뉴욕』은 장미, 퀴어만화로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현대산업개발 등에서 출간된 19금들은 야오이에 해당하겠네요.)

 

 

퀴어물은 더 넓은 분야를 가리키고, 퀴어문학은 그 중에서 문학작품을 가리킵니다. '문학작품'에 한정한다면, BL이나 야오이는 '문학작품'에 해당하는 것과 '소비성 대중문학'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포괄합니다. 특히 '퀴어'라는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분명 존재합니다. 뭐, 이건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할 겁니다. 저야 수박 겉핥기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수박을 먹어온 기간이 길어서 그럭저럭 풀어내고는 있습니다만.

 

 

정리하다보니 하나 더 추가할 부분이 있겠네요.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경우, 퀴어물보다는 그 사이의 어드메를 헤매는 이야기에 가깝기도 합니다. 임신 소재가 있으니까요. 오메가버스는 히트사이클-이라는 발정기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더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합니다.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일반인인 베타를 두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종속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역으로 펼쳐내기도 합니다. 끄응. 참 어렵죠.

 

 

 

 

엉뚱한 곳은 그만 헤매고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현재의 BL이나 야오이는 퀴어문학과 동일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CD 등의 장르 등은 퀴어문학에 해당안될 것이고, 퀴어문학에서 함유하는 것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고민이나 그 정체성들을 짙게 향유하지 않고, 가볍게, 그저 '배덕과 금기의 소재'로써 다루는 이야기도 많으니까요.

 

할리퀸은 로맨스가 아니냐!라고 찌르시면 저도 말을 얼버무릴뿐 대답하기 어렵사옵니다만, 그래도 제 안의 강경파가 외칩니다. 아니, 그래도 BL과 야오이가 퀴어문학이라고 하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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