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스포일러일까요. 하지만 제목부터가 『죽음을 선택한 남자』이고, 그 뒤의 설명은 감상보다는 슬쩍 사감을 집어 넣었으니까요. 제가 적은 저 감상 제목을 100% 신뢰하면 수수께끼는 안 풀립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 소설도 읽다가 결말부분부터 확인하고 도로 앞으로 돌아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시리즈 2편의 감상 적으면서 맨 마지막의 결말을 좋아한다 했지만 이번 편은 읽으면서, 시리즈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미한 위화감을 밝혔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래요,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그 구조적 특징은 서부개척시대배경소설과 닮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웨스턴소설이라 적어보지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소설은 여러모로 하드보일드와 닮았습니다. 백인남성이 주인공인 웨스턴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무협과도 닮았습니다. 웨스턴소설과 또 닮은 소설을 들라면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가 있네요. 007시리즈는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영국모기관에 소속된, 살인면허를 가진 에이전트가 지령을 받고 잠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 속에는 본드걸이라 불리는 여성이 등장하며, 이 여성은 보조적 역할을 맡고 007의 업무 수행을 돕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러브라인이 싹트지요.

웨스턴소설은 러브라인이 있건 없건, 일단 떠돌이 보안관 혹은 그 유사한 총잡이가 고인물마을™에 들어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나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와도 닮았지만, 대체적으로 추리소설의 하드보일드는 밑바닥계층의 가진 것 없는 이가 약자를 도우면서 또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러니 007시리즈와 웨스턴소설과 하드보일드는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이 셋 중 어디에 들어갈까요. 굳이 따지자면 무협? 앞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랍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과 묘한 분위기(썸)를 풍기면서도 예전에 떠나보낸 가족을 떠올리며 홀로 울부짖는 늑대라 그럴 겁니다.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하드보일드에 가깝지만, 기관에 소속되었다는 점에서는 007이며, 사건이 해결되면 또 거기서 떠난다는 점은 웨스턴소설과 닮았습니다. 아. 완전히 떠나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소속되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능력을 증명하고 친구를 만들며,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정규직이 되니까요. 예. 드디어 정규직이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에이머스 데커가 목격자입니다. 데커는 회의를 위해 FBI 건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사살 및 자살 사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 특유의 능력을 이용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매우 명백한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whydonit이었습니다. 왜 이걸 했지? 왜 그랬지? 가해자는 왜 피해자를 죽였지? 왜 그렇게 죽였지?라는. 그 부분은 많은 부분에서 007의 이야기를 따랐으며, 또 CSI에도 빚을 졌습니다. 대체적으로 남성의 비중이 높고, 여성 주요인물이 적은 이 소설 속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 하나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등장한 부분은 .... (하략)

 

재미있냐고 물으신다면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아마 젊은 사람보다는 조금 나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설정들이 아닐까 싶네요. 007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위화감은 에이머스 데커의 존재 자체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에게 능력을 몰아줍니다. 몰빵. 주인공이라지만 너무 과하게, 에이머스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NCIS보다도 더하군요. 각각의 역할이 있기는 하나, 에이머스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맴돌다보니, 능력이나 지위가 부족한 에이머스가, 다른 이들까지 멱살잡고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편하게 말하면 작위적입니다. 에이머스가 아니면 사건 해결의 진행이 안될 것 같습니다. 에이머스는 사건의 중추신경이고 뇌입니다. 다른 이들은 손과 발이며, 아니면 심장쯤? 물론 심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해결책은 에이머스에서 시작된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위화감이 그래서 느껴질지언정,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NCIS나 CSI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과연 다음편에서 에이머스의 복장 규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ㅁ=

 

 

 

 

데이비드 발다치. 『죽음을 선택한 남자』, 이한이 옮김. 북로드, 2018,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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