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저 댓글이었습니다. 댓글이 달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독서기는 2018년에 올린 것이니, 예전 글에 달린 댓글이었지요.

 

https://esendial.tistory.com/7748#comment13216458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읽고나니 불편하더라

읽고 나니 불편하더라. 어디가? 속이. 로맨스판타지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구매를 꺼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한참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 박스세트의 완성도 문제가 걸리더군요.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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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지만 댓글을 받고 나니 곰곰히 생각하게 되더랍니다.

 

1. 주변사람들이 불편하겠다-

그건 그렇습니다. 종종 다른 곳에서 입을 열면 성평등이니 성인지감수성이니 이야기를 꺼내는 통에,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일도 종종 있고요. 올 초에는 좀 심했는데, 요즘은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글로 토로하고 나니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물론 넘어간 다음에, 뒤에서는 불을 뿜지요. 사회생활이란 게 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언제였더라, 모처의 모임에서 전 충남지사의 고소 건이 이야기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 1심 들어가기도 전의 일이었지요. 그 때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가 돌아온 반응을 듣고는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더랬습니다. 정말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그랬습니다. 아마도 성별보다는 나이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대나무숲을 찾거나 블로그나 일기장에 토로합니다. 이 더러운 세상! 이라면서요.

 

 

2.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남과 성인지 감수성인지, 아니면 BL을 즐겨보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양쪽 모두 해당될 수도 있고요.

 

 

3.페미니즘에 과몰입한 사람들은 동성애물 즐겨본다. 레즈보다는 BL로.

일단 백합이 아니라 레즈로 표현하신 걸 보면 서브컬쳐를 향유하는 분은 아닌가 합니다.

제 주변의 상황이니 일반화는 무리입니다. 다만, 제 주변에도 대체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과몰입™합니다. 래디컬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일단 페미니즘에 동조하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이유로 보입니다.

 

-사람보다 책이 좋다, 사교성이 낮다, 그래서 책에 더 몰입한다 : 흔히 말하는 오타쿠나 특정 매니아층의 문제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다보니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문학소녀로서의 이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독서 혹은 지식, 교양과 페미니즘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페미니즘의 근간은 약자에 대한 보호, 소수자의 보호, 소수자 인권의 존중 등 인권문제의 인식과 함께 합니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권리를 부여하자는 운동이 페미니즘, 여성운동의 시작이었지요. 그게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페미니즘의 근간은 인권존중이고, 차별철폐이며 소수자와 약자의 보호입니다. 과격하게 움직일 때는 다른 소수자보다 여성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야 안 과격하고 보수적인 쪽에 속합니다만.

(잠시 다른 이야기 하자면,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인간입니다. 혁명이나 개혁보다는 끊임없이 수정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천천히 나아가는 쪽이 좋습니다. ... 만 차별금지법의 제정, 동성결혼 찬성이라 또 미묘.)

 

하여간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소수자의 인권도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모포비아처럼 동성애자를 부정하지 않고, 그냥 인간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이해하고 받아 들입니다. 아니, 받아 들인다는 것도 어폐가 있네요. 그냥 그 또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일지도요. 그 때문에 BL이든 GL이든 뭐든,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애초에, 책을 많이 읽다보면 결국에 BL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바닥이 그 바닥이라, 대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GL보다는 BL을 즐겨본다는 지적은 조금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들은 GL보다 BL을 더 많이 볼겁니다. 아마도. 그래서 관련 연구들도 여럿 있지요. BL과 여성 포르노를 연결짓는 이야기라든지 말입니다. GL보다는 BL이 더 여성들에게 향유되는 것은 GL보다는 BL에 더 거리감을 둘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로맨스도 대체적으로 거리를 두고 봅니다. 저는 그 때문에 현대 배경의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로맨스를 더 즐겨봅니다. 역사는 상대적으로 덜 보는게,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커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대체적으로 짐작합니다. 행복하다면 상관없지만, 역사에 휘말려 같이 휩쓸려갈 인물들이라면 마음 편히 보기는 어렵지요. 판타지는 말 그대로 환상이고 또 상상이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을 상정하고 봅니다. 고생해도 볕들날이 있을 것이라고요. GL은 조금 다릅니다. 동성이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어느 한 쪽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겁니다. GL이 아니라 브로맨스 대신 걸로맨스를 풍기는 조금더 끈적한 여성 연대라면 문제 없이 봅니다. 끈끈한 여성 연대를 보여주는 작품이 싫을리 있나요. 거꾸로 감정이입하여 신나게 볼 겁니다. 뭐, 박찬욱의 『아가씨』도 그랬지요. 여성 연대에서 더 끈끈하게 넘어가는 GL.

BL은 상대적으로 남의 일이라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BL소설에서 등장하는 학대나 피폐한 정황 등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기에 겪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여성이 들어가면 비난받을 내용임에도, 남성이 들어가면 조금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비슷해 보여도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등치되지 않는 BL소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수에 해당하는 인물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도 성립하는가의 문제 말입니다. 지금 한창 읽고 있는 『딥 골드 × 핫 밀크』도 그렇습니다. 벤 노버는 슬램에 이웃한 도시 변두리에 삽니다. 치안도 별로 좋지 않은 곳이지요. 하지만 만약 벤이 여성이었다면 절대로 그런 곳에 집을 잡지는 않을 겁니다. 저축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조금 더 치안이 괜찮은 곳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로맨스가 그러하듯, 수는 약간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성별을 여성으로 바꿀 때는 거기에 당찬 모습을 보이는, 속성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가난한 여성에게는 좀 억척스러운 모습도 들어가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로맨스와 BL, GL 등 성별에 따른 캐릭터 분석은 아직 어렵습니다. 다만, 페미니즘을 공유하는 이들은 많은 이들이 여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성주인공보다는 여성주인공에 강하게 이입한다고 봅니다. GL보다 BL을 더 많이 보는 것은 그 때문이고, 또한 남성들이 고생하는 서사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하고요. 이러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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