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니첼 중에서 가장 이름이 어려운 것은 파프리카를 넣은 토마토소스의 슈니첼입니다. 그러니까 이것.





오랜만에 약속 장소가 서울역 베이커스테이블이 되었는데, 매번 와서 느끼는 거지만 여기는 딱 음식을 먹으러 오는 곳입니다. 뭔가 진득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고,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곳 말입니다. 테이블도 식기를 간신히 올려 놓을 정도로 좁습니다. 음식을 조금씩 주문해 금방 금방 비워내고 접시를 바꿔야 하는, 그런 음식점이지요. 한 곳에 앉아 느긋하게 먹으며 떠드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조명 때문에 더더욱 붉어보이는 소스. 살짝 매콤한 맛이 돕니다. 파프리카나 피망류, 그리고 양파가 들어있습니다. 예전에 처음 먹었을 때는 간간하더니 이번에는 그정도까지 짠맛은 아닙니다. 그 사이 제가 짠맛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감자튀김도 맛있으니 케찹이나 머스터드 말고, 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습니다. 아침도 안 먹고 느지막히 먹는 점심이라 흥에 겨워 먹다보니 순식간에 한 접시를 다 비웁니다. 다 먹고 나니 예거슈니첼이 먹고 싶어지는게, 다음에는 예거슈니첼 먹으러 와야겠습니다. 윽, 그러면 감자튀김은 못 먹는데.=ㅠ=




모임 2차였던 스타벅스에서는 여행 선물 교환식을 가장한 생협 모임이 있었습니다. 아니, 가장한 것이 아니라 원래 2차 목적이 그거였긴 하지만. 아직 사진을 덜 찍은(옮긴) 것이 있어서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른 글로 올리겠습니다. 사진 덜 찍은 것은 아마도 이번 주 쯤 찍어 올리지 않을까요...?

부제는 '칼 푀르스터의 정원을 가꾼 마리안네의 정원일기'입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는 칼 푀르스터의 딸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원사로 경력을 쌓고 만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이자 아버지의 정원으로 돌아와 사망할 때까지 정원을 돌보았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칼 푀르스터는 포츠님에 정원을 두었고, 통일 이후에는 그 정원을 복원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대강대강 설명하는 건 책의 중심은 정원을 둘러싼 역사가 아니라 그 속의 식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네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시기를 차례로 다루며, 초봄과 초여름, 한여름을 넣어 일곱 계절의 정원 식생을 이야기합니다. 정원에는 나무도 많지만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이 주력이며, 상당수는 아버지인 칼 푀르스터가 개량한 종들입니다. 칼 푀르스터가 육종한 풀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 아닌 다른 단어에서 주로 따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은 몇 안되고,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건 지양했다더군요. 그렇게 정원에 남은 풀도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새로 나온 종이나, 그 옛날의 정원에 있던 풀들을 옮겨 심었던 것 등도 있어 그 자세한 이야기를 철철이 풀어 놓습니다. 봄에 피는 꽃, 초봄을 알리는 꽃부터 시작해 겨울의 정원모습까지 1년의 일곱 계절을 모두 돌면 정원 가꾸기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OTL

그렇습니다.

숙근초를 심으면 제초제를 쓸 수 없으니 정원 풍광을 망치는 풀들은 계속 뽑고 뽑고 또 뽑아 치워야 합니다. 작은 땅뙈기 하나 잡초 못 뽑아서 끙끙대는 저와는 굉장히 다릅니다. 해마다 올해는 꾸준하게 잡초를 뽑겠다 생각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네요.


책 판형 때문에 더 크게 보면 더 아름다울 정원 사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여러해살이풀이 가득한 정원의 풍광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 없는 풀이 많아 번역할 때 일대일대응이 안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뭐라해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 고정희 옮김. 나무도시, 2013,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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