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편지에서 찾아보는 오래 전 베이킹’입니다. 제목들 대로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여러 작품을 소개하며 그 책에 실리고 편지에 언급된 빵과 디저트를 다룹니다. 음식 전반이 아니라 티타임의 과자들이 많네요. 그래서 제목에도 ‘차 한 잔’이 언급된 걸 겁니다.


하드커버에 책이 얇기도 해서 읽는데는 시간이 많이 안 걸립니다. 소개된 레시피들은 현대식으로 재현한 레시피와, 18세기의 레시피 둘 다입니다. 맨 뒤의 참고서적에도 나오지만 18세기의 요리책들을 참고하고 그 레시피가 현대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혹은 옛 레시피를 재해석한 것을 실었으니, 따라할 때는 현대식 레시피를 주로 보게될 겁니다. 무엇보다 옛날 것은 재료도 그렇고 만드는 법도 아주 간략해서 따라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니, 현대 레시피도 친절한 레시피는 아닙니다. 보통 일본 베이킹책은 굉장히 친절하고 사진이 많지만 영미권에서 들어온 책은 글이 대부분이고 설명도 짧습니다. 이 책도 베이킹을 많이 해본 사람이 시도할 수 있는 책이고, 책의 설명을 볼 때 성공확률은 장담 못합니다.



책에 실린 과자들 중 기억에 남은 것만 골라 적어봅니다.


플럼케이크는 다른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었지만 그 때마다 당연히 플럼은 자두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보니 다르네요. 자두뿐만 아니라 말린 과일을 플럼이라 부른답니다. 그래서인지 커런트와 건포도가 도합 340g 들어간답니다.


파운드케이크는 없지만 스펀지케이크는 있었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제인 오스틴의 편지에서 최초로 스펀지케이크가 언급되었고 이 케이크는 파운드케이크로도 불린답니다. 요리법을 기억하기 쉽도록 모든 재료를 1파운드씩 넣었기 때문에 파운드케이크라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게 스펀지케이크와 같다는 건 몰랐습니다. 지금 말하는 스펀지케이크는 파운드케이크보다는 제누아즈에 가깝지 않던가 싶군요. 이 책에서 참고한 레시피는 설탕을 반만 넣는답니다. 요즘에는 파운드케이크 만들 때 비율이 꽤 많이 달라졌지요.


민스파이는 쇼크였습니다. 민스파이의 민스가 고기 다진 것을 의미한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 레시피에 소혀가 들어가는 줄은 몰랐씁니다. 소혀를 다져 넣은 걸 넣는군요. 최근의 레시피들은 쇠기름을 넣거나, 아예 고기류를 안 넣거나 해서 생각을 못했습니다. 흑흑흑.


초콜릿차는 Chocolate to drinke라고 아래 있으니 차라리 마시는 초콜릿이라거나 핫초코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형. 옛 레시피를 보고 생각이 바뀌어 초콜릿차도 맞다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1806년에 나온 레시피에는 초콜릿을 알뜰하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초콜릿을 잘게 잘라 끓인 물에 넣어 녹이며, 이걸 우유에 한 두 숟가락 섞어 아침 저녁 시간에 끼니로 먹으라고 했으니, 이거라면 초콜릿차에 가깝습니다. 이 당시의 초콜릿 가공은 지금처럼 섬세하진 않았을 것이니, 아마 카카오열매를 갈아 놓은 덩어리에 가깝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건 초콜릿의 역사를 찾아봐야겠네요.

현대식 레시피의 재료는 다크초콜릿(코코아가루 70%)와 우유나 하프앤하프입니다. 원서가 어떨지는 몰라도 다크초콜릿 뒤의 괄호에 적힌 것은 원래 카카오매스 70%나 카카오 70%가 아닐까 합니다.



하여간 당시 영국의 티타임 디저트를 약간이나마 레시피로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지금의 레시피와 그 당시의 레시피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요.


빅토리아 시대는 그보다 훨씬 더 뒤의 것이지만 그 때의 레시피를 재현한 영상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잉글리시 헤리타지 시리즈 중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드는 법입니다.:)

https://youtu.be/eLFvA_ozB54



펜 보글러. 『제인 오스틴과 차 한 잔』, 하정희, 생각의 집. 2017,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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