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호텔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재작년 여행 때 여기서 먹은 타르트에 홀딱 반해서 G를 끌고 왔으니까요. 기본 여행 계획은 제가 짰던 고로 숙소도 여기로 못 박아 놓고 움직였습니다.

하카다 역에서 꽤 걷긴 하지만 그건 목적지를 모를 때의 일이고, 알면 생각보다는 가깝습니다. 어디까지나 생각보다는.


다만 예약할 때 실수를 했습니다. 미리 예약을 했다면 괜찮았을 건데 시기를 놓쳐서 엉뚱한 플랜을 골랐지 뭡니까. 원래 하려던 것은 아기를 위해서 트윈 침대 두 개를 붙여 놓는 것인데, 이건 그냥 유아 동반 플랜으로 골랐더니 침대 사이에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방은 넓었지만 L이 떨어질까봐 G가 노심초사 하면서 불편하게 잤지요. 붙어 있었다면 L을 벽쪽에, G가 가운데, 제가 가장자리에 누워 잤을 건데... 아기를 동반할 때는 관련 설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합니다.


하여간 이번 후쿠오카 여행 숙소도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ハイアット リージェンシー 福岡)였습니다. 이전에는 코너룸이었고 이번에는 옆의 빌딩과 마주한 방이었습니다. 암막 커튼을 열면 바로 옆 빌딩이 보이더군요.



텐진에서 하카다로 건너오며 가장 걱정한 것은 L이 먹을 음식이었습니다. 백화점이든 푸드코트든 음식을 포장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있어야 L이 먹을 것도 있을 건데 싶어 걱정하며 왔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하카다 역에는 한큐 백화점이 붙어 있다는 것을요. 지하철에서 나와 일단 올라와서 이리저리 돌다 보니 백화점 식품매장 입구가 보여 바로 들어갔습니다. 가서 몇 바퀴 돌고는 L이랑 나눠 먹을 도시락 두 개(1960엔), 수프스톡의 크림감자수프(457엔)와 비프스튜(486엔), 샐러드(613엔), 과일(149엔) 등을 구입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찍은 사진은 없군요.=ㅁ=



그리고 그 때도, 지금도 생각하는 것이지만. 여행 다닐 때는 이거 사야겠다, 내일 와서 사야지!라는 것은 없습니다. 눈에 보일 때, 끌릴 때 바로 사세요. 그 다음날 여기를 다시 지나간다는 보장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신기한 과자라면 이 때 사고, 사고 싶은 거라면 바로 구입해야 합니다. 쇼핑하다보면 예상보다 많이 걸어서 체력이 떨어질 것이니 꼭 보일 때 사세요.






현관 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들어가서 짐을 놓고 돌아 나와서 찍은 사진. 2인용 소파와 1인용 의자, 거기에 화장대 의자 등이 있어서 앉을 자리는 많습니다. L이 신나게 놀았지요.






테이블에는 먹을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입맛이 그다지 돌지 않아서 저는 도시락 대신 샐러드와 수프만 챙겼습니다. 어차피 편의점 다녀올거잖아요.-ㅠ-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의 재미있는 점은 바입니다. 여기서 물 끓이고 차 준비하고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포트와 잔이 준비되어 있고요. 물론 위의 술 등은 추가 비용이 드니 손대지 마시길.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것은 탁자에 놓인 웰컴 생수뿐입니다. 냉장고의 술도 마찬가지로 추가 비용을 뭅니다.





차는 센차와 호지차 두 종입니다. 찻잔은 손잡이 없고 뚜껑 있는 쪽. 찻잔받침이 있어 쓰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바 아래쪽을 열면 작은 냉장고가 있습니다. 냉동칸이 없으니 냉동제품은 보관할 수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사온 즉시 먹어야 한다는 거죠.






채소를 듬뿍 넣은 감자 샐러드 200g이 오늘의 저녁. G는 L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반찬 많은 도시락을 골랐지만 정작 L은 반찬을 가지고 노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찬보다는 밥을 더 즐겨 먹더군요. 달걀말이도 달달한데다 국물맛이 강한게 마음에 안 들던지 거부했습니다. 이모저모 다양한 입맛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먼산) 집에서 슴슴하게 먹여 그런지 강렬한 맛이 싫었나보네요.






수프스톡의 두 수프도 간간합니다. 담백한 빵과 함께 먹는 것을 권장해서 그런지, 오른쪽의 비프스튜는 맛이 굉장히 진합니다. 속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그런 맛이고요. 오른쪽의 크림감자수프도 맛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잠시 편의점에 다녀옵니다. 부탁받은 물건과 제 물건을 포함해 세 상자가 숙소 옆 패밀리마트에 있었거든요. 편의점수령으로 지정하면 호텔에 부탁할 필요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저야 사정이 있어 호텔로 배송받은 것도 두 종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직 사진을 못찍은 물건, 하나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구입한 전동공구. 전동공구는 부피가 커서 편의점배송이 안됩니다. 하지만 정작 받은 상자를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맨 왼쪽 하단이 아버지의 전동공구. 오른쪽 바닥이 제가 주문하고 아직 사진 덜 찍은 물건. 그 위가 넨도로이드와 CD 주문으로 편의점배송 지정한 상자. 태공이 깔고 누운 것은 부탁받은 물건, 봉투도 부탁받은 CD.

보고 있오라면 아시겠지만 편의점배송으로 받은 넨도로이드와 CD 조합이 가장 부피가 컸습니다.(먼산)



최종 짐 정리 작업은 아이패드로 찍어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다다음 글 쯤 올라올 겁니다. 자. 이제 여행글도 이제 몇 안남았습니다.




덧붙임.

제 여행기를 본 G는 음식점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걸 결벽증이라 표현한 것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는 L이니 음식점에 가면 L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몸부림과 비명(...)을 듣는 다른 사람들도 괴로울 것이고요. 그러니 오히려 푸드코트처럼 열린 공간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라면 L도 데리고 간답니다.

요약하면 L의 불편과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을 고려하여 조용한 음식점에는 가지 않는 것이지, 결벽증은 아니라는 것이군요.'ㅂ'

아차. 텀블벅과 펀샵도 있습니다. 생각난 김에 이쪽부터 쓰지요.



필기도구는 그렇게 가리는 편이 아닙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 사실은 필기도구 편식도 상당히 심합니다. 좋아하는 필기구를 꼽으면 연필, 볼펜, 만년필을 고릅니다. 펜이나 사인펜 종류는 질색하고 안 씁니다. 각각의 필기구도 편식이 심한게, 연필은 HB 내외로 연한 연필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슥슥 쓸 수 있는 것을 좋아하며 짧은 연필보다는 긴 연필이 좋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스태들러입니다. 편하게 쓰기 참 좋고요. 연필을 쓸 때는 연필깎기를 절대 쓰지 않으며 반드시 칼로 나무 부분만 갈아냅니다. 따라서 연필이 통째로 흑연인 것은 쓰지 않습니다. 반드시 나무와 흑연의 조합이어야 합니다. 이건 예전에 지호에서 출간했던 『연필』의 영향이 큽니다.

볼펜도 편식이 심합니다. 반드시 굵은심이어야 하며 꼭 부드러울 필요는 없고 약간은 뻑뻑한 쪽도 괜찮습니다. 보통은 0.8에서 1mm의 심을 씁니다. 모나미는 볼펜 찌꺼기가 심해서 거의 쓰지 않으며, 주로 VIC이나 스태들러를 씁니다. 다만 스태들러는 몇 번 사봤다가 매번 분실하는 통에 최근에는 훨씬 저렴한 VIC을 삽니다.

만년필은 아버지가 예전에 퇴직 선물로 받은 워터맨만 씁니다. 프랑스제로 기억하는데 왜 이름이 Waterman인지 모를 만년필. 여기에 잉크는 검정 외의 다양한 색을 섞어 쓰며, 최근에는 녹색 잉크를 넣어 씁니다.


왜 이 길고 긴 이야기를 썼냐면, 펀샵과 텀블벅에서 낚인 것이 만년필과 그 잉크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펀샵, 트위스비 다이아몬드 580 알루미늄 로즈 만년필(링크)

왼쪽: 텀블벅, 한국의 색을 담은 잉크, '므른'(링크)


만년필은 10만원, 잉크는 50ml 기준으로 2만원입니다. 텀블벅 펀딩 후 어디서 판매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구하기 쉽지 않아 보여서요. 펄이 들어간 잉크는 만년필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낮, 새벽, 밤 잉크 중 낮 잉크만 들여다 보았습니다. 위 사진이 낮 잉크이며 이 중 은색과 청현색에 홀렸습니다. 둘 다 구입하면 4만.

만년필은 저 잉크를 보고 끙끙대던 찰나 펀샵 메일에서 보고 홀렸습니다. 므른 낮잉크를 저기에 담아 쓰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에! 도전해볼까도 생각중이지만 저 고민 좀 더 하고요. 통장 잔고가 없는 것은 아니나 최근 며칠 간 미친듯이 알라딘을 달린 덕에 카드 명세서가 두렵습니다.






농사펀드: 20년 경력의 농부를 믿고 드셔보셔요, 설향 딸기 (링크)


사진이 열심히 일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그 모든 설명을 대신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L에게 요즘 딸기를 주는지라 집에도 딸기 수요가 있습니다. 얼마나 사다 놓고 먹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을... 가격은 비싸지만 유기농이니 시도할만 합니다.'ㅠ'

펀딩이 8일 남았으니 그 사이에 주문할 예정입니다. 남으면 홀랑 가져다가 딸기 티라미수를 만들 것인가 생각해봐야겠네요.





농사펀드: 소박하고 담백한 겨울의 맛, 호구빵(링크)


이것도 사진 한 장이면 설명이 다 되리라 봅니다. 마감까지 8일 남았네요. 영동호두와 국내산 팥을 썼다고 하고 소박하고 담백하다는 말에 홀렸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그리 달지 않아 보여 더욱 그렇고요. 이것도 가격은 조금 높지만 재료비를 생각하면 납득됩니다. 국산 호두 참 비싸요. 요즘은 인건비 문제로 생산도 잘 안되고.




알라딘은 최근 열심히 사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도 한 번 적었지만 『검을 든 꽃』을 포함한 책 꾸러미를 지른 뒤, 이게 배송이 늦어진다는 말에 두 건을 더 결제했습니다. 전자책 한 뭉치, 종이책 한 뭉치. 그래놓고는 오늘도 종이책과 전자책 섞어서 한 뭉치를 더 결제. 하하하하. 그리하여 타이포 머그는 오즈를 제외하고 다 수집했으며 오늘은 G의 요청으로 밀크 글래스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책들이 도착하면 차근차근 사진 찍어 올리겠습니다. 신나게 주문했으니 이제 한동안은 얌전히 지켜봐야.=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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