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난 1월의 여행 때 발생했으니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도 완치가 안되었습니다. 희한하지요. 단순한 상처였고, 감염되고 한참 뒤에야 약을 바르고 처치는 훨씬 뒤에 받았지만 말입니다. 상처가 아무는데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지금도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습니다. 평상시의 100%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달쯤 지났으니 이제 고백을 .....




발단은 도쿠시마 병맥주였습니다. 병맥주를 사들고 와서야 제게 병따개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스위스아미나이프 큰 걸 들고 왔다면 괜찮았을 건데, 작은 걸 챙기다보니 병따개가 없었습니다. 숙소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병따개는 없음. 하기야 주로 캔맥주를 마시니까요. 집 어딘가를 굴러다닐 T모 커피점의 열쇠고리 달린 플라스틱 병따개를 들고올 걸 그랬다고 후회해봤자 늦었습니다.


머리를 굴라다가 포크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손에 들린 포크와 숟가락은 무인양품에서 사들고 온 티스푼 크기의 작은 것뿐입니다. 케이크를 먹으려고 그 전날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무모한 짓을 벌입니다. 그 티스푼을 들고 병맥주 따기 시도를 한 겁니다. 옛날 옛적, 숟가락으로 병따개를 대신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참혹했습니다. 숟가락을 들고 있던 오른손, 그리고 그 오른손의 약지 윗부분은 병뚜껑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부분에 세 차례 긁혔습니다. 그 중 세 번째가 가장 상태가 심각했고, 그 세 번째의 상처는 약지 두 번째 마디 아래 관절부에 심각한 손상을 안겼습니다.



그 다음 행위가 바보 같음을 저도 압니다. 밴드는 없고, 그 눈 펑펑 쏟아지는 저녁시간에 나가기는 귀찮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화장실에 있던 화장솜을 들고 와 상처 부위를 누르고, 그 위에 일회용 헤어밴드를 감아 고정한 겁니다.


1차 감염은 아마도 병뚜껑에 긁힌 당시에 일어났겠지만 2차 감염은 화장솜을 댔을 때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독도 안했던 터니까요. 거기에 이틀째에 약국 가서도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상처 부위에 열이 오르고 붓기도 매우 심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쓰면서도 제 바보 같음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상처가 잘 안 낫고 오래가는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다니! 하하하하하.



그 당시 B님이 도움 덕분에 무사히 연고 처방을 받았습니다. 항생제 포함된 건 약사 처방이 아니면 안된다더군요. 그걸 바른 덕에 그나마 사흘째부터는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지금도 완치가 덜 된 것은 그냥 그러려니 싶고요. 면역력을 더 키워야죠. 하하하하.;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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