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 날 저녁. 신칸센 표를 찾기 위해 도쿄역으로 걷던 도중 도쿄인터내셔널포럼 지하층 로비에서 전시회 하는 것을 봅니다. 중요한 것은 열차표수령이니 전시회 들릴 마음의 여유는 없습니다. 돌아올 때 체력이 된다면 가보자 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갑니다. 긴자 나갈 때는 D90을 두고 갔지만, 이 때는 밤이라 아예 D90을 목에 걸고 나갔습니다.





어제도 올린 사진이지요. D90 들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 중 이 사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사진들과 홋카이도에서의 사진 때문에라도 혼자 가는 여행에는 D90 들고 갈만하다 싶습니다. 일행이 있다면 무리입니다. 카메라 몇 개를 바꿔 가며 찍는 것은 힘드니까요.



저 거리는 다카라즈카 극장 앞입니다. 렘 히비야가 있는 건물 길 건너편이 바로 다카라즈카 극장이더군요. 그 다음날 상당히 재미있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하여간 사진의 가로수 사이를 따라 죽 걸어서 북쪽으로 가면 도쿄역입니다. 그리고 도쿄역을 가는 도중에 도쿄인터내셔널포럼의 1층을 지나간 겁니다. 건물이 조금 독특해서, 건물 사이의 1층이 통째로 열린 공간입니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찍은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나중에 다시 올리겠지만 우마차입니다. 헤이안시대의 그것 맞고요. 전시회에서 의도한 것은 겐지이야기지만 제가 떠올린 것은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입니다. 당연히 소설판 쪽.





옆의 사람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게 등신대라니까요. 소설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우마차는 상당히 크고, 무엇보다 높습니다. 소설 읽으면서는 한국의 달구지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실물 보고는 정보를 수정했습니다. 하하하하. 바퀴가 커서 상당히 높더군요. 바닥이 높으니 탑승감은 그리 좋지 않았으리라 추정합니다.(...)






우마차 있는 쪽이 전시회 가장 뒷부분입니다. 우마차 앞에는 이런 모형이 있고요. 헤이안 시대의 궐내 모습인가봅니다.





사람과 비교하면 저 모형이 매우 크다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보고는 헤이안시대 모형 전시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아니었습니다.








이런 깃발들도 있는데 도대체 무슨 전시인지 감이 안오더라고요.








거기에 앞쪽에는 여러 복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전시 이름이 즉위의 미, 의식의 미라는 것도 이때 알았습니다.






돌아올 때 같은 길로 돌아올지 모르니 일단 열심히 사진은 찍습니다. 같은 길로 돌아올 때 체력이 된다면 내려가겠지만, 아니면 이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도쿄역에 다녀온 이야기는 지난 글에서 한 번 했고, 전시회에 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다음 글에 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전시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거라서요. 사진이 상당히 많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도쿄역 전체를 찍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중요한 건 체력입니다. 여행 첫날에 지나치게 힘을 빼면 다음날도 힘듭니다. 아침부터 열차 타고 이동하는 것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첫날은 몸을 좀 사려야지요.





자아. 그러고는 돌아가는 길에 저녁 거리 겸 간식 충동구매를 하고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이번에도 같은 길로 걷다보니 또 전시회가 보이는데, 잠시 멈춰서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내려갑니다. 어떤 전시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 위의 사진을 찍고, 전시회 내려가서 구경하고 내용까지 파악한 뒤에는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려가지 않았다면 그냥 '즉위의 미, 의식의 미'라는 제목의 헤이안시대 재현 전시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내려간 뒤에는......






헤이안시대 복식전이 아니었습니다. 이쪽은 나라라는군요. 복식 자체는 헤이안보다는 이쪽이 조금 더 취향입니다. 헤이안은 조금 많이, 여성 복식이 과해서 취향에 안 맞습니다. 그 쯤 입으면 다니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요. 아마 실제 목적도 그런 류의 규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 옆에 전시회의 목적을 소개한 글이 있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대강 해석하면, 하레와 케는 민속학자인 누군가가 명명한 것으로, 일본인의 전통적 세계관의 하나로 하레는 연중행사의 축제를 나타내고 케는 일상을 나타내는 것이랍니다. 고대 일본인은 하레의 날에 복식을 갖췄고 일상과는 다른 몸차림을 했다는 것. 그래서 하레의 날, 축일 등의 특별한 날의 정장 변천사를 소개한 것이랍니다.

근데 사실 그건 이면이고, 제목에서 이미 그 목적을 다루고 있더군요. 저는 뒤에 가서야 전시회의 본격적인 속내(?)를 알았습니다.






오른쪽의 남성 복식은 무관의 복식, 왼쪽의 여성 복식은 공가(쿠케公家) 복식으로 쥬니히토에, 12겹입니다.







한 때 인형옷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구체관절인형이 1/3 사이즈다보니 들어가는 옷감이 만만치 않습니다.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옷 만들 때 들어가는 옷감만큼은 아니지만 비용은 그에 못지 않아요. 1/3 만드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가볍게 포기.






남성복식 차이는 크게 안 보이지만 여성 복식은, 특히 머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에도시대 후기랍니다. 그리고 남성 복식은 이번에는 문관 복식.





사진사의 솜씨가 매우 좋지 않아 이렇습니다. 하하하하.

이쪽도 12겹이 아닐까 할 정도로 겹겹이 껴입었습니다. 하지만 직물의 느낌이 이전 시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세련되지 못함이 폴폴 풍기는 복장이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 입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앞서의 옷은 그래도 옷이 주는 분위기가 있어 그쪽에 홀리지만, 이 시대는 손톱만큼도 아닙니다. 이건 좀 아냐.

짐작하시겠지만 근대의 정장입니다. 하하하.






그리고 저 복식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모형이 보입니다. 대형 모형. 모형이지만 크기가 상당합니다. 실물로 하자면 상상이 쉽지 않을 규모네요.






도열한 사람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뒤편에 걸린 깃발을 따로 소개합니다.





즉위 의식의 깃발. 실물크기. ... 응? 저기 있는 건 실물이 아니...?





지 않군요.

실물 맞습니다. 앞쪽의 모형에는 작게 줄여 걸었지만, 그 실물 크기는 뒤에 걸려 있습니다. 이쯤에서 슬슬 짐작하실 건데 저 깃발의 문양은 국화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의 나라꽃은 벚꽃이 아니라 국화입니다. 일본천황가의 꽃이 국화거든요. 일본제국군의 검 등에 장식된 문양도 바로 저 국화문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 깃발 설명 옆에 모형 내용 설명이 있더군요.





다이쇼 즉위식 모형. 아.(먼산)








도열한 인형들도 섬세하게 만들었습니다. 공력을 많이 들였다는 건데 말이죠.








이런 종류의 모형 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모형 놀이도 결국은 부동산과 직결됩니다. 인형놀이를 처음에 손 대다가 접은 것도, 부동산과 그 소모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데서 연유합니다.


하기야 이 모형은 목적이 무엇인지 빤히 보이는데서 이미 탈락이지만.





규모를 봐도, 각 인형에 들어간 노동력과 비용을 환산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집, 아마도 누대가 아닐까 추정하지만, 이 모형 만드는 비용도 엄청날 겁니다. 예전 이야기지만 숭례문 모형 제작하는데도 8자리가 아니라 9자리 비용이 들어갔다 들었습니다.







숭례문 모형이 얼마나 큰지 실물을 보지 못해 말은 못하지만, 8자리는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뒤편이 궁인... 아니, 무녀일지도 모르지요. 그쪽도 확실하게 세워두었습니다.







다이쇼라서 뒤쪽의 복장은 그리 예쁘지 않습니다. 차라리 완전한 일본 전통복장이었다면 모를까, 저 부채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모자가 묘하게 안 어울립니다. 나폴레옹이 떠오른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앞의 양(洋)과 뒤의 화(和)가 부조화를 이룹니다. .. 하기야 그 앞쪽은 또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이군요.






그 뒤쪽으로는 또 다른 복식 안내가 있습니다. 채녀복이라는데, 아마도 무녀를 일컫는 것 같습니다. 사진만 찍고 넘어가서 정확한 정보가 없군요.






음, 아마도 신관 복장? 한자로는 어제복이라, 제례복, 신관복으로 보면 될 겁니다.






이쪽은 천자의 복식이라는군요. 황색으로 염색한 옷. 그리고 저 신발..... 전통 복식임을 단번에 알려주네요. 하기야 한국에서는 고무신이 아니라 구두를 안쪽에 신는 경우도 많으니 더 그렇습니다.







이쪽도 御가 붙는 걸 보면 황실이겠거니 했는데, 황태자복장이랍니다. 황색의 톤이 조금 다르군요.







이것은 그 뒤에 나온 헤이안 시대 궁궐의 모습인데... 그러한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옷만 있고 머리가 없어.OTL








하기야 머리 있는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는 철사 등으로 틀을 만들어 옷을 끼우는 것이 간편하고, 저게 다 12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더불어 헤이안시대 궁녀, 여관들은 머리카락이 매우매우 깁니다. 얼굴 화장도 지금과 매우 다르지요. 그것까지 재현하려면 노고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옷만 세워 놓는 것도 나름 예쁘니까요.






아냐,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의 문제였을 거야. 이쪽의 남자들은 머리까지 다 있잖아요.







뒤쪽만 얼굴이 없고 이쪽은 얼굴이 있습니다.







이쪽도 얼굴 있음. ..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헤이안시대의 괴담을 적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 저기 다리 위의 두 여성께서는 머리카락까지 제대로 표현했군요. 그럼 맨 처음 찍은 사진의 옷들만 몸통(!)이 없었던 걸까요.








자아. 이제 마지막입니다. 앙케이트 상자 저편으로 우마차가 보입니다. 지나갈 때 찍었던 것처럼 이쪽은 모형은 모형이지만 1/1입니다. 등신대라는 거죠. 아, 근데 그 당시 일본남자가 저렇게 키가 컸나, 아니면 모자 때문에 키가 커보이는 걸까요.








이 설명을 보니 등장인물들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아마도 겐지와 무라사키노키미가 저 궁궐안에 있고 이쪽은 고레미쓰인가봅니다. 위의 둘은 알지만 아래는 누군지 건너 뛰는 건, 우마차를 보면 이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음양사의 히로마사와 아베노 세이메이가 떠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자아. 이걸로 길고 긴 사진은 끝입니다. 들어갈 때는 헤이안 복식이다! 라면서 신났지만 나올 때는 얼굴에 비소가 떠올랐습니다. 이날은 여행 첫날이었고, 이 뒤의 여러 날들 동안에도 뉴스를 볼 때마다 '헤이세이 마지막! 최후의!'라는 수식어가 매우 많았습니다. 올 4월 1일부터는 새로운 연호가 나온다고 하지요. 그러니 그 즈음 새로운 일본천황의 즉위식도 있을 겁니다. 그 즉위식에 앞서 기획전을 만든 것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이쇼천황의 즉위식은 이러했다, 그러니 새로운 즉위식도 기대해달라라고요.

아마 정장은 양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어떨지는 알 수 없네요. 쇼와나 헤이세이 즉위식이 어땠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쪽은 아마 사진이나 영상 자료로 있을까요..? 일본이기 때문에 종잡기 어렵습니다.



일본왕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 중요합니다. 퇴위를 앞두고 있는 현 일본천황은 반전, 평화주의자입니다. 자민당하고는 상당히 사이가 좋지 않고요. 그리고 그 큰아들인 현 황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큰아들에게는 딸만 하나 있습니다. 작은 아들은 딸이 둘, 아들이 하나 있고 이 아들이 그 다음의 천황으로 점쳐집니다.

현재 영국왕실은 계승법을 바꾸어서 남녀 상관없이 왕위계승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윌리엄의 딸은 오라버니의 뒤를 이어 계승 순위를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남동생, 숙부인 해리보다도 위라고 알고 있고요. 일본은 아직입니다. 이전에 고이즈미 전 총리가 현 황태자에게 아들이 없기 때문에 남녀 상관없이 즉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였으나, 작은 아들이 아들을 낳는 바람에 개정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계획 임신이라고들 하더군요. 글세요. 앞으로의 일본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친자민당 행보를 보이는 현 황태자의 동생을 생각하면 그 아들이 다음 계승권을 갖는 것은 한국에 그리 좋지 않은 일이겠지요. 이런 저런 뒷 이야기 들은 것도 있으니 일단 더 두고 봐야겠지요.



다음 글은 도쿄역 방문 뒤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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