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c.e.에서 계속 언급되는 이 아가씨는 제 25년 지기입니다. 같이 보낸 것은 정확히 25년하고도 3개월. 제 친 여동생입니다.-_-; 취향대로 키워서 취미 코드가 상당히 맞지만 그래도 나이들면 들 수록 차이가 나는군요. 영화를 보는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책을 주로 읽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지만 요즘 G는 주말마다 집 앞 영화관에서 영화를 봅니다. 지난달까지는 용산 CGV에 가서 봤지요.

주마다 영화를 보게 되면 골라 보더라도 어떤 때는 취향과 취향 아님의 경계에 올라있는 영화들도 보게 됩니다. 그 경계에 있지만 영화가 괜찮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지난 7월, G가 보고 온 것이 검은집입니다. 그리고 그날 오전, G에게 전화가 와서 한다는 말.

"나 무서워서 집에 혼자 못가겠어.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나와줘!"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가며 화를 낸 다음 마중을 나갔습니다. 공포영화는 무섭다고 하면서도 보더니 저러더군요.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엊그제 리턴을 보러 집 앞 영화관에 갔습니다. 이 날은 제가 아침 일찍부터 놀러나가 집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신거죠.

"나 무서워서 집에 혼자 못가겠어. 영화관까지 마중나와줘!"

어머니도 화를 내시면서 나가 G를 데리고 오셨답니다. 하하하.


그리하여 한 달 간격으로 두 편의 한국공포영화를 보고 온 G. 둘다 무서웠지만 괜찮은 영화였답니다. 앞 편이 피가 난무하는 타입이라면 뒷 편은 스릴러. 특히 리턴은 정말 괜찮았다고 극찬하더군요. 들어보니 배우진도 좋습니다. 이 둘을 비교하며 G가 내용 요약한 건 이렇더군요.

G: 교훈을 얻었어.
K: 응?
G: 검은집을 보고 나서는 보험조사원과 친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거든.
K: 응.
G: 리턴을 보고 나서는 의사도 할만한 직업이 절대 아니다라고 생각했지.
K: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 제 직업은 공포영화 단골 출연입니다. 절대 할만한 직업 아니죠.-ㅂ-;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