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사용법』은 DIY 제작기라는 설명에 홀려 빌렸는데, 제 취향에는 그리 맞지 않았습니다. DIY 초보가 실패담과 실수담을 뒤섞어 써낸 이야기거든요. 성공기나 제작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실패담은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와 함께, 프리랜서 기고가로 일하던 부부는 위기를 맞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라로통가라는 작은 섬으로 도망칩니다. 집이고 뭐고 다 팔고, 큰 딸과 이사 직전에 태어난 작은 딸을 데리고 태평양의 섬을 들어간 겁니다. 어차피 인터넷만 하면 문제 없이 원고 전달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낙원의 생활은 현실과 함께 끝납니다. 문제는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데 그 때문에 도로 짐을 싸들고 다시 LA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생활을 바꾸기 위해 DIY를 시작한 것이지요. 라로통가에서 간단한 도구로 코코넛을 깼던 경험이 발판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담고, 그 뒤에는 저자가 생활하면서 하나 하나 바꿔 나가기 위한 좌충우돌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저랑은 잘 안 맞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책에서 기대한 것은 실패담보다는 성공담 쪽이라. 실패담을 적나라하게 담은 이야기가 안 맞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생활방식을 바꿔 나가는 것이 저와는 다른 영역이라 더 그랬던 것도 있고요. 책 자체는 뭔가를 꼬물꼬물 만드는 것이 맞긴 하지만 좌충우돌의 이야기가 많아요. 거기에 닭장 만들기, 그 뒤의 벌 키우기, 닭장 이동 시켰다가 실패한 이야기까지. 가볍게 볼만은 하지만 뭔가 성공적인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아마 안 맞을 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 고치기. 개량형으로 만들어 스타벅스 따위는 비교가 안될 에스프레소를 뽑아 내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물끓이는 장치를 손보는 것으로 커피값을 절약하는 것 같은데, 그 다음은 생두를 사다가 커피를 볶는 것까지 가지 않을까 싶더군요. DIY 잡지 편집장이기도 하니까 블로그에 업데이트 된 정보로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재미있는, 취향에 맞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착한 집에 살다』도 어떤 점에서는 닮은 책입니다. 앞은 DIY쪽이고 이 책은 건축 책이지만 생활을 바라보는 면에서는 꽤 닮았습니다. 가능한 환경적인 삶, 만드는 삶을 추구하는 『내 손 사용법』이나 환경친화적 집을 취재한 『착한 집에 살다』나 같은 맥락이라고 보거든요. 다만 접근하는 방식은 꽤 다르지요. 『착한 집에 살다』는 아무래도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보니 적나라한 이야기보다는 성공사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착한 집에 살다』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네 여자가 모인 쓰나가루즈가 일본의 여러 집을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착한 집은 에코하우스와도 관련이 있는데, 가능한 녹화를 추구하고 에너지를 적게쓰는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도 스스로 적은 자재를 이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짓는다거나, 천천히 지어가는 집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슬로라이프, 혹은 지역기반형, 혹은 살면서 만들어가는 집을 담았습니다.

책이 얇아서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시도를 담은 집이 많아서 한 번쯤 도전해볼까 싶기도 하네요. 은퇴하고서 10년 넘게 집을 만들어가는 부부도 있다보니 저도 나중에 적당한 땅을 사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혼자서 지어볼까라는 망상을 하게 되더랍니다. 재미만 놓고 보자면 『내 손 사용법』보다는 『착한 집에 살다』가 더 취향이었습니다.-ㅁ-



마크 프라우언펠더. 『내 손 사용법: 텃밭부터 우쿨렐레까지 좌충우돌 DIY 도전기』, 강수정 옮김. 반비, 2011, 15000원.
쓰나가루즈. 『착한 집에 살다』, 장민주 옮김. 한겨레출판, 2015, 15000원.


그나저나 점점 웹소설 탐독 비중이 늘고 일반도서의 독서비중이 줄고 있는데 좀 고쳐야 겠습니다. 조만간 조아라 소설들을 쳐내야겠네요.=ㅁ= 그간 도서관에서 미뤄두었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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