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신간 검색하다가 얼결에 걸려들었는데, 며칠 고민하다가 이런 책은 그냥 사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잘못 고르면 이런 책은 더미dummy가 되다보니 그냥 사서 적당히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본겁니다. 무엇보다 미쓰다 신조처럼 믿을 수 있는 작가의 책도 아니거든요.

 

 

마츠바라 타니시는 일본의 개그맨입니다. 일본 개그맨은 한국보다 위계서열이나 그런 관계가 훨씬 딱딱합니다. 한국의 연예인들 중 희극인들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던데 여기도 확실히 그렇지요. 개그콘서트 같은 그런 프로그램에 매번 아이디어를 들고 회의에 참여했다 탈락하거나 혹은 발탁되거나. 그렇게 하다 점점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사라지기도 하고요. 지은이는 어떻게든 뜨고 싶다는 생각에 공포와 괴담 쪽에 손을 댑니다. 그러니까 무서운 방이나 심령 스팟 같은 곳을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거죠.

번역 제목은 무서운 방이지만 원제는 표지에 나온 대로 『事故物件怪談: 恐い間取り』입니다. 사고물건괴담: 무서운 평면도-쯤 될까요. 恐い間取り는 무서운 '방배치'쯤 되지만 여기서는 가구 배치가 아니라 책에 실린 각 평면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진보다 각 부동산의 방 배치가 여럿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직방이나 다방 등등의 부동산전문 어플리케이션을 보는 것 같습니다. 뭐, 실제도 그렇지요. 문제가 있는 부동산의 이야기를 모았으니까요.

 

앞 이야기로 돌아가, 마츠바라는 개그맨으로 살아남기 위해 공포를 선택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피하는 '사고물건', 그러니까 사고가 있었던 부동산에 들어가 사는 겁니다. 일단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라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도 생기지만 이런 집은 집세가 저렴합니다. 시세의 60-70%이기도 하고 보증금이나 답례금 등등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불어 집주인은 직전에 일어난 사고는 부동산 계약시 반드시 공지를 해야하나, 만약 다른 사람이 와서 살다가 간 경우, 그러니까 전전 세입자의 사고에 대해서는 고지의무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거꾸로 사고부동산에 살게된 케이스도 있습니다. '집을 털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이 있어서 사고부동산에 잠시 들어가 살았던 이야기도 있고요.

 

사고부동산으로 번역했고, 원제에서 나온 것처럼 원 단어는 사고물건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종종 부동산을 물건이라 부르지요. 건물과는 건의 한자가 다릅니다. 사고는 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경우를 가리킵니다. 최근에는 고독사가 많으니 그 관련 부동산도 사고부동산입니다. 집 주인이 방에서 뛰어내렸거나, 방에서 목매달았거나 등등의 사건이 있었다면 사고부동산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사고물건의 고지 의무는 없지요. 일본은 아예 법으로도 못박아둔 모양입니다.

 

 

마츠바라 본인은 둔감한 편입니다. 사고부동산에 살았는데 여즉 멀쩡한 걸 보면 짐작하시겠지요.OTL 하지만 읽다보면 확연히 이 사람은 공포에 대한 나사가 조금 풀렸나보다 싶은 정도입니다. 괴담스팟에 찾아가거나 하기도 하지만 본인도 인터넷 방송을 한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을 하면 시청자가 댓글로 뭐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하나보군요. 이상한 것이 영상에 잡힌 것도 한 두 번이 아닌데 이 책은 매우 담담하게 써놓았습니다.....

 

 

본인이 살았던 사고부동산은 다섯 곳이지만 심령 사건을 겪은 것도 함께 다뤘고, 이렇게 모으다보니 아예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뒷부분에는 심령스팟 등을 다녀온 경험담을 또 따로 실었고요. 읽고 있다보면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사이트의 괴담이나 경험담 번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이쪽은 경험담에 가깝다보니 더 무섭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만화카페의 야간 아르바이트 이야기입니다. 오사카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경험담 자체가 매우 ... 구조적으로도 반전이라 더더욱 무서웠습니다. 허허허허. 하지만 이건 모두 일본 사례이니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 소리를 하냐면, 저는 둔한 편이거든요. 아니, 민감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감했다면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을리 없어요. 사무실을 혼자 쓰는 처지니 민감했다면 못살았을 겁니다. 거기에 근무처나 사는 곳이 민감하면 버틸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먼산) 그리고 무서운 것은 아니라 읽으면서 잠시 머리를 부여 잡은 것은 청소업체 이야기. 짐작하시겠지만 고독사 한 사람들의 방을 치워주는 업체에 부탁해 따라갔던 경험담을 적은 겁니다. 그 부분은 비위에 강하건 아니건 그리 좋은 기분으로 읽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 집은 목조주택이라 이런 문제가 더 심하군요. 한국은 콘크리트라 고독사 발견이 더 어렵고...?

 

 

일본식의 공포, 괴담류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짤막한 경험담 등을 모아 놓은 것이니까요. 거기에 제가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사고부동산이 오사카 쪽이기 때문입니다. 간사이는 가더라도 교토 중심이고, 오사카는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고요. 그렇다보니 공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덜 무서웠을 겁니다.

 

 

마츠바라 타니시. 『무서운 방: 살면 안되는 곳이 있다』, 김지혜 옮김. 레드스톤(인터파크), 2019, 14000원.

 

한국식 공포가 읽고 싶으시다면, BL이기는 하나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전자책)를 보시길. 꽤 무섭습니다. 여름에 읽기 딱 좋아요. 날도 더워지니 슬슬 구입해서 보시면..+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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