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읽는 책 중 일본어 번역서의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음식 관련 도서는 상당수가 일어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지요. 일본음식뿐만 아니라 디저트 책도 그렇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일본어 책을 찾아 읽는 일도 많다보니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감상 적을 때는 아예 번역 문제만 따로 언급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불만을 폭발시켰습니다.(먼산)



1권 읽을 때는 느끼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2권은 번역 중 불만 사항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앞서 도서관에서 빌렸던 『조리법별 일본요리』에서 느꼈던 감상과 비슷합니다.


외국 음식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난감한 것은 이걸 풀어서 설명하느냐 아니면 이름 자체를 두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그게 일본 음식이라면 더더욱 골치아프고요. 예전에는 어떤 음식이건 일단 풀어 설명하는 쪽이 많았을 겁니다. 아니면 이름을 적고, 거기에 간단한 설명을 적습니다. 최근에는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것이 많고요. 그러한데, 어떤 음식은 한국어로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훨씬 더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생각합니다.


『조리법별 일본요리』는 대강 훑어봐도 일반인을 위한 도서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일본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들, 아니면 초보자 이상의 일본요리 지식을 갖고 있으며 더 깊은 내용을 공부하려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원서의 대상도 그렇고 한국에서의 독자 대상도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에미야 가의 오늘의 집밥』은 다릅니다. 이 도서가 Type-Moon 세계관의 2차 창작에 가깝고 이미 공인된 형태가 되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일본요리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닙니다. 즉, 직역이 아니라 한국어로 해석해서 보여주어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이번 요리도 충분히 한국어로 바꿀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1.10화의 카라아게

현재 국립국어원(빠드드드득)의 표기에 따르면 카라아게가 아니라 가라아게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면 키리츠구가 아니라 기리쓰구가 되어야 하니 넘어가고. 가라아게가 한국에서도 안주 중심으로 조금 알려진 요리라고 하지만 닭고기 튀김으로 써도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니, 이건 갸웃거려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습니다.



2.12화의 오뎅

오뎅 재료들은 참 난감합니다. 사츠마아게, 아게네리모노, 아츠아게, 간모도키, 칸표, 츠미이레, 한펜, 치쿠와, 야사이텐, 고보텐, 모치킨챠쿠, 우오가시아게 등의 재료가 등장하거든요. 이게 모두 다 각주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야 하나 아니냐의 문제도 골치 아프지요. 다만 야사이텐이나 고보텐은 한국어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야채어묵-채소어묵보다는..-_--, 우엉어묵이라고요. 거기에 모치킨챠쿠는 각주를 보면 '유부로 떡을 싼 것'이라 설명했는데, 그 앞 페이지에 만드는 모습이 나옵니다. 유부를 열어 속에 떡을 넣고 칸표-박고지꼬치-로 입구를 막은 것을 만들더군요. 그게 모치킨챠쿠이니 차라리 떡 유부주머니나 그냥 유부주머니 등으로 바꿔 넣어도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우니 번역의 어려움도 있지요.



3.14화의 매실 시소마키

전갱이 매실 시소마키. 전갱이 매실 차조기말이. 어느 것이 나을까요. 호네센베와 전갱이뼈튀김 중 어느 것이 나을까요.



4.15화의 스콘

솔직히 고백합니다. 제가 일본 원서의 디저트 책을 볼 때 스위치가 눌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생지라고, 한자로는 生地라고 씁니다. 뜻은 반죽. 정확히는 반죽한 그 덩어리, 아직 굽기 전의 반죽 덩어리를 생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단어가 맥락에 따라 번역 가능하기 때문에 생지라고 쓰는 것을 보면 번역 제대로 안된 책이라고 우깁니다. 가끔은 다른 부분의 번역은 정확한데 이 생지라는 단어 때문에 두 번 안보는 책도 생기더군요.

그리고 스콘 편은 생지와 생지와 생지와 생지가 나옵니다.(먼산)

-차갑게 보관한 버터를 더해 생지가 소보로 상태가 될 때까지~ → 차갑게 보관한 버터를 더해 전체가 소보로 상태가 될 때까지~

-~반죽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섞는 식으로 생지를 정리하고 → ~반죽하지 않고 가볍게 섞어 정리하고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으면 손으로 생지를 모아준다) → (대충 정리되었으면 손으로 반죽을 모은다)

-랩으로 생지를 싸서~ → 랩으로 반죽덩어리를 싸서~


그리고 버터만들 때, 잘 식힌 생크림보다는 차갑게 한 생크림이 맞지 않나 합니다. 식히다가 틀린 단어는 아니지만 뜨거운 것의 온도를 낮춘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니, 요즘 같은 날씨에는 식히다보다는 차갑게 하다가어울립니다. 아니, 더 직관적이라 보거든요. 거를 때도 흰 무명천보다는 거즈...(하략)


-밀가루(강력분)을 뿌린 판에 생지를 놓고, 생지를 늘리고 접는~ → 덧밀가루(강력분)를 뿌린 판에 반죽을 놓고, 반죽을 늘리고 접는~

-~두께로 만든 생지를~ →~두께로 만든 반죽을~


그러고 보면 버터와 초콜릿 자를 때도 육면체로 자른다고 하던데, 주사위 모양으로 하면 ... 하기야 요즘 주사위는 육면체가 아닌 것도 많지요.


맨 뒤의 요리 설명을 보면 아삭아삭 스콘이라는데, 아삭아삭보다는 바삭바삭.... 이건 원어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5.16화의 빙수

천연수. 천연수에 설탕을 타서 얼음을 만들던데, 천연수보다는 생수가 낫지 않을까요. 거기에 순정 생크림은 또 뭘까요. 그냥 생크림이나 우유 생크림이라고 하면 식물성 생크림을 피할 수 있지 않나요.


6.17화에서

상어지느러미와 송이버섯과 캐비어 이야기가 나오는데, 송이버섯일지 트리플(송로버섯)일지 궁금합니다. 이건 원서 확인을 해야할 건데. 3대 진미이고 발언자를 생각하면 송이버섯보다는 송로버섯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7.번외편 1의 감 오르되브르

교자피, 보다는 만두피가 낫지요.



그외에도 자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독하면서 대강 집어 보면,


맛이 배이도록 만든다 → 맛이 배도록 만든다

약 2분씩 정도 → 약 2분 정도 / 2분 가량

바깥 면을 제대로 익힌다 → 겉면을 제대로 익힌다

좋은 홍차를 손에 넣었거든 → 좋은 홍차를 구했거든 / 좋은 홍차가 들어왔거든

가늘게 채썰기로 자르고 → 가늘게 채썰고

아삭하게 만들어졌으면 → 아삭해지면


등등이 있었습니다. 재독은 위의 번역 문제 집어 내느라 훑듯이 본 것이라 다 집어낸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직역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요. 3권도 나오는대로 구입 예정입니다.'ㅂ'


TAa.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 2』, 도영명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8,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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