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 때 양주 한 병을 사들고 왔습니다. 원래 목적은 다른 술이나 커피 등의 음료에 넣어 도수를 높이는 것이라 코냑으로 추천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위스키는 자기 주장이 강하니까 커피에 넣으면 시너지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위스키는 제법 마셔본 적이 있는데 코냑은 기억에 없네요. 워낙 위스키 향이 강렬해서 그런 걸까요.



구입한 것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레미마틴. 제일 좋은 급은 향이 강하다보니 다른 음료에 섞었을 때 오히려 서로를 해칠 수 있다고 해서 그 아랫급으로 골랐습니다. 이런 저런 할인을 더하다보니 저게 4만원도 안되더군요. 제 평소 술 마시는 수준을 생각하면 가격도 적절합니다. 술은 소설로만 접해서 매번 '아버지 창고에서 훔친 조니워커 블루'라든지 '아버지 장식장에서 꺼내온 파라디' 같은 것만 보았거든요. 조니 워커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면세점 기준으로 30만원 안되지만 파라디는 한정판이라 그런지 회사원 월급 수준이라 들어서..... (먼산) 그렇습니다. 소설로만 술을 배우면 모든 술이 이런 줄 압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찾아보면 집에 부모님이 쟁여둔 조니워커 블루라든지 그린이라든지, 발렌타인 30년산, 20년산, 17년산이 다 있네요. 로얄 살루트도 한 병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발렌타인 같은 건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니...는 건 아니지만 꽤 있어요라고 자부할 정도로 있습니다. 물론 다 부모님 것이니 저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제 컬렉션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흠흠흠.


본론으로 돌아오죠. 그렇게 들고 온 레미 마틴을 지난 주에 땄습니다. 그날은 밀크티에 넣어 마셔보기로 결정한 터였지요. 그래서 냄비에는 우유를 담고 은근한 불에 데웠습니다. 꿀도 준비는 했는데 그건 결국 안 썼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병을 씻어 말려 놓았고, 머그에 레미 마틴을 따랐다가 병에 옮기고 나머지는 홀랑 마셨습니다. 오오오오. 이거 좋습니다. 강한 향이 도는 것은 아닌데 입 전체를 싹 감고 지나가는 향이 참 괜찮습니다. 목구멍과 식도, 위까지 한 번에 훑어 내려가는데 도수가 얼마인지 확인하니 40도. ... 남용은 안됩니다. 남용하기에는 너무 강한 당신.


하여간 몇 방울 우유에 섞었는데 생각보다는 향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알콜 효과는 그 다음에 나타나더군요. 이날 9시도 되기 전에 뻗었습니다. 아마도 술기운의 효과가 강했을 거라 보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마시고 나서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양은 얼마 안되었는데 취하더라고요. 하기야 따르는 과정에서 조금 남은 몇 모금을 홀짝거렸으니 평소 알콜 섭취 상황을 생각하면 안취하는게 이상하죠.

그래도 맛있게 마셨으니 그걸로 좋습니다. 거기에 입에도 잘 맞았고 숙취도 없고요. 문제는 남용과 과용이라, 지나치게 마시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높은 코냑도 사와보고, 코냑 전용 잔도 마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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