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호박죽은 집에서 만든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연휴 전의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호박죽 싸들고 온다는게 홀랑 잊고 나왔더라고요. 집에서 호박죽 먹는 사람은 셋이지만 그 중 둘이 지방에 있으니 아예 싸올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어머니가 '먹어 치운다'고 하시는 바람에 덥석 들고 가겠다 했는데 까먹고 왔으니. 그리하여 호박죽 없음을 슬퍼하고 마침 마트에서 세일하는 오뚜기 호박죽을 사들고 왔습니다.


집에서 만든 호박죽은 단호박으로 만든 호박죽이라, 늙은 호박죽은 오랜만이라며 룰루랄라 뚜껑을 열었는데 불길한 냄새가 풍깁니다. 풋내. 호박 풋내가 도는 것 같더군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 숟갈 푹 떴는데... 내가 뜬 것이 풀인지 호박죽인지 알 수 없는 질감. 이건 아니겠다 싶으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입에 넣었더니, 내가 먹는 것이 풀인지 호박죽인지 알 수 없는 식감.

ㅠ_ㅠ

먹긴 먹었지만 내가 먹는 것은 호박죽이 아니야라며 좌절했습니다. 그리하여 주말에 집에 가자마자 호박죽을 꺼냈다는 슬픈 이야기.... 이것이 슬픈 이야기인 것은 더이상 호박죽이 없기 때문입니다. 흑흑흑.



집에 늙은 호박이 몇 있으니 호박죽도 곧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맛은 꼬마밤호박보다 덜하지만 늙은호박은 특유의 맛이 있어 좋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만들면 콩도 듬뿍 들어가니까요.'ㅠ'




하지만 지금 자취방에는 튀밥과 밤이 있으니 호박죽 해먹을 일은 멉니다. 뭐, 여기서 호박죽 하는 것도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할 엄두가 안나고, 심지어 카레도 손이 많이 간다 하는 수준이니까요. 다음 호박죽은 겨울쯤 하루 이틀 휴가 받으면 그 때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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