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쯤이었나. 교보문고에 놀러 가서 일본 서적을 뒤지다가 예전에 웹에서 보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던 책을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날마다 먹고 싶은 '밥 같은' 쿠키와 비스켓 책』. 제목이 좀 길지요. 왼쪽에 있는 책입니다. 표지가 귀엽기도 하거니와 대강 훑어 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일단 찍어 놓고 있다가 그 얼마 뒤에 카드를 들고 다녀왔습니다. 그날은 미처 교보문고 카드를 들고 가지 않았거든요. 5% 차감할인이 은근히 크니까 잡지가 아닌 경우에는 웬만하면 카드를 들고 와서 책을 구입합니다.
특히 일본 서적들은 가격이 꽤 크니까요. 2만원의 책이라면 나중에 1천원이나 가격 차이가 나니 말입니다.

이날은 책을 두 권이나 구입했는데, 찍어 놓았던 책을 집어 들기 전 훑어보다가 『앙금책』을 봐버립니다. 충동구매로 바로 이어졌으니 '버렸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더군요. 하하하하...

이 『앙금책』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팥앙금을 질색하던 저자는 잡지 취재 도중에 어쩔 수 없이 팥앙금이 듬뿍 들어간 화과자를 먹어야 했습니다. 팥 특유의 맛도 그렇지만 그 지나친 단맛도 질색이었고, 차라리 케이크가 낫다고 생각했지만 취재하러 간 가게에서 권하는데 어쩔 수 없었겠지요. 그리하여 눈딱감고 과자를 입에 넣습니다. 그리고 그때 발상, 아니 입맛의 대격변이 일어납니다.-ㅁ-; 팥앙금을 싫어했던 자신마저도 생각을 바꿀 정도로 아주 맛있는 화과자였던 겁니다. 그리하여 호모포비아에서 부녀자로 넘어간 것만큼이나 급격한 변화를 겪고, 그 뒤로는 각지의 맛있는 팥앙금을 찾으러 다닙니다. 그러다 앙금책을 쓰기로 마음 먹고 본격적인 취재를 통해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고요. 저자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강상미, 한국 사람 맞나봅니다. 하지만 교토 출생이라네요. 재일교포가 아닌가 싶습니다.'ㅠ' 여튼 보는 내내 맛있는 팥앙금에 대한 갈증으로 내내 시달렸습니다. 아.. 오하기도 좋아요, 팥만 삶아도 좋아요. 데마치 후타바의 콩떡은 먹어보았지만 이리되면 백화점이 아니라 본점에 가서 갓 만든 걸 먹어보고 싶어요.;ㅠ; 흑흑흑. 제게 팥앙금을 주세요!
이야기의 발단은 G입니다.
이전에 G의 지인이 간사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로 양갱을 사다준 적이 있거든요. 검은깨양갱이었는데 달달하니 맛있어서 차와 함께 잘 먹었습니다. 그랬는데, 정작 선물을 사온 본인은 이 양갱을 입에 대보지도 못했답니다. 아마 자기몫 없이 선물로만 돌려서 그랬나봅니다. 그래서 이번에 G가 여행간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 양갱이야기를 꺼냈답니다. 백화점 지하매장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라 했으니 찾아보기로 하고 도착한 날 이세탄 지하매장을 뒤졌습니다.
...
다른 곳에서 부탁받은 말차쿠크다스(...)는 있는데 이 양갱은 안보이네요. 포장이 독특해서 헷갈릴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돌아봐도 안보이니 그 다음에는 시조 다카시마야를 간 김에 들러보았습니다. 여기도 없네요. 버럭 화를 내려던 찰나, G가 마지막 남은 하나를 들고 왔다며 양갱을 슬며시 꺼냅니다. 뒷면을 보니 판매처 이름과 함께 주소가 적혀 있는데 시조(四条)래요. 헐. 바로 이 근처네요. 일단 검색은 해보자며 EGG를 꺼내 켜고 아이폰으로 검색해보았습니다. 위치가 어디있는지 지도를 보니 대강 감이 잡힙니다. 기온에서 시조 가와라마치로 넘어올 때, 오리강을 건너 바로 있더군요. 그리하여 홀랑 방문했더랍니다. 저야 다카시마야 앞에서 출발했으니 동쪽으로 죽 걸어가면 되더군요.

물론 목적은 양갱만이 아니었습니다. 『교토 카페시간 2011』을 보니 2층에 카페도 있어 G가 먹어보고 싶어했던 일본 전통 디저트도 팔고 있더군요. 아예 그 김에 가자 싶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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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상점, 2층은 카페입니다. 1층에서 다양한 맛의 양갱을 구입하고 다른 과자들을 구경한 다음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지야를 제외하고, 일본식 디저트를 파는 전통카페는 처음 가보았네요.'ㅂ'

메뉴판을 받아들고 고민하다가 G는 단팥죽 세트(아마 시루코しるこ였을겁니다), 저는 말차세트를 시켰습니다.




곱게 저은 말차, 그리고 작은 화과자 하나. 겉은 약간 건조하면서도 파삭한-모나카의 겉 껍질에 달달한 팥앙금이 들어 있다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이쪽이 G의 세트. 차랑 단팥죽이 함께 나옵니다. 옆에 있는 것은 짭짤한 다시마입니다.




뚜껑을 열면 이런 모습입니다. 안에 구운 떡이 하나 들어 있군요. 




단팥죽은 으깨거나 갈아서 만든 걸죽한 것이 아니라, 그냥 팥을 삶아 거기에 설탕을 넣어 약간 걸죽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팥이 맛있으니 불평이고 뭐고 나올 일도 없지요.-ㅠ-



말차세트가 700엔. 단팥죽 세트도 그 근처-850엔은 안 넘을 겁니다.^^; 정확히 얼마인지는 G에게 물어봐야겠네요.
오하기가 맞는 이름인지 모르지만, 찹쌀떡이 아니라 쌀알이 살아 있는 화과자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란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써봅니다. 혹시 틀렸다면 댓글로 지적해주세요.(먼산)

지난번 일본 여행 때 빨강 봉투에 담겨 둘둘 말려 있던 것은 신주쿠 다카시마야 지하에서 만난 오하기였습니다. 다이후쿠와 오하기 등 떡에 가까운 화과자를 놓고 팔고 있었는데 한 번씩 다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두 종을 골랐습니다. 다이후쿠나 밤다이후쿠는 다른 곳에서도 먹어볼 수 있지만 오하기 두 종류는 처음 보는 것이기도 했고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눈에 보일 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 샀을 때는 적당히 시간 났을 때 도쿄에서 먹을 생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쇼핑백에 넣어두었다가 까맣게 잊고 집에서야 발견했습니다. 그런 고로 이것은 12월 29일의 사진입니다. 그날 아침에 물건들 바리바리 꺼내서 사진 다 찍고 한숨 돌리면서 밀크티를 한 잔 끓여 오하기와 함께 놓아 보았습니다.


보고 있자니 올해의 새로운 목표로 티매트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위타드...............T-T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T-T(사진 오른쪽의 접시가 위타드 접시입니다)



한 쪽은 콩고물이 묻어 이고 다른 한 쪽은 겉에 팥앙금을 붙였습니다. 앞쪽에 있는 팥앙금은 누드김밥처럼 속에는 떡이 있고 안에는 팥앙금을 붙인 것일테고, 뒤쪽은 그냥 콩고물만 묻혔을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왠걸!
먹어보니 다릅니다.; 그냥 다이후쿠처럼 찹쌀떡일거라 생각했는데 맨 앞에 쓴 것처럼 찹쌀이 알알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찹쌀밥으로 만든 화과자인겁니다. 이런 것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도묘지였나, 그 비슷한 것을 살 때 잠시 본적이 있지만 그 때 한 번 보고는 기억 저 편으로 날아갔거든요.
팥앙금 속에는 찰진 찹쌀밥이 들어 있습니다. 밥 자체는 거의 간이 되어 있지 않다고 기억하는데 팥앙금이 달다보니 그 정도가 딱 좋습니다. 거기에 콩고물이 묻은 쪽은 속에 또 팥앙금이 들어 있습니다. 콩고물도 고소하니 맛있는데 거기에 쫀득하게 씹히는 찹쌀밥에다 속의 달콤한 팥앙금까지! 밀크티가 아니라 녹차였다면 더 잘 어울렸겠지요.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먹고 있는 것을요.

다음 여행 때는 양과자 말고 화과자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팥을 원체 좋아하니 팥만 잔뜩 먹어도 좋습니다. 속이 달아지면 그 때는 말차로 진화(?)하면 되니까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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