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우님의 리뷰를 보고는 꽤나 궁금했는데 마침 상수역쪽으로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홍대에 갈 때는 거의 홍대입구 역쪽으로 접근하다보니 다방 근처에 있는 이 카페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니, 뭐, 요즘에는 거의 상수-합정 라인은 가질 않았군요.'ㅂ';




위치는 이쯤.
다방 맞은편에 있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바로 맞은편은 아니고 그보다는 조금 비껴 있는데 요기 쪽에서 접근한다면 CHAN's가 조금 더 가깝습니다. 요기가 있는 골목에서 걸어들어가면 오른편에 있습니다. 최근 극동방송국 맞은편에도 요기 분점이 생겼으니 옛날 요기 자리와 헷갈리시면 엉뚱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간판은 저렇게, 김이 폴폴 나는 커피잔 그림입니다.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분위기는 바에 가깝습니다. 밝은 카페를 좋아하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뭐, 여기는 오래 앉아 있으러 간다기 보다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나는 가게라고 생각하니까요. 디저트 메뉴가 없으니 오래 앉아 있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들은대로 원두는 두 종류입니다. 자세한 것은 펠로우님의 리뷰를 참고하시면 될터이고, 저는 그냥 인텔리젠시아와 팀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 맛을 볼까 고민만 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디저트 메뉴는 전혀 없고 음료만 있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쪽을 마실까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자 주인이 말을 걸어오더군요. 그리고 간단히 설명을 해줍니다. 두 종류의 원두 중 인텔리젠시아쪽이 꽤 독특한 맛이랍니다. 산미가 없는 쪽을 선호한다고 했더니 양쪽 다 산미는 있는 편이라네요. 하지만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마신다면 물이나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괜찮을거라는군요. 그래서 인텔리젠시아의 카페라떼로 시켰습니다.

혼자서 놀고 있으려니 커피가 나옵니다.


탁자나 찻잔은 꽤 마음에 듭니다. 찻잔이 어디 제품인지 보진 않았지만 잔도 두껍고 취향에 맞습니다. 한 모금 홀랑 마셔보는데 카페라떼의 온도는 제가 선호하는 것보다는 낮습니다. 뜨거운 걸 좋아하지만 카페라떼는 뜨거우면 안된다고 하지요. 아마 '적정 온도'인 것 같은데 따끈하니 딱 괜찮다 싶습니다. 우유거품도 부드럽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맛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커피의 향, 맛 모두 지금까지 마셔본 카페라떼와는 굉장히 다릅니다. 그걸 뭐라 표현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리뷰 쓰는 것이 늦었습니다. 두 번째 방문을 하고 나서야 그 맛을 뭐라 적을지 대강 감이 왔습니다.

나무맛.

...

아니, 진짜 그렇습니다. 나무맛, 나무향 같은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커피의 향과 맛에 굉장히 독특한 것이 섞여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한번쯤 마셔보면 좋을만합니다. 마시고 났더니 팀~의 원두를 쓴 카페라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두 번째 방문 때는 팀을 시키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원두가 떨어졌답니다. 이건 다음으로 미뤄야겠지요.



두 번째 방문 때는 단 맛이 그리워서 카페모카를 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코시럽-초콜릿이 아니라 아마도 코코아파우더로 만들겠지만-이 들어가면서 특유의 맛이 확 사라졌습니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은은하지만, 아쉽게도 특유의 맛이 첫맛에만 남아 있고 그 뒤의 초코시럽이 그 맛을 감추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단 것이 마시고 싶을 땐 차라리 코코아를 시킬지언정 카페모카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그리고 펠로우님도 지적하신 부분인데, 이 카페는 왠지 아지트 분위기입니다. 메뉴판이 없고 직접 바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야하는데 바에는 거의 주인과 아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단골이 되어 말을 트게 된다면 같이 어울릴 수 있겠지만 그러기 어렵지요.(먼산)


커피 가격은 카페라떼와 카페모카가 6천원입니다. 평소 제 기준에 따르면 가격이 높지만 디저트가 없어서 식이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에 연거푸 두 번 다녀왔습니다. 아마 조만간 다른 원두로 만든 카페라떼 마시러 갈 겁니다.
집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번화가입니다. 그것도 대학로. 교보문고도 도보로 40분만에 갈 수 있으니 종로도 수비범위 안에 해당합니다. 인사동이나 가회동도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북쪽으로는 잘 안가니 한성대입구나 성신여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기도 걸어서 40분 안쪽입니다. 성신여대 정도면 40분이 아니라 30분 안일것이고 한성대 입구는 15분 내외일겁니다.
(어머나~ 이러다 보면 집 위치까지 알려드릴....;;)

그런데 말입니다, 친구들과 약속잡아 놀자하면 항상 이 범위는 제외됩니다. 이상하게 버스나 지하철로 40분인 홍대에서만 놉니다. 거참 이상하지요? 지난 주말에 공방 분을 만났다가 홍대에서 모여 놀기로 했다 하니 홍대에서 왜 놀아?라고 물어보시는군요. 그렇군요. 이 분은 홍대가 걸어서 30분 범위 안입니다. 집 앞마당이 홍대인셈입니다. '집이 대학로에 있지만 원래 집 앞마당에서는 안 놀잖아요.'라고 대답하니 웃으시며 그도 그렇네라고 하시는군요.
이상하게 논다하면 집 근처보다는 그보다 더 나간 곳을 선택하게 됩니다. 익숙한 곳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이제는 대학로보다 홍대가 익숙한 곳이 되었으니 해당되지 않고요. 간만에 만나 노는 것인데 집 근처에서 노는 것보다는 새로운 물에서 노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어쩌면 단순히, 대학로보다 홍대가 좋아서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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