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때 조식은 중요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작년 여행에서 '도쿄의 조식은 기대할 것이 못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그에 앞서 조식이 마음에 안들면 안 시키면 된다는 결론을 내린 터라 자란(jalan) 기준으로 별점이 3점 후반이거나 4점 초반이면 조식 주문, 아니면 아예 조식 제외로 숙소 예약을 합니다. 후쿠오카 숙소 예약은 동행이 했는데 이 때는 조식을 중요하게 보았지요. 먼저 찍어 놓았던 곳은 도미인 프리미엄이었지만 3인실 숙소가 금방 빠져서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로 갔습니다.








하카타역 동편인데 역에서 걸어서 대략 10분? 평지가 많고 횡단보도도 역까지는 한 번만 건너기 때문에 그렇게 멀진 않습니다. 다만 번화가나 캐널시티 등은 역 서편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고요. 대신 상당히 조용합니다.



찾아보면 호텔 건물 자체도 유명한 모양입니다. 애초에 처음 숙소 찾아갔을 때는 폭소했으니까요. 아니, 왜, 이런 모양의 건물이 이런 곳에 있어? 싶었습니다. 밖에서 찍은 사진은 없으니 잠시 구글에서 검색합니다.





구글에서 ハイアットリージェンシー福岡로 검색하니 나오는게 공식 홈페이지(http://www.hyattregencyfukuoka.co.jp)의 이미지인데 지나가다보면 두 사각 건물 사이에 낀 광장 같은 건물과 그 뒤의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그 뒤의 청회색 원통형 건물과 돔이 인상적입니다. 저것만 놓고 보면 여기가 유럽 어드메라고 우겨도 믿을만 합니다.





객실 바로 근처에는 코너가 있고 그 둥근 공간에 이렇게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복도 끝 부분의 남는 공간에 벽 위로 창을 내고 그 아래 안락의자를 놓은 건데 이것도 멋지더군요. 의자 자체도 편해 보이는데다 위에서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게 떨어지니 사람만 없다면 저기서 느긋하게 책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객실이 5층이었는데 중앙의 홀을 내려다보면 이렇습니다. 판테온보다는 사실 파놉티콘이 먼저 떠올랐음.;






홀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찍으니 묘합니다. 꼭 종교건축물에 들어온 것 같은 경건한 분위기고요.





하지만 그런 하얏트 리젠시의 마스코트는 고양이 두 마리. 태공과 크기 비교를 하시면 대강 크기 짐작이 되실 겁니다. 판매 여부는 물어보지 않았군요. 흑.



3인실이라 방이 넓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코너룸이었습니다. 가장 모서리에 있는 방이라 창이 두 면으로 나 있고요. 엑스트라베드를 넣어도 공간이 충분히 넓은데, 파우더룸 겸 세면실과 욕실 겸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변기랑 욕조를 같은 공간에, 세면대는 이어진 공간에 넣은 겁니다. 옷장도 가구가 아니라 벽을 막아 만들어서 공간이 넓더군요.




게다가 이렇게 바 겸 티룸을 따로 분리했습니다. 이렇게 별도로 만든 곳은 지난 도쿄 여행 때 묵었던 니와호텔 도쿄(http://esendial.tistory.com/6831) 정도네요. 니와호텔 도쿄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간 묵었던 호텔 중에서는 신경써서 만들었구나 싶었고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도 그랬습니다.





당연히 양주를 마시면 요금이 따라옵니다. 3명이 묵으니 찻잔도 세 개를 세팅했더군요. 그리고 다실(?) 아랫부분은 냉장고가 있습니다.




조식은 따로 먹으면 2300엔입니다. 가격이 높은가 싶지만 막상 가서 보니 상당히 잘 차렸더군요. 양식과 일식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전체 사진은 안 찍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몇 곳은 허락받고 찍었습니다.




상당히 충실한 디저트. 보기에도 괜찮지만 먹어보면 더더욱 좋습니다. 중앙부의 크렘브릴레도 좋았지만 그 왼쪽의 무화과 타르트는 지금까지 먹어본 타르트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쿠키도 무난했는데 미니 마들렌이나 롤케이크는 상대적으로 그냥 그랬습니다. 프티타르트나 딸기 케이크는 맛있었고요.





샐러드, 빵, 시리얼 등등도 모두 다 있습니다. 일식 반찬도 있지만 특이한 건 라멘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점. 생면을 준비해서 끓는 물에 넣고 국물을 준비해 넣으면 라멘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본 호텔에서 라멘을 조식 메뉴에 넣은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습니다.






위가 부족하다는 것을 통탄했습니다. 병아리콩 샐러드도 맛있지만, 양식에 집중하느라 일식은 손도 못댔습니다. 그리고 오믈렛도 못 먹었어요. 그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데 다른 음식 먹다보니 놓쳤습니다.






오믈렛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직접 만드는 에그 베네딕트가 컸지요. 와플 조각에 채소랑 베이컨을 올리고 거기에 달걀을 올린 다음 오리엔탈 소스를 부으면! 즉석 에그 베네딕트 완성. 이것도 맛있습니다.

프렌치토스트는 기대했던 것만 못했지만 빵은 괜찮더군요. 펜네 그라탕도 좋았지만 먹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단짠단짠의 조합을 위해 다음 코스는 디저트. 딸기 케이크도 맛있고, 크렘브륄레나 보늬밤 하나를 그대로 올린 프티타르트도 맛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뒤로 보이는 저 무화과 타르트였습니다. 한 조각 더 가져다 먹고 싶었고 아예 한 판 사다가 집에 들고 가고 싶은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오!

바닥의 타르트지는 사브레처럼 입에서 사각사각 부서집니다. 아몬드 크림은 적당히 달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타르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거기에 간간이 씹히는 무화과는 톡톡 터지는 씹는 맛과 달콤한 아몬드 크림에 방점을 찍는군요. 무엇보다 바닥의 타르트지와 아몬드크림의 조합이 환상입니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타르트는 대개 바닥이 두껍거나 단단한데 이건 사브레처럼 쉽게 잘리고 부서집니다. 아몬드 크림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농후하다니까요. 아오!



그리하여 엉뚱하게도 이번 여행의 최강 디저트는 호텔 조식이 차지했습니다.OTL



다음에 또 어디서 이런 타르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ㅠ;

순서대로라면 이게 훨씬 앞에 와야했는데, 위가 안 좋다보니 음식 사진을 보는 것도 고역이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야 올립니다. 하하....;


한국어로는 참 쓰기도 어렵고 발음 표현하기도 안 좋습니다. 외국어 표기법상 장음 표기는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건데, 저도 쓰다보면 혼용하게 되더라고요. 先生은 센세이가 아니라 센세라고 쓰면서 아베노 세이메이는 세메가 아니라 세이메이라고 쓴단 말입니다. 그참. 근데 저 헤이세이칸 시오사이테이도 외국어 표기법의 장음 미표기를 딸면 헤세칸 시오사이테라고 적어야 합니다. 롯가테이도 매번 롯가테냐 롯가테이냐라고 고민하긴 하는데.=ㅁ=;
한자로는 平成館 しおさいてい입니다. 마지막의 테이는 아마 亭일 거고요.


여기는 아예 석식과 조식을 함께 예약했습니다. 보기는 호텔이지만 시스템은 료칸에 가깝습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그 사이 이부자리가 놓여 있더라고요. 하기야 예약한 방이 화실, 다다미방이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다미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특유의 묘한 향도 그렇고 가벼운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전에 교토 여행 가서 다다미방에 묵는 동안 다리에 뭐가 났거든요. 같이 방을 쓴 S는 멀쩡하고 저만 그랬으니 진드기일 가능성도 낮고. 그래서 알레르기가 아닌가 추정할 따름입니다.=ㅁ=;


하여간 밥. 소중한 밥 사진은 별로 많이 못 찍었습니다. 먹는데 바빠 첫 접시만 가져다 찍고 말았네요.



1층 식당이 좁지는 않은데 투숙객이 많아 사람이 붐빕니다. 저녁식사시간에도 사람이 상당하더군요. 저녁은 5시 45분부터 시작. 일찌감치 들어가서 잽싸게 먹고 나와 야경 투어를 다녀왔지요.
커피는 카페라떼 등등도 제조 가능한 머신으로 나옵니다. 커피맛은 무난한 정도. 음식도 양식과 일식 양쪽으로 있습니다. 하코다테라 그런지 (사진에는 없지만) 아주 얇게 썬 오징어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먹어보았는데 미끄덩한 것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저녁식사시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산물덮밥-카이센동을 만들어 먹더군요. 만들기 쉽도록 그릇과 회를 아예 같이 배치하던데 밥을 먹으면 배부를 것이 뻔하니 저는 회만 슬쩍 집어왔습니다. 거기에 채소도 다양하게 많고요. 옥수수도 스위트콘이라 그야말로 달달합니다. 입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꿀맛입니다. 단호박찜도 수분이 적절히 날아가 밤고구마 같은 것이 참 좋더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녁 때는 히야시라멘도 만들어 먹도록 재료가 있었군요.
대신 디저트쪽은 약합니다. 아예 손을 안댔어요. 시루코가 있긴 했지만 달달한 팥물경단이라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와 외면했습니다.




사진이 흔들렸지만 무시하고.
이건 아침식사입니다. 온천달걀도 있어서 장국을 부어 들고 왔습니다. 아침식사라 스크램블에그도 있더군요. 저녁에 보였던 카이센동은 없습니다. 대신 죽을 먹을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사진에는 없는데 베이글이 아주 맛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는 베이글보다 작은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파리바게트나 코스트코보다 작아요. 직경 10cm 정도? 근데 그 작은 베이글이 진짜 맛있습니다. 아니, 여기 료칸풍 레스토랑 아닌가. 근데 왜 베이글이 이리도 맛있는 거지.;ㅠ; 게다가 심지어는 1회용 잼도 맛있어!

이 때만해도 위가 괜찮아서 폭식 기미가 있었는데 이 때 과식한 것이 둘째날 저녁의 위통을 낳긴 했지요. 하하하.



이 호텔의 좋은 점은 먹을 것뿐만이 아닙니다. 1층에 매점 겸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이 가게가 참 좋아요. 여행 선물의 절반 가량은 여기서 쓸어 담았습니다.




첫날 저녁에 구입해서 그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 왼쪽 상단의 동그란 통은 롯가테이(오비히로 출신)의 딸기 초콜릿. 그 오른쪽은 오오도리 공원(삿포로 출신)의 군 옥수수 과자로 짭짤하고 바삭한 것이 술안주로 좋습니다. 콘칩과 비슷하지만 다릅니다.-ㅠ-; 그 아래는 유바리 멜론 포키(대형), 그 왼쪽은 하코다테 명물인 트라피스트 수도원 치즈 타르트, 그 오른쪽, 태공이 깔고 누운 것은 롯가테이의 캐러멜, 아래 세 개는 유바리 멜론 캔디와 젤리와 초콜릿.

묘하게 유바리 멜론이 많은 것 같지만 넘어갑니다. 유바리는 여기서 한참 멀죠. 삿포로에서 비에이 가는 도중에 유바리가 나오더랍니다만. 하여간 유바리 멜론 시리즈는 멜론향이 폴폴 풍기는 것이 달지만 맛있습니다. 멜론 자체도 맛있더라고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그리고 이런 것도 팝니다. 나중에 풀 세트 사진이 올라올 텐데, 홋카이도 캐러멜 시리즈입니다. 왼쪽무터 멜론, 감자, 팥, 연유, 옥수수, 딸기입니다. 캐릭터를 잘 만들면 시리즈를 만들어도 참 좋습니다. 아.. 마케팅의 승리.-_-; 하나만 살 수 없겠더라고요. 보이는대로 다 집었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전체 시리즈를 발견하고 부족분을 채웁니다.(...) 가격은 개당 130엔.




그리고 까날님 포스팅을 보고 못 구할까 걱정했던 오누마공원의 목장 우유도 매점에서 발견합니다. 홋카이도 여행 동안 마셨던 우유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맛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교한 삿포로의 아침식사에 나온 우유.-ㅠ-




커피우유도 있었는데 이쪽도 달달한 것이 좋긴 합니다. 하지만 커피우유보다는 흰우유가 좋습니다. 평상시라면 그렇긴 한데, 밖의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가 나왔다면 이 커피우유가 제격이지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온천하고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 커피 우유를 뚜껑을 따서 들이키면....
맥주보다는 커피 우유가 더 잘 어울립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여행 후기를 작성하며 자가 염장을 완성합니다.-ㅁ-;
이지만 첫 사진은 내부 사진입니다.

첫 숙소는 하코다테였지만 그 이후 3박은 삿포로였습니다. 하코다테에서 오타루를 찍고 삿포로에서 체크인하고(2일차), 그 다음날은 비에이 다녀오고(3일차), 그 다음날은 삿포로를 돌아다니고(4일차). 그래서 삿포로에 숙소를 잡았지요. 비에이도 렌터카로 움직이면 삿포로에 숙소를 잡는 쪽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숙소를 계속 옮기는 것보다는 한 숙소에서 계속 있는 쪽이 덜 피곤하니까요.
물론 숙소 이동이 번거롭다는 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체력만 아니면 여러 숙소를 돌아가며 다녀보는 것도 좋은데, 매번 짐을 들고 이래저래 옮기는 것이 번거롭더군요. 그리고 호텔들도 대체적으로 2박 이상 숙박시의 할인상품이 많습니다.




교한 삿포로는 삿포로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무엇보다 다이마루와 가까워서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식사를 크게 가리지 않으셔서 저녁식사는 거의 다이마루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사들고 왔지요. 하하하;
그리고 기노쿠니야 서점과도 굉장히 가깝습니다.:) 다만 찾아갈 때 약간 번거로운 면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 놓지는 않았는데, 다이마루를 통과해서 대각선으로 건너가셔 bridge라는 건물의 통로를 이용해야합니다. 그쪽에는 인도가 없거든요. 물론 기노쿠니야 앞을 지나쳐 횡단보도를 건너, 산쿠스를 끼고 걸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편한대로 하면 좋죠.




가방을 의자에 던져놓고 나니 숙소 사진을 안 찍었다는게 떠올라 서둘러 사진을 찍습니다.
2인실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일 싼 것은 싱글룸에 딱 침대 두 개 넣은 정도의 넓이입니다. 부모님과의 여행이라 아무래도 가격보다는 편의를 고려해 좋아 넓은 방으로 예약했습니다. 지금 확인하니 슈페리얼 트윈이네요. 26평방미터.-ㅁ-; 아마 지금까지 다닌 일본 여행 숙소 중 가장 넓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의 신주쿠 프린스 트리플룸도 꽤 넓었는데, 비슷할 걸요?)




덕분에 편하게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것이야 그냥 건물이었지만 건물로 막힌 게 아니라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G가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위치 때문도, 방 때문도 아니라 조식 때문입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그 근처의 센츄리 로얄 호텔이었는데, 아침밥이 맛있다더니만 여름에는 방 가격이 엄청나게 오릅니다. 예산을 초과해서 포기하고는 여기로 잡았지요. 하기야 호텔 조식 순위 1위 했다는 고베의 모 숙소도 가격을 확인하니 상상 초월이었지요. 하하하.
고이 마음을 접고 선택한 곳이 여긴데, 그래도 호텔 조식 3위랍니다.-ㅠ-




여행 둘째 날. 교한 삿포로에서의 첫 아침 식사입니다. 당연히 이게 첫 접시였고, 그 뒤의 접시 사진은 없습니다. 아직 아버지 쟁반이 없네요.


의외로 우유가 맛있습니다. 어떤 우유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고소하고 진합니다. 비에이센카나 후라노 우유보다는 오누마농장 우유가 입에 더 맞던데, 이 우유도 그 비슷한 맛이 납니다. 홋카이도의 우유를 몇 종 마셔보았는데 그마다 제각각 맛이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더라고요.


우유 옆의 컵은 옥수수수프입니다. 콘수프인데, 스위트콘을 써서 만든 거라 달달하지만 맛있습니다. 크흑.;ㅠ; 이런 옥수수수프는 한국에서 먹을 일이 없겠지.;ㅠ; 왜 한국에는 스위트콘이 없는 건가요.(통조림 제외) 그 옆의 유리잔은 자몽주스입니다. 태공 머리통에 가려진 것은 수란이고요.-ㅠ-





둘째날 아침에도 수란은 빠지지 않습니다. 스크램블 에그에 달달한 달걀말이도 있으니 콜레스테롤 과다. 거기에 소시지와 펜네와 ....

(나는 왜 이 시간에 이 글을 쓰면서 자가 염장을 당하고 있는 것인가..ㄱ-)


맞은 편은 G로군요. 집에서 낫토 먹는 것은 G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낫토만 봐도 알아요.





양이 점점 줄어 그런가, 첫날은 세 접시 먹었고 둘째날은 두 접시 먹었는데, 이 날은 이걸로 족했습니다. 전날 아침, 조식을 양껏 먹은 상태에서 위가 멈추는 바람에 골치 아팠거든요. 이날은 덕분에 식욕이 떨어져 이정도로 만족했습니다. 물론 요즘 먹는 아침 식사양에 비하면 엄청난 수준입니다.

...

어,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저 사진에 보이는 음식이 제가 요즘 하루 먹는 양보다 많습니다.(젠장.ㅠ_ㅠ)





그리하여 이 사진을 보며 다시 여행계획을 짭니다. 흑흑흑. 지갑은 이렇게 탈탈 털리고..

참 좋아요. 참 좋은 숙소인데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교토역에서 너무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위의 내용은 한 줄 요약이고, 만약 제가 글을 쓰러 갔다거나 숙소에 처박혀서 멀리 안 나갈 생각이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안테룸도 있을만 합니다. 1인실은 공간이 아늑한 것이 혼자 놀기 딱 좋았거든요.
...
바꿔서 말하면 숙소가 좁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이번 숙소가 시타딘이 아니라 안테룸이 된 것은 예약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3박 머무르는데 시타딘은 2만 5천엔을 가뿐히 넘고, 안테룸은 12800엔이었습니다. 두 배 차이 나지요. 시타딘은 여러 번 머물러 보았으니 이번엔 다른 곳에 가보자 싶어서 안테룸을 선택했습니다. 실은 비용만 아니면 시타딘 가고 싶었지요. 무엇보다 혼자 놀러가는데 부엌이 있으면 뭐 해먹기도 참 좋단 말입니다. 그 때문에 막판까지 시타딘을 고민했는데 고이 접었습니다.
(부엌 때문에, 오사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프레이저 레지던스입니다. 거기는 1박에 1만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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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일라나요. 하여간 교토에서 anteroom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교토역 남쪽, 그것도 쿠죠(九条)역보다 한 블럭 아래입니다. 저는 못 찾아서 한 바퀴 빙글 돌았는데, 나중에 보니 쿠조역에서 한 블럭 내려와서 바로 꺾으면 되더라고요. 烏丸ノ辻(つじ)거리가 나오면 우회전 하면 되겠더군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쪽보다는 다른 길을 더 많이 썼습니다.



캡쳐해서 줄 긋고 나니 제가 평소 다니는 길이랑은 조금 다르네요. 저는 야구장을 왼편에 놓고 걸었거든요. 위의 그림대로 걸어가면 오른편에 놓고 걸어갑니다.

숙소에서 나오면 2차선 도로입니다. 거기서 조금 걸어 올라가 슈퍼마켓을 끼고 우회전 합니다. 그렇게 주욱 걸어 올라가거나, 그 다음 블럭에서 주욱 걸어 올라 교토 테루사 옆을 지나 가거나. 둘중 하나를 하면 205번 차고지인 쿠죠샤코(九条車庫))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205를 타고 교토역에서 내리면 다른 버스들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가도 저 걷는 거리가 만만치는 않아요. 버스타는 곳까지도 10분은 걸리고, 교토역까지라면 제 걸음으로도 교토역까지 15분은 족히 걸립니다. 굳이 따지자면, 안테룸에서 205번 차고지까지 걷는 거리는 대략 교보에서 광화문까지의 거리쯤 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 추측입니다.


그렇게 먼데도 안테룸은 은근히 좋습니다. 무엇보다 조용하거든요. 번화가에서 멀고 오히려 교토라기보다는 도쿄 교외 같은 분위기가 듭니다. 편의점은 없지만 바로 앞에 슈퍼는 있지요. 그리고 이온몰이라고, 대형 쇼핑센터도 그럭저럭 걸어갈만 합니다. 자전거 대여를 해주니 자전거를 타고 다녀올만도 한데 1일 대여에 1500엔이라 도전은 못했습니다.




이온몰은 교토역 남서쪽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입니다. 간판을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업체가 입접을 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아예 가지 않았는데, 이전 여행까지는 확실히 시조(四条) 교토 BAL에 있던 무지도, 지금은 여기 이온몰에 대형 매장이 들어와 있습니다. G가 부탁했던 이런 저런 무지 제품도 다 여기서 왕창 구입했지요. 그건 다음에 다시 올리지요.


본론으로 돌아가 안테룸은 2층부터 6층까지 있는 작은 호텔입니다.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1층에는 갤러리도 있고 바도 있고, 아침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침을 여기서 먹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호텔 입구쪽에서 찍은 사진. 저런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프론트 근처. 이런 저런 상품이려나요.




이쪽이 프론트입니다. 왜 사람이 한 명도 없냐 물으신다면, 사진 찍은 시각이 오전 5시 30분이라 그렇습니다. 산책 후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이지요. 하하하. 그러니 사람이 있을리가.ㄱ-;



가장 안쪽에 드럼세탁기 두 개 있는 세탁실이 있고 그 맞은편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세탁기도 한 번 써봤는데 건조까지 되니 꽤 괜찮네요.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가방을 올려놓고 사진 찰칵. 탁자 위에 보이는 박스는 호텔 주소로 받은 택배입니다. 택배를 아예 방에 넣어주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지금까지는 전에 도착하더라도 다 프론트에서 받아 올라갔거든요.




같은 자리에서 뒤돌아서 한 장 더.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욕실입니다. 몇몇 호텔에서 보이는 것처럼 조립식 욕실을 갖다 넣은 것 같더군요. 욕실이 작은 것이 흠이지만 숙소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호텔 욕실인데...




샴푸랑 린스, 바디워시(물비누)은 꽤 괜찮은 걸 쓰더군요. 라벤더 향의 샴푸와 린스, 아몬드향의 바디워시.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PROVINCIA랍니다. 아마 시타딘에서도 이걸 봤던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일회용 칫솔, 면도기, 머리끝, 바디워시 쓸 때 편한 스폰지가 있습니다. 침대 위에 올려진 것은 파자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카드 열쇠가 아니라 일반 열쇠라는 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저렇게 키를 넣고 돌려야 전기가 연결됩니다. 게다가 키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가죽 케이스에 담아 주네요.




숙소에 머무르는 동안은 대강 이런 모습입니다. 15인치 노트북을 지고 다녔더니 좀 힘들더군요. 거기에 아이패드를 올려 놓고 확밀아질...(...) 이번에 에그 로밍을 한 두 번째 이유가 확밀아였다지요. 하하하.;ㅂ;
스탠드 앞쪽으로 보이는 금속제의 병은 숙소에 있는 포트입니다. 콘센트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들고 와서 물을 끓였지요. 날이 더우니 뜨거운 물은 자주 먹지 않아서 콘센트 경쟁이 아주 치열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트북에 아이패드 충전, 에그 충전까지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네요.;



참, 숙소는 마음에 드는데 위치가 걸리네요. 자전거가 있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좋은데 그렇다고 빌려 타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래도 혼자 여행 다닐 때는 많이 걷더라도 가볼만한 숙소입니다.
감상문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빼먹고 있었군요. 이런.;
이 책은 첫비행님 여행 가시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늦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리뷰 올렸으면 첫비행님의 여행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생각이 폴폴~ ;;; 그도 그런 것이 이 책 감상은 첫비행님을 노리고(!) 올리는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랑 비슷한 계통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이런 측량형 여행기(?)가 종종 출판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봤습니다. 번역 나온 것만 해도 셋이나 되는데 한국에는 비슷한 책을 못 보았네요. 일단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작업실 탐닉』, 『유럽낭만 산책』이 먼저 떠오르고, 첫비행님이 먼저 옆구리 찔러 주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많지요. 그리고 이 책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건축계통 종사자라는 겁니다. 세노 갓파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무대미술가랍니다. 한국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았는데 저서도 상당히 많고요. 그 중 한국에도 나온 『유럽낭만 산책』이 이 책의 모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도 등장하지만 하는 짓(..)이 닮았습니다. 하하;

『여행의 공간』은 건축가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면서 머물렀던 호텔 측량기입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줄자와 필기도구를 들고 여기저기 측량을 해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네요. 측량하는데는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답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그랬다는데 아내가 동종업계 종사자여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신혼여행 시작하면서부터 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머물렀던 호텔이 다 '유명한' 호텔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세노 갓파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머물렀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라 가즈야는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만들었거나 리모델링에 참여한 호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배경이 된 호텔, 고급 호텔 등을 일부러 골라 갑니다. 건축가니까 공부가 된다는 핑계도 있지만 이런 평면도와 그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감상을 읽고 있노라니 비용이 들더라도 머물러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부터 배치 형태나 동선, 물품이나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 등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거든요. 덕분에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여러 호텔들이 생기는 바람에..-_-;
지역 비율로 따지자면 뉴욕이 제일 많은 것 같군요.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전용 메모지를 썼더군요. 거기에 스케치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거기에 그린다면 나름의 제한(?)도 있고, 호텔이 어디였는지 적을 필요도 따로 없겠네요. 종이 상단에는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고 아래에는 주소까지 친절하게 찍어 두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종이니 뭐니 핑계대지 말고 도전해볼까요..-ㅁ-;;;


우라 가즈야. 『여행의 공간: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송수영 옮김. 북노마드, 2012, 16000원


덧붙여. 그림 중 몇가지는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아니, 몇가지가 아니라 꽤...군요. 기왕 싣는 김에 전체를 다 채색으로 실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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