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노블이라는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한건 작년부터입니다. 여름 지나서였나. 홍대 북새통에 갔더니 표지가 상당히 화사한 시리즈가 보이더군요. 그러나 빨간색 19금 표시가 붙어 있었고 내용을 보아하건데 이거 출판 번역 BL소설의 로맨스 버전이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랍니다. 그래도 표지가 워낙 취향이라(-_-) 이걸 사 말아 사 말아 고민만하고 있었습니다.

만;;

요 며칠 업무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요. 고민하다가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한창 고민을 하던 것은 남자주인공이 딱 제 취향을 직격하는(...) 소설이랑,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한 소설이랑 다른 한 권이었는데 엉뚱하게 다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새장 속의 왈츠』라고, 아마도 뒷 표지에 슬쩍 보이는 메이드 복장에 홀랑 넘어가서 구입했을 겁니다.

다 읽고 나서 잠시 고민을 더 하다가, 그 며칠 뒤에 고민하던 다른 두 권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지요. 하.하.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애초에 이 시리즈를 보았을 때 생각했던 번역 출판 BL 소설의 로맨스판이라는 생각은 확 버려야 합니다. 수준이 그 절반도 안됩니다. 강하게 말하자면 개연성만 놓고 보았을 때 조아라에서 제가 선호작 등록해놓고 읽고 있는 로맨스 소설들보다도 수준이 낮습니다. 할리퀸 로맨스는 워낙 틀에 박혀 있으니 개연성은 둘째치고 아예 우연의 남발로 넘어가지만 이건 그런 것도 없고 판타지 배경이다보니 설정 같은 건 그냥 적절히 넘어가나봅니다. 배경이 있고 주인공들이 있고 거기에 베드신만 있으면 만사형통입니다. 하하하. 베드신이 내용의 전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말입니다.(먼산)

물론 개중에는 『빅토리안 로맨스』처럼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있긴 합니다. 다른 두 권은 판타지 배경이지만 이건 현실 배경이더군요. 하지만 『브리저튼 가 시리즈』같은 수준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하기야 브리저튼가는 빅토리아 시대보다 앞이니 오히려 배경만 놓고 보면 모리 카오루의 『엠마』에 비교해야하나요. 하지만 비교할 수준이 안됩니다. 여기서는 몇 가지 조건만 필요합니다. 악마 백작이라는 별명이 붙은 소문 나쁜 남주인공. 고리대금업자에게 후처로 팔려가기 일보 직전인 미모의 성격 당찬 여주인공. 그리고 둘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남주인공의 과거, 그리고 오해, 그리고 런던에 갔다가 벌어지는 굴욕, 둘 사이의 갈등, 그리고 봉합. 땡!
줄거리 요약하면 저게 답니다. 허허허허.

『감금』은 표지의 남자주인공이 상당히 취향이라 집어 들었는데, 이게 전편에 해당하고 다음편인 『포로』는 아직 안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편만 놓고 보면 결말이 시궁창, 즉 불행합니다. 남자주인공이 지독하게 나쁜 놈이군요. 이야아. 함정을 몇 겹으로 파놓은 거야. 결국엔 손에 넣었지만 넌 이걸로 만족해?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게다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으로 시작하는 터라 더욱 마이너스. 다음편을 읽으면 행복한 결말에 조금 가깝다는데 어떤지는 두고 봐야지요. 하여간 이 이야기는 읽다가 코가 윤의 옛 만화를 떠올렸습니다. 『요정전설』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건데 그 설정 이야기 중 닮은 것이 있었지요.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 하여간 이 소설은 결말부 확인하고서 육두문자가 혀끝까지 튀어 나오더군요.

『새장 속의 왈츠』는 여주인공이 그 아버지의 설명 실수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해만 하다가 막판에 아주 어이없이 풀리고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이건 해피엔딩이긴 한데, 왜 그런 오해를 하는지, 왜 설명을 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으흑.


하여간 세 권 모두 자라나는 새싹들이 읽기에는 불그죽죽한 책이고,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굉장한 오해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으로 성교육을 받으면 편견에 물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뭐, 저야 일러스트 때문에 아마 살 것 같긴 합니다만.... 방출이 문제로군요.



책마다 한 장씩 타로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타로카드 그림은 표지와 동일한데, 각각의 카드가 다른 것을 보면 최소 22권은 나오겠지요. 『감금』은 은둔자, 『새장 속의 왈츠』는 악마, 『빅토리안 로맨스』는 전차입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길. 하지만 소설은.. 음....;




실은 번역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습니다.ㄱ-; 『빅토리안 로맨스』에서는 백작과 결혼한 주인공(자작의 딸)이, 결혼 후에 시녀에게 사모님이라 불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내내 사모님이라고 불리더군요. 남편은 가끔 격식을 차려 부를 땐 마담이라고 부르던데 말입니다. 보통 이 시대에는 마님 혹은 주인마님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사모님이라니. 어헉; 회사 사장님도 아닌데 무슨 사모님.;ㅂ; 아니, 물론 백작이 사업가로서 꽤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저 시대에 사모님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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