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의 사진. 그러니까 오얏꽃 모양 생강과자를 잔뜩 굽고, 거기에 베키아앤누보 말린과일파운드케이크-실제 이름은 다를겁니다;;-를 올려놓고 핫초코를 곁들였습니다.

건대 입구에서 핫초코를 맛있게 먹은 날 이후로(링크) 직접 가서 먹기는 힘드니까 집에서 만들어 먹자며 설 전주에 핫초코용 초콜릿을 사왔습니다. 발로나의 55% 초콜릿 에콰토리얼. 아마 이름이 이게 맞을거예요. 그리고 200g 당 5500원이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가격을 자랑합니다. 허허허허. 그래서 실제 핫초코를 만들어 보고는 사먹는 것이 더 싸겠다 싶은 생각도 했지요. 물론 저야 왕복 교통비를 생각하면 만들어 먹는 쪽이 저렴하긴 합니다.




G는 큰 컵 한 가득, 저는 작은 컵에 약간. 진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마셔도 충분합니다.
초콜릿 40g에다가 우유 200㎖나 그보다 조금-150~180㎖-을 섞으면 얼추 맞습니다.

1. 냄비에 물을 올려 보글보글 끓이면 불을 확 줄입니다. 그 위에 중탕할 볼을 올립니다.
2. 볼에 초콜릿을 넣고 녹입니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녹는데, 중간 중간 확인하면서 형태가 사라졌다 싶으면 미리 데워놓은 우유를 붓습니다. 저는 사용할 컵에다가 우유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 남짓 돌렸습니다.
3. 우유가 들어가면 거품기를 들고 마구 젓습니다. 볼 바닥면에 달라붙은 초콜릿을 긁어가며 잘 녹여줍니다. 저렇게 거품이 일정도로 잘 휘저어야 하더군요. 젓고 젓고 또 젓는데 어느 정도 휘저어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ㅁ-; 그냥 바닥의 초콜릿을 다 긁어내고도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 거품기를 떼고 컵에 따릅니다.

싱가포르인지 어디에서 하는 것처럼 양쪽의 컵을 이용해 더 거품을 내거나, 핫초콜릿 만드는 보덤의 포트를 이용하면 훨씬 풍성한 거품을 내겠지만 번거롭습니다. 그냥 이정도만 해도 설거지 거리는 충분하니까요. 하하;


저는 보통 저지방 우유를 쓰는데 그래도 충분합니다. 만약 『백성귀족』에 나오는 것 같은 우유를 쓴다면 훨씬 진하겟지요. 또 재료가 단순하다보니 초콜릿과 우유의 질에 따라 핫초코 맛도 상당히 차이가 나겠더군요. 거기에 노력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면 또 사러가야하니 그냥 사 먹는 것이 나으려나...(먼산)

이글루스 밸리를 돌아다니다가 홍대의 데코아 발림에서는 핫초콜릿을 시키면 냄비에서 데우고 있던 녹은 초콜릿을 한 국자 부어준다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을리는 없지만-직화금지!-중탕냄비든 뭐든 간에 은근한 불에서 데워지고 있는 녹은 초콜릿 한 국자를 듬뿍 컵에 부어준다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흐뭇합니다. 그 상상의 원류가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 책 때문에 초콜릿 공방에 대한 환상은 무럭무럭 자랐으니, 그 환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가보아야지요.

데코아 발림은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꼬박꼬박 돌아다니는 곳이라 가기 어렵지는 않은데, 거기서 음료를 살만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전에 데코아 발림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긴 한데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들어가 본적은 없었습니다. 하하.; 다른 것보다 간식류를 구워팔거나 간단한 제과제빵시연 및 강의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라 사서 먹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보통은 사서 들고 나가는-일본의 집앞 과자점과 비슷한 느낌이라 더 그렇습니다.
어느 날,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움직이다보니 중간에 어디 들러서 잠시 쉬었다 갈 시간도 없었습니다. 바로 이동해야하는 날인데 달달한 초콜릿 음료가 땡깁니다. 마침 잘 됐다 싶어 데코아 발림에 들러 드디어 핫초콜릿을 맛보기로 결정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밸리에서 글을 보고 데코아 발림에 가기까지는 몇 주 걸렸습니다. 한 달까지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지요. 하지만 이 글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으니 처음 글을 읽고 나서 한참 뒤에야 후기를 올리는 셈입니다.

메뉴판에는 핫초콜릿이 아니라 조금 더 긴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가격이 4천원이었을겁니다. 에스프레스 핫초콜릿인가, 아마 그 비슷한 이름이었을테고요. 주문을 하자 잠시 기다려 달라길래 저는 그 사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재미있는 초콜릿을 발견했습니다. 마시멜로에 초콜릿을 입힌 것이더라고요. 핫초콜릿이나 따끈한 우유에 데워먹으면 좋다고 하길래 호기심에 구입해 G에게 주었습니다.

하여간 핫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한 그대로였습니다. 에스프레스 한 샷을 컵에 붓고, 거기에 데운우유(스팀우유)를 붓습니다. 그리고 냄비에서 녹인 초콜릿을 한 국자 듬뿍 떠서 컵에 담습니다. 아아. 이 장면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꿈꾸었던 것처럼 오래된 국자도 아니고, 마녀의 솥 같은 무쇠 솥에서 데워진 초콜릿도 아니지만 만족했습니다.

뜨거운 음료라 그런지 스티로폼 같은 재질로 종이컵을 한 번 쌌습니다. 그리고 앞쪽에 보이는 것은 초콜릿으로 코팅한 커다란 마시멜로입니다. 그리고 저 숟가락.;;


사진에 보이는 것은 초콜릿의 흔적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다크 엘프 트릴로지.;)

음료를 주시면서 주인 아저씨가 '숟가락으로 가능한 많이 저으세요. 많이 저을 수록 맛이 좋습니다. 숟가락이 열 때문에 휘어질 수 있지만 신경쓰지 말고 계속 저으세요'라고 이야기 하시던데 진짜 그렇습니다. 플라스틱 숟가락을 넣는 순간 숟가락이 휘어서 당황했습니다. 흐물흐물 거리니 제대로 저어지지 않아서 일단 다 섞지 않은 상태로 한 모금 마셔보았는데 맛 없습니다. 맹탕 우유에 맹탕 에스프레소란 느낌이예요. 안되겠다 싶어 부지런히 계속 섞었습니다. 휘젓다보니 음료가 조금 식어서 그런지 숟가락이 휜 상태로 굳었더라고요. 그 때쯤에는 섞기가 훨씬 편합니다. 한참을 섞어서 달콤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해 한 모금 마셨습니다.
우와!
아까하고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아까는 커피맛도 안나고 우유맛도 안나고 정말 아니다 싶었는데 잘 섞고 나니 초콜릿을 듬뿍 녹인 핫초콜릿에 쌉쌀한 에스프레소의 맛이 맛있게 조화를 이룹니다. 단지 섞기만 했을뿐인데 이런 맛이!

그리하여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핫초콜릿을 당당히 제쳐놓고 데코아 발림의 핫초콜릿이 마시고 싶은 핫초콜릿 순위에 올랐습니다. 도넛공장의 핫초콜릿과 며칠 차이를 두고 마셨는데 양쪽의 맛 방향은 다릅니다. 그러니 각각 마시고 싶을 때도 다르다라는 이야기지요.


추적추적 비 오는 날씨라 그런지 오늘은 따끈한 핫초콜릿이 마시고 싶습니다. 데코아 발림도 좋고 도넛 공장도 좋아요. 언젠가 날잡아 데코아 발림을 한 번 더 다녀와야겠습니다.



덧붙임. 데코아 발림의 위치를 빼먹었네요.

극동방송국 근처입니다. 하카다분코가 있는 골목을 몇 십미터 더 올라가면 됩니다. 오른쪽에는 커피콩 볶는 집인 '카페 더 블루스'가 있고 그 위쪽에는 '살롱 드 라 소시에르', 그리고 소시에르 맞은 편에는 '아르 데코'가 있습니다. 주택가고 골목도 좁아서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덧붙임 두 번째.
오오. 티스토리의 지도 기능 좋은 걸요? 다음에 올리게 되는 카페 후기글도 지도 첨부해서 올려보겠습니다.+ㅁ+

펠로우님께 도넛 공장의 핫초콜릿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는 벼르기를 몇 개월.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다녀왔습니다. 그날 무기력증이 상당히 심해서 집에 기어 들어가 뻗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안가면 언제 가랴 싶어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도넛 종류가 적어서 신기했습니다. 던킨이나 미스터도넛처럼 이런 저런 다양한 도넛이 많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아, 훨씬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처음 매장에 들어갔을 때 떠오른 것이 생각보다 매장크기가 작다, 생각보다 종류가 적다, 가격은 그럭저럭이다였습니다. 도넛이라 생각하고 가격을 보면 비싸지만 도넛이 아니라 그냥 빵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뭐, 그냥 저냥 합당하지요. 제가 고른 것이 도넛이 아니라 시나몬롤 비슷하게 생긴 빵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이 빵은 모 빵집이 사라진 뒤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거든요. 던킨에 비슷한 것이 있지만 비슷하기만 하지 같진 않습니다.


쟁반이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리스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올려진 핫초콜릿컵과 빵. 제가 고른 것은 아마 시나몬이었을겁니다.



발로나 핫초콜릿이 아니라 외우기 쉽지 않은 복잡한 이름의 핫초콜릿 음료입니다. 핫초콜릿과 아이스초콜릿의 두 종류가 있고 그 외엔 비슷한 음료가 없으니 찾기는 쉽습니다. 한 잔에 4천원. 비싸게 느껴지지만 한 입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두 입 마시고, 그리고 또 약간 식혔다가 홀짝거리면서는 4천원이 절대 비싸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뜨거워서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 김 식고 나니 걸죽하면서도 진한 것이 제대롭니다. 우와. 스타벅스에서 톨 사이즈의 핫초콜릿을 먹느니 300원 더 보태서 이걸 마시겠습니다. 사람을 홀리는 맛인걸요.
게다가 그리 달지 않아서-물론 옆의 빵이 달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마시기도 좋습니다. 아이스로 마시면 상당히 다른 질감의 다른 맛 음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래도 전 뜨거운 것이 좋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만들지만 그게 좋아요.



시나몬빵도 괜찮습니다. 가끔 시나몬롤이 땡기면 가서 사다먹지 않을까 싶더군요. 도넛이라기보다는 그냥 담백한 빵에 달달한 소스를 듬뿍 부은 맛에 가깝습니다. 흰빵이 아니라 통밀빵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어쩌면 시나몬 때문에 색이 진해져서 그런지도 모르는데 빵 맛 자체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나서 바로 썼다면 자세히 쓸 수 있었겠지만 이미 밀린 글인걸요. .. 그래봐야 일주일 밀렸지만.;



이날 먹고 나서 버스를 타기 위해 명동 가츠라 앞으로 걸어올라가는데 아까부터 계속 귀에 맴돌았던 뿜빠뿜빠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명동 CGV 앞에 밴드가 있더라고요. 편한 복장을 입은 외국인들이 단체로 연주를 하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익숙합니다. 잠시 뒤, 지휘자의 호령하에 일사분란하게 명동 거리를 올라갑니다. 시간을 못잡아서 사진 찍는 것이 조금 늦었더니...



웃. 꽁무니도 안보이는군요.


버스를 타고 청계천 가기 전에 있는 국민은행을 지나면서 그 밴드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드럼라인! 헉! 국민은행 앞에 드럼라인 광고 버스가 세워져 있었거든요. 아마 공연을 앞두고 선전 겸 거리 퍼포먼스를 벌인 모양입니다. 드럼라인이라고 하면 동명의 영화가 생각나는데 그 마지막 공연과 이 때 들었던 음악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드럼라인 같다 싶었는데 실제일줄은 몰랐습니다. 체력 고갈만 아니면 따라 올라갔을 건데요. 조금 아쉽습니다.

토요일 아침, 해도 뜨기 전의 핫 초콜릿 한 잔!




풍성하게 거품을 내서 우유 거품을 듬뿍 올리면 음료가 잘 식지 않습니다. 훗훗훗~





오늘 기력이 되면 책 감상도 마저 올려야 하는데 말입니다.;ㅂ; 어찌되었든 오늘 중에는 꼭 올릴겁니다.

집에서 팬케이크를 만들 때는 반드시 통밀가루를 씁니다. 작년에 방산시장에서 구해다 놓은 독일산 유기농 통밀가루입니다. 물론 이게 진짜 유기농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저 유기농이라니 그런가 싶은 것이지요. 좀 믿고 쓰려면 한살림을 가야겠지만 저 밀가루를 살 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1.6kg인가, 1.8kg인가 하여간 꽤 양이 많았기 때문에 자주 해먹었는데도 아직 30% 가량은 남아 있습니다.
통밀가루로 팬케이크를 만들면 질감이 좀 퍽퍽합니다. 보들보들하지는 않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제가 만드는 팬케이크와 비스코티를 먹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설탕을 팍팍 줄인데다 통밀이 들어가 식감도 그리 좋지 않고. 어머니는 이 팬케이크를 두고 보리개떡맛이라 하십니다.(...)

최근 팬케이크는 catail님의 레시피를 이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만들다보니 레시피가 조금씩 변형이 되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B가 듣고 기겁했던 그 미색 달걀물. 실온에 둔 달걀을 계속해서 거품내면 병아리 털색처럼 뽀얀 노랑이 됩니다. 웬만큼 쳐서는 안되고, 허벅지에 올려놓고 살짝 데워(?)가며 치는 쪽이 거품이 더 잘 납니다. 팔이 아프건 말건 이글루스 밸리 눈팅을 하며 휘젓다 보면 금방입니다. 팔은 좀 아프지만 이렇게 거품을 잔뜩 내면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거품낸 달걀에 메이플 시럽을 휙 뿌리고 통밀가루 1컵 안되게, 거기에 무가당 코코아가루를 적당히 넣고 거품이 꺼지지 않게 살살 섞습니다. 이 때쯤에는 프라이팬 예열에 들어갑니다. 반죽이 된 편이니 두께는 두껍게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불은 가장 약하게 조절해둡니다. 한 동안 방치했다가 돌아와서 기포가 두 세 개 올라오면 뒤집고, 다시 방치합니다. 태우지만 않으면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색이 태운 것처럼 진하게 났군요.
팬케이크를 굽는 동안 옆에서는 코코아 농도의 핫초콜릿을 만듭니다. 우유를 끓기 직전까지 데우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컵을 살짝 데운 다음, 컵의 물기를 제거하고 거기에 초콜릿을 넣습니다.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면서 분리되지 않게 열심히 휘저으면 핫 초콜릿 완성. 들어간 초콜릿이 85%짜리라 단 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쌉쌀하지요.
메이플 시럽을 뿌린게 아니라 반죽에 부었기 때문에 팬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으면 입 안에 메이플시럽향이 확 퍼집니다. 한 큰술 넘게 부었는데도 생각만큼 달지 않아요. 그럼 시판 팬케이크는 설탕이 얼마나 들어간거야!
제과제빵할 때마다 좌절하는 것이 이런 부분입니다. 허허.


지난번에 만들었을 때는 녹차가루를 퍼 부었는데도 통밀가루 색에 밀려 녹색이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맛도 뭔가 부족했지요. 다음에 만들 때는 한 큰술 듬뿍 넣어볼까봅니다. 아니면 아깝지만 말차가루라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