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소 풀 뜯는 소... 아니, 광경입니다. 이쪽편에는 황색 소가, 저쪽 편에는 검은색 소가 풀을 뜯습니다. 통째로 초지예요.-ㅂ-



연못인지 호수인지, 물 웅덩이인지. 하여간 푸른호수를 보고 나와서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찍은 곳이 치요다팜입니다. 왜 여기로 왔냐면 비프스튜가 있었거든요. 거기에 호수에서 비에이쪽으로 나오는 도중에 빠지면 된다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움직이던 시간이 11시 반 경. 이동하면 식당에는 12시에 도착할 텐데, 그럼 많이 기다릴 것 같더라고요.

하여간 G를 독촉해 이틀 전에 구글맵에 잡아 놓았던 치요다팜의 위치를 잡고 검색합니다. 미리 적어두었던 네비게이션 맵코드를 넣으니 친절하게 네비게이션이 안내를 합니다.



그러나 앞서 관광버스 두 대가 도착한 덕분에 12시 40분에나 식사가 가능하다 하더군요. 일단 대기 걸어 놓고 바로 옆의 농장을 구경하러갑니다. 저 풀뜯는 소도 거기서 보았고요.
올라가다보니 저 멀리 교회건물 비슷한 것이 하나 보입니다. 언덕 높이에 있어서 궁금한 김에 올라가는데...




식당은 이미 보이지도 않습니다. 왼쪽 저편 아래쪽에 식당이 있고요, 저기 앞에 보이는 초지가 소 풀뜯는 곳입니다. 그리고 뒤를 돌면..




교회가 아니라 전망대입니다. 2층 높이의 8각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럼 저 탑은 뭐지?




궁금증을 풀기 전에 일단 전경 사진부터. 언덕에 올라와보니 시야가 정말 좋습니다. 아.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어요. 식당은 오른쪽 중간쯤에 보이는 건물들입니다. 저게 치요다팜 레스토랑이랑 그 옆의 농장입니다.




그리고 전망대 안에는 저런 종이. 딱 학교종 같은 느낌입니다. 댕댕댕이 아니라 꽹과리 소리 비슷하게 땡땡땡이나 깽깽깽에 가까운 시끄러운 종입니다. 나름 재미있더군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렇습니다. 아래 보이는 도로가 앞서 찍어 올린 그 자갈길입니다. 올라오기 쉽지 않았어요. 걸어 올라가는데 천천히 가면 편도 20-30분 가량. 언덕길이라 시간이 더 걸립니다.
덕분에 식전 운동은 잘했습니다. 하하하.

내려오니 12시 반이 살짝 넘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무슨 음식을 시킬까 고민하는데, 다들 함박 스테이크를 시켜 먹네요. 그걸 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비프스튜 두 개, 비프커리 하나, 함박 스테이크 하나를 시킵니다. 다양하게 시켜서 나눠 먹는 것이 가족 여행의 묘미죠.(...)




샐러드. 함박스테이크에는 안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런치 메뉴가 비프커리랑 비프스튜라서 거기에만 딸려 오더군요.




그리고 수프. 어, 이게 무슨 수프더라.-ㅠ-; 감자였던가 옥수수였던가. 그것도 따뜻한 것이 아니라 차가운 수프였는데 맛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수프에 대한 기억이 날아간 것은 음식 자체가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먹는 수준에 비하면 조금 간이 세고, 진한 맛이지만 채소도 그렇고 고기도 그렇고 아주 맛있습니다. 이것은 비프스튜. 하얀 소스는 요거트 종류였다고 기억합니다. 섞어 먹으니 맛이 조금 부드러워지더군요.





이쪽이 합박 스테이크. 채소도 고기도 다 맛있습니다. 밥과 빵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밥보다는 빵이 훨씬 좋더군요. 밥도 나쁘진 않지만 접시에 담아 내오는 통에 금방 식는데다가 빵 자체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사진이 흔들렸지만, 이게 커리. 색만 봐서는 스튜나 커리나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먹어보면 압니다. 이건 확실히 커리입니다. 커리 특유의 향신료맛이 나요. 카레라이스가 아니라 커리라고 부른 것도 인도계 커리에 가깝게 독특한 향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카레라이스 같은게 아니라는 거죠.;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온 음식들을 보고 납득했습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거기에 맞춰 음식 만드는 걸 보면 시간 걸릴만도 하더군요. 전체 음식 가격이 6020엔. 함박스테이크가 가격이 조금 높았다고 기억합니다. 커리랑 비프스튜는 점심 메뉴로 1천엔 남짓. 역시 고기 많이 들어간 것이 비싸다니까요.

푸딩하고 우유가 있었는데 배가 불러 도전하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그러니 여행은 건강해야 즐길 수 있는 거로군요. 크흑.;ㅠ;
브런치라고는 하지만 주말 4시 반까지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점+점저메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본점 이태원점은 가보겠다고 몇 년 째 벼르고는 미루었는데, 광화문 SFC(서울 파이낸스 센터)에도 붓처스컷이 있다는 걸 확인한지 일주일만에, 지난주 이글루스에 올라온 글을 보았고, 토요일에 확 질렀습니다.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데 고기가 먹고 싶었고, 혼자라도 가보자 싶어 간 것이었으니 충동구매나 충동지름과도 비슷합니다.

2시 가까이 되어 들어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하기야 토요일은 SFC에 거의 사람이 없더군요. 최근 레더라는 사람이 많아 북적북적하지만 그 아래층인 지하2층에 있는 가게들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입니다. 내부 공간이 넓어 좋더라고요./ㅅ/


메뉴를 미처 못 찍어서, 다 먹고 나가면서 찍은 메뉴판입니다. 밖에 걸려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메뉴를 확인하고 들어올 수 있게 했더군요. 다만 10% 부가세 이야기는 맨 아래에 작게 실려 있으니..-ㅁ-; SFC의 다른 가게도 부가세 별도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브런치 메뉴에 해당하는 주말, 휴일 점심 특선은 따로 찍었습니다. 제가 시킨 것은 체다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점심 특선에는 식전빵과 에이드 혹은 커피나 차가 같이 나옵니다. 저는 자몽에이드를 주문했지요.




2인석으로 자리를 안내 받고 주문하자 메뉴에 필요 없는 세팅은 치우더군요. 그리고 저는 아이패드를 펼쳐 놓고 과제(...) 시작. 아아, 아직 안 끝났어요.;ㅂ; 이것도 빨리 해야하는데.




식전빵은 따뜻하게 데워 나오는데 짭짤한 빵입니다. 근데 옆의 버터도 상당히 간간하더군요. 제 입 기준이라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그게 또 빵맛을 돋웁니다.-ㅠ-




자몽 에이드가 먼저 나왔네요. 과육도 몇 알 들어 있었으니 직접 짜서 내오는 건가..?




에이드를 홀짝이며 영어와 씨름하는데 철판이 나옵니다. 철판 자체는 얇은 편인 것 같습니다. 거의 다 먹었을 때 만져보니 약간의 온기만 남았을뿐, 식었더라고요.
하여간 구운 채소 샐러드, 푸른 생채소 샐러드, 밥과 스테이크입니다.-ㅠ-




달걀은 살짝 익혔군요. 훗훗훗~


맛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먹고 있던 도중, 고베 라미의 와규 민치 스테이크(링크)랑 비교하고 있는 걸 깨닫고는 좌절했습니다. 아놔, 그렇게 비교를 하면 어쩌자는 거냐! 물론 라미가 더 맛있지만 비교할 걸 해야지요.OTL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라미의 민치 스테이크와 달리 이쪽은 꾹꾹 뭉쳐 속까지 잘 구워냈습니다. 그러니까 단단하고, 어떻게 보면 딱딱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야 고기님이니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채소가 맛있어요. 아삭아삭한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아...;ㅠ;

10% 부가세가 붙어 17600원이었는데 그래도 가끔 한 번 가볼만 합니다. 외식 두 번 할 것 한 번으로 줄이고 가면 되는 거죠. 물론 여기를 가면 반드시 그 위층의 레더라를 들릴테니 예산이 확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일뿐..^-T
나라에 도착한 것은 13시 33분. 그리고 13시 54분 출발 교토행 열차를 탑니다.-ㅁ-;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수준으로 움직였지요. 내리자마자 푸딩 사고, 동시에 상품 사고, 도로 열차 타고 출발. 나라는 비가 상당히 쏟아지던데 교토는 잔뜩 찌푸린 날씨에 간간히 비 몇 방울 뿌리는 정도였습니다.
14시 41분에 교토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버스 1일권 6장을 사는 겁니다. 제 것 세 장, G 것 세 장.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계속 교토를 돌아다닐테니 버스 1일권은 필수입니다. 당장에 하나는 개시해서 숙소로 갑니다. 시타딘 카라스마 고조는 이번이 세 번째인가요. 교토에 있는 레지던스 타입은 이게 거의 유일해서 말입니다. 부엌이 딸린 곳을 선호하는지라 숙소 정할 때는 선택의 여지가 적어요.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하고 제일 먼저 챙긴 것은 아마존에서 주문한 물건입니다. 중고장터에서 두 가지 물품을 주문한게 그 전주 주말. 그리고는 고민하다가 자란의 예약폼에 있는 코멘트란에 '지난 주말에 아마존에서 물건을 샀다. 배송을 호텔로 해두어서 주중에 도착할텐데 잘 부탁한다'라고 영어로 써뒀습니다.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인 것은, 일본어로 메일을 보냈더니 메일 글자가 완전히 깨져 있어서 상대방이 못 읽었던 적이 있어 그렇습니다. 영어로 적으면 짧게 적어도 되고 존댓말이나 편지 양식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걱정했는데 무사히 물건들이 잘 도착해서 수령했습니다. 만세! 이제 아마존 중고장터도 이용할 수 있다! (...)

뭘 주문했는지는 뒤로 뺍니다.


하여간 체크인하고 나서 G를 먼저 올려보내고, 저는 편의점에 가서 사전에 부탁받은 아마존 배송물품을 찾아옵니다. 총 여섯 개더군요. 같이 주문해도 준비되는대로 바로 배송하는 아마존 시스템 덕에 그렇습니다. 만화책 몇 권과 CD들 왕창을 받아 숙소에 밀어 넣고는 가방에 넣어두었던 짐도 내려놓고 다시 교토역으로 갑니다.

그리고 제목에 적은 대로 16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고베에 갑니다. 목적지는 모토마치. 최종 목표는 고베 양식집 L'ami(라미)입니다. 까날님을 포함해 다른 분들이 자세히 설명하셨으니 그쪽을 참조하시어요.
교토에서 고베로 특급열차 타고 단번에 이동합니다. JR 고베역에 도착한 것이 16시 55분. 그리고 거기서 한 정거장 거슬러 올라가면 모토마치입니다. 모토마치 역에서는 맥도날드가 있는 쪽에서 골목 두 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라미가 나옵니다. 가는 도중 스타벅스에 들러 부탁받은 벤티 텀블러를 사고, 유리컵을 살까말까 고민하다 내려놓은 뒤 구글 맵을 켜고 라미를 찾아갑니다.




역시 여기서도 현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 조금 고생했지요.-ㅈ- 다음에는 그냥 지도로만 봐야겠습니다.;

들어간 것이 17시 20분 경이었는데 세 번째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10분 뒤에 사람들이 속속 들어와 다들 자리를 채우더군요. 대부분 저녁 한정 디너 메뉴를 고르는데 코스메뉴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다음에는 코스 메뉴를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G가 옆자리를 보더니 젓가락 받침을 가리킵니다. 뭔가하고 보니 저나 G의 젓가락 받침은 무난한데, 이쪽은 달리는 개-아마도 그레이 하운드인가봅니다. 참 귀엽더군요.




망의 여행에도 올렸지만 기본 세팅은 이렇습니다. 손님이 오면 바로 물을 내주더군요.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이 저녁 한정 메뉴인 후와후와 오무라이스랑 와규 민치 함박을 주문합니다. C님 여행기를 보고 가장 땡겼거든요.(전체 메뉴 링크)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배 모양의 오믈렛을 뒤집어쓴 밥이 먼저 나옵니다. 소스는 따로 담아 주더군요.




오믈렛을 반으로 가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리면 완성! 이 부분을 따로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음, 역시 밤에 찍으니 노이즈가..T-T; 게다가 똑딱이니까요. D90은 아버지가 쓰고 계신데다 무거워서 들고 갈 엄두를 못냈지요.;




사이드는 밥과 빵 중에서 밥을 택했습니다. 빵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G는 밥이 더 땡겼나봅니다. 하기야 이날은 한끼도 밥을 안 먹었으니 땡길만도 하지요.




이쪽 색이 원래 색에 더 가까울겁니다. 당근은 동글하게 깎아서 달달하게 익혔고 소스는 양송이가 들어간 데미그라스 쪽 소스인가봅니다.


그리고 맛은?
-ㅠ-
맛있습니다. 그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한지. 근데 가장 맛있게 느껴진 것이 저는 밥이었습니다. 민치 함박에 같이 나온 하얀 밥이요. 보통 경양식집에서 나오는 밥이면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신경을 안쓰는데, 저 밥은 단독으로 씹기만해도 달달한 것이 진짜 맛있습니다. 전기밥솥밥인데, 살짝 고슬고슬하게 느껴지는 것이 밥만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빵이 아니라 밥으로 시키길 잘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신나게 먹었습니다.

민치 함박은 속까지 촉촉하게 잘 익었는데, 보통 생각하는 단단한 함박이 아니라 부드러운 함박입니다. 살짝 손으로 쥔 것처럼 부드러운데 말입니다, 그게 또 부서지지는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만들었길래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뭉개지지 않는 걸까요. 이야아아아....

그러나 여기서 살짝 함정.; 최근 식생활이 거의 무염에 가까운 저염 식생활이라 후와후와 오무라이스나 민치 함박이나 둘다 간간했습니다. 고기부분은 간을 약하게 했는지 괜찮았는데 소스가 짭짤해서 먹으면서 제게는 아쉬웠지요. 이건 제 입맛의 문제이니 뭐라 말도 못하고.OTL



라미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교토로 돌아갑니다. 모토마치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고디바 매장을 발견하고 한정 초콜릭서를 주문합니다.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걸 주는군요.



신제품이라던가요. 레몬소르베화이트 초콜릿? 그런 겁니다. 화이트 초콜릿 껍데기 안에 레몬맛이 나는 크림이 들어 있습니다. 날이 더워 금방 녹을 모양새라, 잽싸게 입에 넣었는데 살짝 새콤하니 괜찮더군요. 하지만 가격이 비싸니 맛만 보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한정 초콜릭서 두 종. 오른쪽이 화이트초콜릿 코코넛 초콜릭서, 오른쪽이 화이트초콜릿 실론 밀크티 초콜릭서. 위에는 크런치를 뿌려 바삭바삭하면서도 달큰합니다. 정말로 달아요, 달아요.OTL 라미에서 배불리 먹고 나서 이것까지 먹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사실 초콜릭서는 양이 스타벅스보다도 작지요. 음료가 스타벅스 톨사이즈쯤 되나? 아니, 그보다 컵이 얄쌍하니 더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잔 마시고 나면 포만감이 확 듭니다. 언젠가 지유가오카에서 저혈당으로 어질어질할 때 다크 초콜릿 데카당스 한 잔을 마시고 부활했던 기억이 아련하군요. 그야말로 스태미너 회복 포션입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교토역으로 돌아오고, 얌전히 귀가 … 했을리는 없지요. 그 뒤의 짤막한 일정은 다음 글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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