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노조무의「영국은 맛있어」(원제 「イギリスはおいしい」, 林望. 일명 림보)는 빙고님 블로그에서 보고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간단하고 맛있는 스콘 레시피가 있다는 말에 홀린 거지요. 하지만 북오프 서울역점이나 신촌점이나 둘다 하야시 노조무의 책은 없었고, 교보문고에서도 다른 책은 검색이 되는데 이 책은 안되더랍니다. 그래서 별도 주문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n님이 빌려 주신다 하여 덥석 받아들었습니다. n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ㅅ<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독특한 한자어도 많이 나와 새삼 깨닫는 것도 많습니다. 양파(다마네기)의 한자어 등은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요리재료로는 자주 등장하지만 히라가나로만 나와 있지, 한자어로 나온 경우는 기억에 없습니다. 요즘은 거의 그렇게 쓰는 모양이군요. 생강(쇼가)도 그렇고 말입니다.
이모저모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지하철 안에서 보면서는 꽤 힘든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표정 관리가 전혀 안되거든요. 읽고 있으면 피식 웃다가 히죽 웃다가 쓴웃음을 짓고 있으니, 얼굴이 변화무쌍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왜 아직 번역이 안되었을지 궁금하군요. 문고판이 나온 것은 95년이지만 인용된 책자를 보면 대략 90년 전후로 나온 것 같습니다.(인용 백과사전 등이 86, 88년 정도의 책들)


아직 초반부라 스콘 이야기까지는 못갔지만 대강 앞부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국은 정말로 맛없는 나라라고 한다. 그렇다, 맞다. 하지만 위도가 높은 곳에 있는 만큼 식재료는 맛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조리법이다.

그 조리법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끔찍했던 것은 茹でる. 삶다 또는 데치다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삶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물에 식재료를 넣고 30분 茹でる. 그렇다면 데치다가 아니라 삶다가 맞지요. 무엇을 삶는 고 하니 대부분의 식재를 다 삶습니다. 심지어는 리크도 삶습니다. 리크는 한국에서 본적이 없는 식재료인데, 로베르씨의 행복레시피에서 소개된 걸 보고 알았습니다. 대파 비슷한데 그보다 더 굵고 튼튼(?)한 모양이더군요. 맛도 매운 맛보다는 단맛이 많이 나나봅니다. 하여간 다른 채소가 아니라 파의 일족이고 이 책에서도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조리하냐면, 데칩니다. 뿌리부분과 잎 끝 부분을 살짝 다듬고는 그 채로 냄비에 넣고 물을 넣고 삶습니다. 30-40분 정도 말입니다. 단단하고 억센 파라해도 30-40분 데치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다들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슈퍼마켓에 독특한 모양의 무(swede)가 있길래 어떻게 조리하냐고 판매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역시 같은 대답입니다. 잘 손질해서 물에 넣고 삶아서 그냥 먹으면 되어요!

아아아....

아무리 식재료가 좋고 맛있어도 조리법이 한 가지라면, 그것도 물에 넣고 삶고는 물은 버리고 채소만 먹는다면 그게 뭐랍니까.;


책 앞부분에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영국인들은 요리에 관심이 없답니다.(제이미 올리버는 정말로 예외적 인간인건가.) 작가 본인도 어느 날 영국인 부인이 「料理なんてものに時間や神經を浪費するなんてばかばかしいわ」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잊을 수 없다더군요. 해석하면, '요리 같은 것에 시간과 신경을 낭비하는 건 시시해요'쯤 됩니다. ばかばかしい를 뭐라 해석하는가가 문제인데 어처구니 없다나 시시하다 등의 뜻이랍니다. 어느 쪽이건 요리는 시간낭비, 그러니 물 붓고 끓이면 되는 삶기가 최고라는거죠.(먼산)


그러나 이건 앞부분이고 점차 영국에도 맛있는 건 있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사과도 맛있고 훈제생선도 맛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명란. 이걸 훈제해서 판다는데 속의 알부분만 쓱 빼서 밥에 섞어 비비면! -ㅠ-!!
해보고 싶더군요. 명란 파스타랑 비슷하게 밥만 넣으면 되니 말입니다. 문제는 명란젓이 비싸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또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누군가 번역해준다면 그것도 홀랑 사서 볼텐데 아쉽습니다. 원서라도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예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