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예의 그, 홍대 돈가스집에서 모듬 돈가스를 시키면 저렇게 나온다.-ㅠ- 맨 위부터 그냥 돈가스, 카레돈가스, 칠리 돈가스, 치킨가스. 아마 그랬을거야.
사실 어제부터 간절히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집 근처에서 혼자 먹기는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저기 멀리, 신세계 백화점까지 가서 사오기는 번거롭고. 그래서 그냥 얌전히 카레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카레를 만들고 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네?;


1.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안 나가고 버티고 있는 것은 배탈이 났기 때문이다. 원인은 나도 알 수 없음.; 요즘에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장에 탈이 나는데, 가끔 그러는지라 병원 가기도 그렇고 -라고 핑계를 대면서 도피하고 있다. 쓰러질 정도까지 아프지 않으면 블로그에 주저리 주저리 써놓는 것 이상은 하지 않는다. 난 병원이 싫어.-ㅁ-/
사실 아프다 싶을 때, 아니면 아프기 시작하려 할 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병원 가는 것은 치과 뿐이다. 이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큰일이잖아. 괜히 일이 커져서 치과를 자주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골치 아프다. 집에서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편도 1시간 반쯤 걸리니까.


2. G가 요즘 『매거진 B』라는 잡지에 반해 있다. 나올 때 맞춰서 꼬박꼬박 구입하러 간다. 지금 보니 정가 1만 3천원이구만.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나름 재미있는게, 매회 특정 브랜드에 대해 분석을 해놓는다. 아니, 분석이라고는 하지만 내게는 광고 같아..ㄱ-;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군. 이전에 몇 번 리뷰 올렸던 윤광준의 명품 이야기 책과 닮았다. 자기들이 명품 혹은 좋은 물품,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왜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 인터뷰를 싣고, 상품 사진을 찍고 해놓는 것이야.
근데 대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스.; 유행을 타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드는걸. 더 정확히는 '요즘 잘 나가는 제품'이라고 하는 쪽이 잘 어울릴지 몰라. 방금 집어 들어 본 것이 라미(LAMY)인데 이것도 명품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잘나가는 상품이라고 하자니 역사도 길고 나름 질도 괜찮고. 딱 중견 브랜드(혹은 한국에서 조금 거품이 있는;) 제품을 다루는 것 같다.

아니, 원래 쓰려던 것은 그게 아니라.;

일기를 쓸 때는 볼펜을 쓰고, 대체적으로 스테들러 같은 굵은 볼펜을 사용한다. 가는 볼펜도 써봤는데 이쪽이 빨리 망가지더라. 필압이 센 편이라 그런지 가는 볼펜은 다 쓰기 전에 볼펜이 망가지더군. 그래서 스테들러를 쓰는데, 이번에는 빌려준 사람이 홀랑 볼펜을 안 주고 가는 바람에 얌전히 포기하고 다른 볼펜을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사은품인데 이것도 나쁘진 않다. 볼펜 찌꺼기가 뭉치는 것이, 모나미 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생긴다.
그 외에 자주 쓰는 필기구가 Waterman이다. 그걸 쓰니까 LAMY는 눈에 안 들어오는 거지.; 내가 산 것도 아니고 받은 것이지만 전용 잉크까지 사다가 몇 년 쓰고 있다보니 손에도 눈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이 '만년필 쓰시네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되려 당황한다. 어, 만년필 쓰는 것이 이상한가?;
(그게 아니라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라 그렇겠지.ㄱ-)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2)

『매거진 B』 LAMY 편에서 손으로 글쓰기에 대한 짧은 글을 모아 놓았더라. 그 중 소설가들의 말이 눈에, 가슴에 확 와닿았다.

"문학이라는게 농밀한 언어로 써야 하는데 기계(컴퓨터)로 쓰다 보면 속도가 빨라지고 쓸데 없이 문장이 길어지게 된다.
죽을 때까지 펜으로 작업할 것이다."
- 조정래

공감 100만배.-_-;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옮기려면 컴퓨터가 좋긴 하다. 요즘에는 생각하는 것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타자가 빨라졌으니까. 다시 말하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압축이 되지 않는다. 컴퓨터로 쓴 글과 손으로 쓴 글의 군더더기 차이를 비교하는 논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기야 소설의 군더더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없겠지. 하지만 학술 논문이나 석박사 논문에 대한 비교를 하자면, 분명 손으로 쓴 글 쪽이 깔끔하지 않을까. 그야, 손으로 논문쓰던 시대에는 원고용지에다 썼으니까 군더더기가 있으면 베끼기 더 힘드니까.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
- 김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찾아보니 작년 『에쎈』 12월호였더라. 거기에 막 『흑산』을 출간한 김훈의 인터뷰가 실렸다. 기억에는 『흑산』 역시 손으로 썼다고 했던 것 같다. 다음주에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네.
이런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쓴 소설도 손으로 다시 베껴쓰고 싶어진다. 아니, 가장 확실한 퇴고는 눈으로 하는 퇴고가 아니라 다시 쓰는 퇴고다. 그건 나도 그리 느낀다.-_-; 내 소설을 PDF파일로 만들어 두었으니, 그걸 다시 손으로 치면서, 혹은 손으로 쓰면서 보면 군살이나 비문을 더 잘 잡아낼 수 있겠지. 하지만 난 그 많은 분량을 다시 손으로 칠 자신이 없어...ㄱ-;



안도현, 신경숙, 최인호, 고 최명희씨 등의 이야기도 있다. 확실히 필사는 달라. 실제 소설가 지망생들이 소설 쓰기 연습의 좋은 훈련으로 필사를 들잖아? 유명한 작가, 검증된 작가의 소설을 직접 손으로 베끼는 것이지. 와아.; 『토지』나 『혼불』 같은 책을 베끼려면......(이하생략)


요 며칠 만년필을 죽어라 붙잡고 있었더니 손아귀가 아팠다. 하지만 이런 글을 보면 또 필사를 하고 싶잖아. 다음 여행 때 무지에서 노트를 잔뜩 사와야겠다.





덧붙임.
노파심에.-ㅁ-;
『매거진 B』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집에 있으면 나름 재미있게 볼만한 잡지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리고 시리즈로 죽 꽂아 놓으면 괜찮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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