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제 연유라고 쓰려고 보니 왠지 일본 레시피에서 많이 본 단어 같더군요. 自家製. 그러지 그냥 수제로 갑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다섯 시 반.ㄱ-
왜 그 시각에 일어났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뭘 할까 망설이다가 냄비를 꺼내들었습니다. 토요일 밤에 늦게 귀가했다가 냉동고에 들어 있는 딸기 봉지 두 개를 꺼내 설탕을 부어 냉장고에 보관했던 것이지요. 목적은 역시 딸기 프리저브. 지난번에 만들었던 양이 부족한 것 같아 다시 만들기로 한 겁니다. 게다가 얼려둔 딸기가 셔서 맛이 없다는 것도 일조했습니다. 갈아 먹자니 너무 셔서 잼으로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문제는 어머니의 반대. 잼 만들어 둬봤자 너무 오래가니-4년 전에 만든 포도잼이 아직 냉장고에 있습니다-만들지 말라시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3년 전에 만든 딸기 프리저브는 작년에 곰팡이가 피어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뭔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냉동했던 딸기라 그런지 얼어둔 것이 제대로 녹지 않았더군요. 설탕도 잘 안 녹았지만 워낙 입자가 작으니 대강 뒤적거리는 사이에 다 녹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설탕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산 유기농 흑설탕.
부글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열심히 거품을 걷어야지요.

거품을 열심히 걷어내면서 완성된 딸기 프리저브는 이전에 만들어두었던 통에 같이 담았습니다. 지난번에 만들었던 것은 친구들에게 한 병씩 나눠줘서 잼통에 여유가 너무 많이 남은 것도 새로 만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신나게,
걷어낸 거품에 찬 우유를 듬뿍 부어서 진한 딸기 우유를 즐겼습니다. 훗훗. 역시 맛있어요!


그리고 이날 만든 또다른 괴식(실패작)이 있습니다.
모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견한 연유 레시피.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완성샷은 없습니다. 만들어 둔 것은 있지만 맛이 좀 미묘하거든요.

우유 830ml에 설탕 55g을 넣으면 된다 했는데 무지방 우유는 100ml 짜리라 그냥 이걸 썼습니다. 그리고 설탕은 적당히 60g. 이걸 약한 불에서 계속 조리면 되는데 제가 실패한 것은 너무 졸였기 때문입니다. 최종 완성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달랑 150ml입니다. 바나나는 원래 희다인지 하여간 그 작은 병의 반 정도만 채웠습니다. 달기도 달지요. 거기에, 밀크티를 만들면서 이 연유로 달기를 맞췄더니만 짠맛이 강하게 도는 느낌이 났습니다.
아마 차이 마실 때 조금씩 쓰려고 계획했지만 글세요. 이번 주말에 제대로 먹어보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그 때 레시피를 가져온 블로그도 링크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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