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여의도의 빵집 두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생긴지 한참 된 Paul(폴)이랑, 생긴지 얼마 안된 에릭 케제르. 가게된 계기가 참 적기도 민망한지라..; 빵이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거든요. 퇴근 후에 한 시간씩 건디 운동을 하는데 이날은 몸이 피곤하니 운동하기 참 싫더랍니다. 하지만 평소 운동코스가 아니라 장보기를 목적으로 하는 걷기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홀랑 다녀왔습니다. 이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도 가능했고, 미리 거리 측정을 해봤더니 대략 한 시간 걸릴 코스였다는 것도 그랬습니다. 문제는 이걸 결정한게 금요일 낮이라, 가방에 이런 저런 짐을 잔뜩 들고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는 허리통증으로 고생했습니다.-ㅁ-;


앞서도 올렸지만 걸어다닌 코스는 이렇습니다. 제 걸음으로는 한 시간까지는 안 걸렸습니다. 여의나루에서 출발한 것이 6시경, 두 군데 들러서 빵 산 시간도 있거니와 국회앞에 도착한 시각이 7시 조금 전이었습니다.'ㅂ'


에릭 케제르의 위치는 여기입니다.



63빌딩 1층. 길가에 바로 있기 때문에 찾기 아주 쉽습니다. 저는 여의나루역에서 걸어갔는데 셔틀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 내려주니 그쪽이 편하겠더군요.(저는 셔틀버스 생각은 아예 못했습니다.-_-)



폴의 위치는 여기.



지도상에서는 메리엇 이그제큐티브라고 되어 있는데 장기투숙용 호텔인 모양입니다. 보통은 메리엇 호텔이라 부르는 듯하군요. 여기 1층에 폴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KT가 있고 길 건너에 KBS가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가깝지 않다는 점은 폴이나 에릭 케제르나 마찬가지로군요.-ㅁ-;




에릭 케제르는 빵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 대부분이 식사용 빵이라는 점도 재미있고요.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 같은 빵집과는 빵의 종류가 확연히 다릅니다. 체인 빵집은 간식빵도 상당히 있는데 비해, 여기는 블랑제리라는 이름에 맞게 식사용 빵이 대부분입니다. 간식도 없진 않아요. 케이크 몇 종과 쿠키 등이 있는데 구색맞추기란 느낌일까요.'ㅂ';
여튼 G가 보면 홀랑 넘어갈만한 빵이 다양하기도 하고 많기도 해서 한참을 골랐습니다. 그래도 덥석 집어 든 것은 바게트. 모양은 최근에 많이 나오는 것처럼 위 아래가 뾰족한, 실패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할머니가 실 잣는 데 쓰는 그런 류의 실패;..)

빵 가격은 3500원에서 5천원 사이. 그보다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지만 제가 눈여겨 본 올리브 빵이나 치즈빵이나 그 가격 사이입니다. 바게트는 3500원. 치아바타는 5천원이었던가요. 치아바타 크기가 상당히 커서 하나 집어 올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이번만 갈 것도 아니고 다음의 즐거움을 남겨놔야죠.^^;




바게트를 하나 사들고 섬을 시계방향으로 빙글 돌아 찾아간 곳이 폴. 여기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입구가 제가 접근한 방향의 반대쪽에 있어서 조금 헤맸습니다. KBS랑 면한 길에 있더군요.-ㅁ-;


여긴 또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습니다.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 소리를 들어서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꾸로였습니다. 작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북적북적하니 힘들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먹고 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봉사료 10%가 붙으니 아마 전 안 그럴겁니다.-ㅁ-;

여기서도 바게트를 사려고 했는데 바게트가 아니라 플뤼트(flute)가 있더군요. 이걸로 하나 들고 오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어머나, 눈앞에 보이는 이건 마카롱! 7천원이라지만 이게 7천원이면 사겠어!
그리하여 플뤼트 3300원에 마카롱 7천원, 도합 10300원을 쓰고 왔다는 이야깁니다. 먹고 가면 여기에 10%가 붙습니다.'ㅂ'



그렇다면 맛은?

집에서는 폴의 플뤼트가 에릭 케제르의 바게트보다 인기 있었습니다.-ㅠ-
에릭 케제르의 바게트는 빵이 가볍더군요. 갈색이 돌고 가볍고. 그리고 간간합니다.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바게트 중에서는 제일 간간하다 싶은 정도네요. 아마 서래마을의 파리크라상 바게트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합니다. 거기서는 바게트가 아니라 다른 빵만 먹어보았는데 그것도 상당히 간이 셌으니 바게트도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서 하는 말입니다. 물론 먹은 것이 하도 오래전이라 확신은 못하고..;
여튼 약간 질기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폴의 플뤼트는 무겁습니다. 묵직합니다. 질감도 조금 더 촘촘하고요. 빵의 종류가 달라서 그렇다...기엔 미묘한게, 「오늘의 행복레시피」를 보면 플뤼트에 대해서 바게트보다 조금 더 크고 바게트 대용으로도 종종 쓰이는 빵이라고 했습니다. 맛이나 질감에 대해서 자세히 써놓지는 않았지만, 폴의 플뤼트는 폴앤폴리나의 화이트 바게트와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접 비교해서 먹어보면 확실하겠지만 묵직한 것이나 약간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것이 닮았습니다. 역시 간간하긴 하지만 이정도면 괜찮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폴의 플뤼트가 더 인기 있었고요.

다만 에릭 케제르의 빵도 맛있어 보이는 것-올리브빵, 베이컨이 들어간 치즈빵, 치아바타-이 많았으니 여기도 나중에 다른 빵을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했고요. 거기에 폴은 마카롱이랑 밀피유 때문에라도 한 번 더 가야합니다.-ㅠ- 아, 하지만 이건 혼자서 먹기에 버거우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다음에 해보고 싶은 건 여의도 빵집 두 군데(폴, 에릭 케제르), 홍대 빵집 한 군데(폴앤폴리나), 압구정 빵집(뺑드빱바) 한 군데를 들러서 바게트를 사가지고 먹어보는 겁니다. 후후후. 아, 물론 혼자서는 못하고 다른 누군가를 섭외해야겠지요. 이렇게 비교하며 먹는 것도 은근 재미있네요.+ㅆ+




덧붙임.
이틀 쯤 방치했다가 먹었을 때, 에릭 케제르의 빵은 다른 음식을 올려 먹으니 딱 좋더군요. 파스타 샐러드나 치즈 같은 것 말입니다.-ㅠ- G가 심심했는지 괴식에 넣어야할 푸실리 치즈(마카로니 치즈가 아니라..)를 만들어서 그걸 올려 먹었는데 은근히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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